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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87295358
· 쪽수 : 298쪽
· 출판일 : 2019-07-10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중국 취향 CHINOISERIE
질투에 관하여 INVIDIA
에로스의 혀 THE TONGUES OF EROS
시온 ZION
학교와 문해력 SCHOOL TERMS
인간과 동물에 관하여 OF MAN AND BEAST
대답할 수 없는 질문 BEGGING THE QUESTION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저작 목록만으로는 니덤의 지성의 다양성과 밀도를 전달할 수 없다. 그의 글에는 테시몬드나 블레이크, 데이 루이스나 괴테, 오든 같은 여러 시인의 시와 라틴어 송가까지 녹아 있으며 동방 가수와 현자들의 노래도 곁들여진다. 종교 체험의 심리를 보여줄 때는 성 테레사와 노리치의 줄리안뿐 아니라 버니언과 윌리엄 제임스도 등장한다. 니덤은 인용의 대가다. 토머스 브라운의 ‘직관의 섬광’에 대한 인용은 물질대사와 비가역성에 대한 슈뢰딩거와 막스 플랑크의 분석을 능가한다. 니덤에게는 딱히 꼬집어 말하기 어려운 ‘전문성의 시학’이 있다.
단테를 옆에 두고 철학적 서사시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셰익스피어와 같은 시대에 극작가가 되는 것은? “다른 사람이 있다면 내가 어떻게 그 자리에 가겠는가?” 괴테는 묻는다. 나는 프린스턴 대학의 고등연구소에 있던 시절, J.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젊은 물리학자에게 “자네 같은 젊은 나이에 벌써 이렇게 성과가 없다니?” 하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자살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 경쟁, 질투, 시기의 주제는 수많은 이야기의 소재가 되었다. 그것은 다윗의 벼락출세에 대한 사울의 분노, 호메로스의 테르시테스가 퍼붓는 독설처럼 유서 깊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에게 질투를 느껴 살의를 품었다는 것은 허구일 가능성이 높지만 음악, 연극,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아고와 이아키모는 어떤가? (‘이아’라는 발음은 셰익스피어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었을까?) 아니면 윔블던에서 해마다 로저 페더러와 가망 없는 경기를 해야 하는 선수들은?
나는 다른 글에서 교사와 학생, 스승과 제자 사이의 긴장, 불가피한 심리적 거세의 가능성을 분석해본 적이 있다. 양쪽 모두 오만과 질투를 동시에 느끼기 때문에 관계는 일종의 모순이 되고, 악명 높은 딜레마가 작동한다. 스승은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면서 스스로를 소비하고 자산을 위축시킨다. 시간은 그에게 적대적이다. 그런 한편 교육자의 명시적 목적과 명성을 이루는 것은 제자의 진보, 학생의 발전이다. 기술이 확실히 전달될수록, 교사의 능력도 높이 평가받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밀려날 위험도 커진다. 발전과 자기 파괴가 동시에 작동하는 변증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