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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91187295655
· 쪽수 : 784쪽
· 출판일 : 2022-06-30
책 소개
목차
고향에 부치는 찬가
바람 박사
구로타니 마을
돛 그림자
바다 안개
오만한 눈
간음에 부쳐
여자
불가해한 실연에 대하여
남풍보
일본 문화 사관
어디로
타락론
백치
외투와 청공
여체
전쟁과 한 여인
사랑을 하러 간다
바람과 빛과 스무 살의 나와
활짝 핀 벚나무 숲 아래
나는 바다를 껴안고 있고 싶다
연애론
어두운 청춘
장난감 상자
푸른 도깨비의 훈도시를 빠는 여인
암호
불량소년과 그리스도
행운유수
간장 선생
요나가 아씨와 미미오
사카구치 안고 연보
책속에서
나는 찾아 헤맸다. 헛되이, 열광하는 자신의 체취를 느낄 뿐이었다. 나는 추억을 파헤쳐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추억의 가장 깊은 구석에 처박혀 있던, 켜켜이 먼지에 싸인 하나의 모습을 찾아냈다. 그것은 한 소녀였다. 그것은 나의 고향에 살고 있었다. 겨우, 한두 번 말을 나눈 기억이 있었다. 내가 고향을 떠난 이래─10년 가까이 만난 일이 없었다. 이제는 생사조차 몰랐다. 그러나 파헤쳐낸 먼지투성이의 모습은 신기하게도 생생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날이 가면서 나는, 그 모습의 생기와 나 자신의 생기를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쫓기듯이 여행길에 올랐다. 매연으로 볼이 새까매져 있었다.
그녀는 말하자면, 내 안에서, 이처럼 실감이 희박한 존재였다. 나는 소녀인 그녀를 기억 속에서 알고 있었다. 그것은 의심할 바 없이 진실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 내 안에서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내 안에서 성장한 그녀는 이제는 현실에서 자라난 그녀와는 별개의 사람인지도 몰랐다. 내 안의 그녀는 말하자면 하나의 개념이고, 하나의 상징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 개념을 쫓아 북국(北國)의 항구마을로 태양을 헤엄쳐온 나는 개념도 아니고, 상징도 아니었다. 그것은 현실의 나였다.
누나 역시, 누나 자신의 거짓을 언짢아하고 있었다. 누나는 문병객의 거짓말에 괴로워하고 있었으므로, 그들의 선수를 치듯이 누나 자신이 오히려 거짓말만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그것은 흰 모기장이었다. 전등을 끄고, 두 사람은 한밤중까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서로의 신세한탄을 했다. 한 사람이 진실에 접근하려 하면, 한 사람이 황급하게 화제를 바꾸었다. 서로 동정하는 체했다. 거짓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지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