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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290861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24-01-18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사사로운 사전 4
고개는 넘을수록 슬픈 것이었다 14
단속하는 마음 26
공무도하가 38
부패엔 계절이 없다 50
어느 시절의 숙취 66
정말로 비상 76
묻고 살지요 88
18,710,459개의 사연 102
나는 한 명의 외로운 운전사 110
철 지난 인간의 무대 124
짬밥은 맛이 없다 136
홍대입구역 8 번 출구 146
만 원짜리 밤 154
부끄럽지만, 마지막 마음 164
에필로그|이상한 나라의 경찰관 178
추천의 글 184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물을 잔뜩 머금은 노인 변사자를 한강에서 인양한 뒤 검시하기 위해 안치실에서 짐을 풀어헤치다가 옷 속 주머니란 주머니에 커다란 돌들이 가득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토록 행동하게 만든 삶의 가혹함이여. 영영 강 속에 잠기고 싶어 하나둘 주워 모은 돌의 무게까지 끌어안고 투신하게 만든 생의 절벽이여. 사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따금 옷에 돌을 넣어둔 변사자를 마주할 때면 한강은 강이 아닌 절망의 심연이라 믿어졌다. 이곳이 심연이 아니면 무엇일까. 속절없이 사람을 집어삼키는 한강에서 더는 어떤 진실도 가라앉아선 안 된다. 추운 날씨에 한강이 얼어붙은 것도 모르고 투신하다 딱딱한 얼음에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는 사람도, 다리 아래로 굳건히 걸어 들어가 이내 강 속으로 사라지는 사람도 있다. 그걸 지켜보면서도 말리지 못하는 고통이 참을 수 없이 쓰리다.
공무도하가 중에서
경찰관이 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떤 직업을 선택해서 무얼 기준 삼아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어떤 삶이 펼쳐질까. 변사자의 휴대폰을 잠금 해제하기 위해 영안실에서 차갑게 굳은 변사자의 손가락을 연신 어루만지지 않아도 되는 삶이라는 건. 뻣뻣하게 굳은 손가락을 힘껏 펴다가 사후 경직으로 인해 변사자의 손이 내 손을 꽉 잡는 순간을 경험하지 않는 삶이라는 건.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을 더 자주 본다는 건. 도대체 어떤 삶일까. 돌아갈 수 없고 다시 경험하지도 못할 삶을 갈망하며 주위를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사건 현장이다.
어느 시절의 숙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