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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대학교재/전문서적 > 생활환경계열 > 가정학
· ISBN : 9791193707128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24-01-31
책 소개
목차
발간사 ㆍ 5
머리말 ㆍ 11
1부. 가족 커뮤니티 윤리의 인문학적 탐색
1. 일상의 시간과 감성의 시간을 통한 관계맺음의 의미 한의숭 / 19
Ⅰ. 전통 시대의 관계 맺기란? / 19
Ⅱ. 일상의 시간 소통 창구 – 서간(書簡) / 21
1. 지기(知己)의 관계를 위한 내면 소통 / 21
2. ‘쇠병(衰病)’ 표출을 통한 신체적 시간의 공유 / 27
3. 관계 부재의 현실적 시간에 대한 회한 / 30
Ⅲ. 감성의 시간 유로의 통로 – 제문(祭文) / 34
1. 공통 경험의 시간 회고를 통한 감성 유로 / 34
2. 재회 불가능한 시간에 대한 회한의 정서 토로 / 37
Ⅳ. 일상과 감성의 시간이 축적된 관계 맺음의 의미 / 40
2. 공동체 구성 원리로서 유교윤리의 의미와 한계 장복동 / 45
Ⅰ. 머리말 / 45
Ⅱ. 공동체 구성 원리로서 유교윤리의 특징 / 48
Ⅲ. ‘잘 사귐[善際]’의 공동체에서 ‘서(恕)’의 실천 / 61
Ⅳ. 화해(和諧)와 공존의 공동체를 향하여 / 68
Ⅴ. 맺음말 / 78
3. 공서의 대상으로 인정받기 한의숭 / 81
Ⅰ. 전통시대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각 / 81
Ⅱ. 공서(共棲)의 개념과 대상과의 관계 / 84
Ⅲ. 공서(共棲)가 문학적으로 재현된 양상과 의미 / 90
1. 윤리적 가치를 공서의 수단으로 활용 / 90
2. 남성 주도적 행위의 전유를 통한 공서의 대상 각인 / 96
3.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정적 시선의 투사 / 99
Ⅳ. 공서(共棲)를 통해 공동체 다시 보기 / 103
2부. 가족시연의 변화와 가족실천의 새로운 지형
4. 마을, 여성, 돌봄 추주희 / 109
― 집성촌 여성의 노동과 돌봄 문화의 변화
Ⅰ. 노인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기 / 109
Ⅱ. 농촌 여성의 젠더규범과 마을 / 112
1. 농촌경제와 젠더규범 / 112
2. 농촌 여성노인의 장소적 경험 / 116
Ⅲ. 연구방법과 연구참여자 개관 / 118
1. 연구방법 및 자료수집 과정 / 118
2. 광주 너브실마을과 구술자의 특징 / 120
Ⅳ. 노동경험과 돌봄활동의 재구성 / 125
1. 집성촌 내의 노동조건의 변화와 가족 규범의 균열 / 125
2. 마을의 밖의 노동 기회와 사회적 관계의 확장 / 133
3. 마을 삶의 전통과 돌봄 문화의 변화 / 137
Ⅳ. 결론 / 148
5. 결혼식을 통해 본 인상관리와 가족시연 서경원 / 153
― 온라인 문화기술지 사례를 중심으로
Ⅰ. 서론 / 153
Ⅱ. 연구방법 / 155
1. 온라인 문화기술지(online ethnography) / 155
2. 이론적 배경 / 160
Ⅲ. 현대사회의 개인화와 고독 감추기 / 164
Ⅳ. 정상가족 시연과 수치 감추기 / 179
Ⅴ. 결론 / 189
6. 청소년 한모의 주거 경험을 통해 본 가족실천 박주희 / 191
― 광주지역 거주자의 주거 이동 경험을 중심으로
Ⅰ. 머리말 / 191
Ⅱ. 한부모 여성가구주의 독립과 주거: 주거취약계층 논의의 한계를 넘어 / 193
1. 주거약자 정책과 주거권 논의 / 193
2. 젠더 관점에서 본 주거권 / 194
Ⅲ. 주거의 의미: 독립 의지와 양육 의지의 실현 / 196
1. 연구참여자의 일과 주거 상황 / 196
2. 독립의 의미: 원가족으로부터의 주거 분리 / 200
Ⅳ. 주거 이동 경험 / 202
1. 불안정 주거와 제도 안에서의 표류 / 202
2. 시설 안에서의 경험: 가부장적 규율과 자립 요구 / 204
Ⅴ. 청소년 한모의 주거권 구성요소: 안전과 돌봄이 보장되는 주거 / 212
1. 주거권 인식: 안전하고 쾌적하게 거주할 권리 / 212
2. 주거취약계층 특성에 반하는 주거지원정책 / 218
Ⅵ. 결론 / 221
7. 노년의 건강 위기와 돌봄 김경학 / 225
―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노부모와 자녀 이야기
Ⅰ. 머리말 / 225
Ⅱ. 안산 ‘고향마을’ 영주귀국 사할린동포 / 232
Ⅲ. 영주귀국을 둘러싼 부모와 자녀 간 돌봄 담론과 현실 / 236
Ⅳ. 한국 노부모의 건강 위기와 사할린 자녀의 돌봄 실천 / 241
Ⅴ. 영주귀국 노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돌봄 / 245
Ⅵ. 나가는 말 / 254
8. 무연고사망자의 ‘상주 되기’를 통해 본 사후(死後)의 가족정치 이소윤 / 257
Ⅰ. 들어가며 / 257
Ⅱ. 선행연구검토 및 연구방법 / 259
Ⅲ. 연고자가 되지 못한 상주들의 발생과정 / 267
1. 연고(緣故)개념의 제도화 과정 / 267
2. 장사법을 뒷받침하는 정상가족주의의 그물망 / 273
Ⅳ. 공영장례를 통한 무연고사망자의 ‘상주 되기’ / 281
1. 관계를 증언하고 고유함을 드러내기 / 281
2. 가족을 대신해서 유골인수하기의 쟁점들 / 289
Ⅴ. 나가며 / 297
참고문헌 / 303
저자소개
책속에서
1부. 가족 커뮤니티 윤리의 인문학적 탐색
1. 일상의 시간과 감성의 시간을 통한 관계맺음의 의미 한의숭
Ⅰ. 전통 시대의 관계 맺기란?
전통 시대 문인들의 문집 속에는 한 사람의 고유한 정체가 녹아들어 있다. 당대를 살아간 선비의 지향을 문집을 통해 엿볼 수 있는데, 특히 주변 문인과의 교유는 관계 맺음의 소통 방식으로 주목을 요하는 부분에 해당된다. 이른바 사우관계가 그것으로 조선시대 문인들은 학파와 학맥의 구성을 통해 특유의 동질성과 집단성을 표출하였다. 퇴계학파나 남명학파로 불릴 수 있는 근저에는 사우관계로 형성된 학파 특유의 동류의식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류의식은 어찌 보면 특별한 계기로 인해 형성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스승을 정점으로 의식과 지향을 함께하는 집단지성의 존재는 존숭과 추념에 바탕을 둔 무의식적 행동이 실천을 통해 마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스승 및 벗들과 일상 속에서 교감하면서 공유했던 의식의 교통을 통해 상호 간의 관계 맺음을 확인한 결과에 해당되는 것이다.
관계 맺음의 양상은 문집 속에 남은 흔적을 통해 명징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 그 대표적인 양식으로 서간과 제문을 꼽을 수 있다. 일상에서 이루어진 소통과 공감, 위로와 연대의 증거로 이해되는 해당 글들은 한 사람의 진경을 마주하는 도구이자 통로로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서간과 제문에 대한 연구는 기왕에 많은 성과가 제출된 바 있다. 서간의 경우 실용문의 성격을 띠고 있는 관계로 형식에 대한 연구가 최근 이루어진 바 있고, 제문의 경우 특유의 감성이 유로되는 관계로 개별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구현된 미학적 특징에 대한 논의가 최근 흐름을 이루고 있다.
본고는 기존의 논의에서 발견된 양상을 비판적으로 흡수하되, 양식의 구현을 통해 마련된 사람의 관계 맺음에 대해 주목해 보고자 한다. 어떤 측면에선 서간과 제문은 특유의 실용문적인 성격으로 인해 일상의 단면을 기록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별 보잘 것 없는 사소한 일상이 쌓여 구축된 삶이라고 하는 것이 때론 특별한 의미와 행동으로 발전될 가능성 또한 담지하기도 한다. 특히 관계 맺음이라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과정을 함축한 것이며, 과정에 중요한 계기로 작동하는 게 주고받음이라면 그것의 실천으로 드러나는 것이 서간과 제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본고는 형식적 틀을 갖춘 글이 실용성을 드러낸 이면에 담은 지향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리의 삶이 별일 없이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축적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며, 그러한 시간 속에서 짧은 보폭이지만 새로운 나와 우리가 성장한다면 무심한 듯 내뱉어진 말 속에 담긴 의식이 뚜렷하게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Ⅱ. 일상의 시간 소통 창구 – 서간(書簡)
1. 지기(知己)의 관계를 위한 내면 소통
서신은 문자를 빌려서 소식을 전하는 응용문을 지칭한다. 전통시대 문인들이 소통할 수 있는 대표적 수단이 바로 서간, 즉 편지였다. 때문에 문집에서 문인들의 교유 양상을 살피는 데 있어서 중요한 증거로 서간이 포착되었다. 지산집(芝山集)에 수록된 서간 또한 마찬가지로, 지산은 여느 문인들처럼 서간을 통해 주변 문인들과 일상을 주고받았다. 편지의 기능이 안부와 소식을 교통하여 교유를 심화시키는 것에 있기 때문에 그 속에서 당시의 상황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지산집에 실린 서간의 경우 주로 만년의 것이 다수를 차지한다. 지산은 임진왜란의 풍파 속에서 전장을 누비던 선비 가운데 하나였다. 그것도 여타 문인들에 비해 전투에서 직접 공을 세운 장수형 선비에 해당된다. 그렇다 보니 문명이 알려졌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주로 장수로써의 형상이 포착되어 기록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서간들 가운데 존모의 대상으로 여겼던 문인들과의 편지가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곽재우(郭再祐)와 주고받은 것이다. 지산은 망우당과 교유를 나누면서 상호 존경의 대상으로 대우하였다. 아래 서간에서는 지산과 망우당 사이의 지기적 관계의 일면이 드러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랫동안 그대의 높은 풍모를 우러르면서 매번 한 차례 만나 회포를 풀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였으나, 몸이 늙고 병이 깊어져서 문 닫고 들어앉은 채 고요함만을 지키고 있었네. 그러다가 시절이 다시 돌아와 先壟에 가서 살펴보고 오는 도중에 그만 병에 걸린 탓에 그대의 그윽한 초청을 받고서도 物外에서 노니는 그대의 맑은 의표를 가까이할 길이 없어서 몹시도 서운하였었네. 그러던 차에 홀연 그대가 보낸 서한을 받아 보니, 정성스러운 뜻이 담겨 있었네. 이에 황홀하기가 마치 雲水 사이에서 한번 접한 것만 같아 몹시 기분이 상쾌해졌는바, 참으로 많은 위로가 되었네.
다만 호방하고 굳건한 문장을 지을 만한 사람이 이 세상에 많이 있는데, 記文을 짓는 것을 그런 사람들에게 부탁하지 않고 거칠고 못나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에게 부탁하다니, 이는 거렁뱅이의 품속에서 보옥을 찾고 썩은 흙덩이에서 영지버섯이 자라나기를 책하는 격인바, 잘못된 것이 아니겠는가. 나 호익의 재주와 학문이 부족하고 용렬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대가 이미 여러 차례 들었을 것이네. 그런데 어찌 이것을 가지고 서로 간에 장난한단 말인가. 참으로 우습고 우습네. 몸을 잘 보중하기 바라네.
위의 서간을 살펴보면 망우당이 지산에게 기문을 청탁한 것에 대해 지산이 겸양의 의사를 드러내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문기는 상대에 대한 존숭의 정서를 한층 고양시킨 뒤 ‘황졸부유(荒拙腐儒)’로 자신을 낮추면서 의사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위의 단락 구분을 통해 명징하게 확인되는 양상으로 관계 맺음을 조절하고 있는 경향이 감지되는 것이기도 하다.
되돌아보건대 20년간이나 죄수인 채로 지냈고 8년간 전란을 당하여 여기저기 분주하게 떠돌아다니면서 고생을 겪은 나머지 친척과 친구들은 영락하여 이미 다 죽고 이 백발의 늙은이만이 공연스레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만 품고 있습니다. 가을 초에 비로소 이곳에 와서 묵고 있노라니 화표주(華表柱)의 그림자가 외롭기에 이곳저곳 서성이면서 슬피 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