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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교육학 > 교육 일반
· ISBN : 9791191638271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5-07-10
책 소개
목차
그날 새벽
춤을 추다
시발 롤 모델
소라의 겨울
지훈이의 캔버스
정수야 정수야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제 경찰들은 완전하게 이곳에서 철수한 듯했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이 창고에서 10분, 아니 5분이라도 더 있을 수 있다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좁은 공간에 단둘이 있었다는 것이 그냥 상황이 준 경험인지, 둘에게만 있었던 특별한 것인지도 헤아리기 어려웠다. 사실 나는 시종 설렜지만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 관계의 끝은 예상할 수 없다. 나에게 좋은 쪽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 결과에 대비하여 감정 소모를 절제해야 했다. 나와 경애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고, 삶과 생활, 친구, 대화, 취미 모든 것이 달랐다. 현실에서 우리를 잇는 끈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창고 안을 더욱 허허롭게 했다.
― 「그날 새벽」 중에서
엄마가 가끔 주는 생활비는 지영에게 생명줄이었다. 지영은 알고 있었다. 내가 너무 힘든 내색하면 엄마도 미안해 할 것이고, 동생들도 불편할 테니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가끔 설움이 북받쳐 혼자 숨죽여 울었지만 평소엔 그러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영에게는 특유의 낙관이 있었다. 그냥 ‘잘될 거야’를 되뇌면 시간이 지나갔다. 지동이도 작년보단 올해 돌보기 쉬워졌고, 지훈이도 자기 혼자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반찬과 함께 먹을 줄 아니 그것도 고마웠다. 힘들었지만 살 만했다.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 「춤을 추다」 중에서
민 선생은 쉬는 시간 10분을 다 보내고 나서야 아이들을 뒤로 한 채 교실을 나왔다. 교무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다. 긴장했던 몸에서 정기가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사과를 받아 내고야 말겠다는 녀석의 확신에 찬 태도는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만약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이거나 욕을 했다면 바로 아동학대 혐의자로 신고를 당했겠지. 그나마 끝까지 화를 내지 않은 것은 잘한 일인가. 아니면 학생과 들러붙어 싸우기라도 해야 했을까?’ 여러 잡념이 민 선생을 서글프게 했다.
― 「시발 롤 모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