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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미야노 마키코, 이소노 마호 (지은이), 김영현 (옮긴이)
다다서재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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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나눈 말들)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96820091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21-03-29

책 소개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눈감기 직전까지 의료인류학자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예고 없이 닥친 ‘질병’과 죽음의 의미를 자신의 전공 주제인 ‘우연’으로 해석하려 한 것이다.
“마음을 뒤흔드는 명저다!”
“읽고 나면 움직이기 힘들 만큼 강렬한 책!”

철학자와 의료인류학자,
질병과 죽음 앞에 선 인간의 삶을 사유하다


마흔을 갓 넘은 나이에 유방암의 다발성 전이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주변을 정리하고 예정된 강연을 취소하려 한다. 그러자 강연의 주최자인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는 그를 만류한다. “어쩌면 건강한 내가 당신보다 먼저 교통사고로 죽게 될지도 몰라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도 기약 없는 약속을 하는 인간의 운명적 딜레마를 목도한 철학자는 ‘죽음의 준비’를 멈춘다. 그리고 의료인류학자에게 서신 교환을 제안한다. 점점 사라져가는 자신의 몸과 다가올 죽음을 소재로 삼아,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우연’을 주제로.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은 말기 암으로 죽음을 앞둔 철학자가 의료인류학자와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오랫동안 임상 현장을 조사하며 질병과 죽음, 확률과 선택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와 평생 ‘우연’에 천착해온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철학적 주제인 ‘우연’을 통해 ‘질병’이라는 실체적 문제를 사유한다. 두 여성 학자는 스무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인간에게 우연히 찾아드는 만남과 질병, 반드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이별과 죽음, 나아가 죽음이라는 정해진 운명 앞에서도 계속되는 인간의 삶에 대해 근본적인 화두를 던진다.

질병은 대상이 아닌 정체성의 문제
환자가 아닌 인간으로 살아가기 위해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환자가 아닌 철학자로서 계속 살아가겠노라 결심한다. 그리고 환자라는 정체성을 100퍼센트 받아들이지 않은 채 일상을 이어간다. 어쩌면 내일이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일을 계획하며 전과 같은 일상을 이어간다. 극심한 고통을 모르핀으로 누르며 학생들의 기말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언제 나올지 모를 책 출간 계약을 맺으며 새로운 철학적 사유에 골몰한다.
우리 사회에는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 보호자와 환자 같은 이분법적 사고가 만연해 있다. 그 때문에 질병은 한 인간이 평생 가꿔온 삶을 단순한 환자의 삶으로 정리해버린다. 아픈 사람은 모든 인생의 가능성이 차단된 채 오로지 환자답게 살 것을 강요당한다. 건강한 사람은 아픈 사람과 예전에 어떤 관계였건 환자를 배려하고 보호하는 태도만을 우선하느라 본의 아니게 아픈 사람을 환자라는 정체성 안에 가두고 만다. 그러나 건강과 질병, 죽음 사이에 놓여 있는 수많은 삶과 가능성을 배제하고 인간을 환자와 비환자로 규정짓는 것이 과연 온당할까?
미야노 마키코는 아픈 사람의 정체성이 환자라는 점에 고정되는 순간 그의 앞에 놓인 인생의 수많은 가능성이 사라져버리며 주변 사람과의 관계 역시 환자와 보호자로 경직되어 의미 있는 관계 맺기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이 하나의 점에 고정되지 않고 타인과 함께 세상에 자신만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가야 비로소 삶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부족한 사회
인간이 마지막까지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질병은 ‘불행’으로 치부된다. 그리고 과학은 그 ‘불행’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각종 통계에 근거해 습관, 식생활, 유전적 요인, 부주의로 인해 특정한 병에 걸렸다고 결론 내린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 일해온 의료인류학자 이소노 마호는 이런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확률론이 그저 ‘약한 운명론’과 다르지 않으며, 그 운명론이 아픈 개인에게 질병에 대한 책임을 전가한다고 말한다.
“이 약을 먹으면 몇 퍼센트의 확률로 이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이 유발하는 모호한 공포, “암이 나으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 속에 담긴 폭력성을 지적하며, 이 책은 질병과 죽음에 대한 사유가 부족한 우리 사회의 맹점을 짚어낸다.
말기 암이라는 최악의 ‘불행’을 맞이한 철학자 미야노 마키코는 자신이 ‘불운’할 뿐, 절대 ‘불행’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이런저런 합리적 분석을 해본들 실상 질병은 그저 우연히 우리에게 당도할 뿐이며, 인간은 그 우연성에 몸을 내맡기고 살아가는 존재라고 그는 말한다.
수많은 강연과 행사에 참여하고, 두 권의 책을 쓴 미야노 마키코는 이 책의 서문을 쓰고 몇 시간 뒤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보름 뒤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우연에 몸을 맡긴 채 다양한 사람과 어울리며 궤적을 그리다가 미완으로 끝나는 삶’을 살고 떠났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과 세계를 진심으로 사랑하다 떠난 젊은 철학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그리고 두 여성 학자가 삶과 죽음, 추상과 구체를 오가며 서로에게 던지는 묵직한 화두는 우리가 그동안 질병과 죽음을 대하던 방식을 의심하게 한다. 숫자에 근거해 미래를 예측하는 합리적 사고가 과연 우리 삶을 온전하게 지탱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목차

들어가며

첫 번째 편지
갑자기 병세가 악화될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 편지
무엇으로 지금을 바라보는가

세 번째 편지
4연패와 대체요법

네 번째 편지
우연을 연구하는 합리적 철학자

다섯 번째 편지
불운과 요술

여섯 번째 편지
전환이니 비약이니

일곱 번째 편지
“몸조리 잘하세요.”가 쓸모없어질 때

여덟 번째 편지
에이스의 역할

아홉 번째 편지
세계를 가로질러 선을 그려라!

열 번째 편지
정말로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었습니다

이 책의 무대 뒤에서는
감사의 말
덧붙이는 글
옮긴이의 말
인용 참고문헌

저자소개

미야노 마키코 (지은이)    정보 더보기
철학자. 전 후쿠오카대학교 인문학부 부교수. 2000년에 교토대학교 문학부 문학과를 졸업했고, 2007년까지 동 대학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인간과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일본 철학사다. 지은 책으로 『왜 우리는 사랑하며 살아가는가: ‘만남’과 ‘연애’의 근대 일본 정신사』 『마주침의 아련함: 구키 슈조의 존재논리학과 해후의 윤리』 등이 있고, 후지타 히사시와 함께 ‘사랑·성·가족의 철학’(전3권)을 엮었다. 오랫동안 앓았던 유방암이 다발성 전이가 되어 언제 병세가 악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2019년 4월부터 이소노 마호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2019년 7월 6일까지 이 책의 원고를 집필했으며, 7월 22일 출간을 보지 못한 채 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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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노 마호 (지은이)    정보 더보기
인류학자. 전 국제의료복지대학교 대학원 부교수. 1999년 와세다대학교 인간과학부 스포츠과학과를 졸업했다. 오리건주립대학교 응용인류학연구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고, 2010년에는 와세다대학교 문학연구과 후기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문학 박사이며, 전문 분야는 문화인류학과 의료인류학이다. 지은 책으로 『왜 평범하게 먹을 수 없는가: 거식과 과식의 문화인류학』 『의료인이 말하는 정답 없는 세계: 목숨을 지키는 이들의 인류학』 『다이어트 환상: 마른다는 것, 사랑받는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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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출판 기획편집자로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만들었고, 현재는 일본어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1, 2』 『서로 다른 기념일』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목소리 순례』 『먹는 것과 싸는 것』 『마이너리티 디자인』 『물속의 철학자들』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고통』 『양손에 토카레프』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와 예술을 보러 가다』 『돌봄, 동기화, 자유』 『몸은, 제멋대로 한다』 『우리는 왜 선물을 줄 때 기쁨을 느끼는가』 『있기 힘든 사람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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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제가 ‘언제 죽어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이라는 말에서 기만을 느끼는 까닭은 죽음이라는 도착지가 확실하다고 해도 그 도착지만 보고 지금을 살아간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인생의 가능성을 놓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미래를 전체적으로 온전히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잊게 됩니다.


‘암이 낫는다.’와 ‘암이 낫지 않는다.’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고, 그 간극 속에는 갖가지 삶의 방식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만 검사를 받는 환자는 ‘암이 나은 사람’일까요? 그렇다면 검사를 앞두고 품는 ‘혹시 낫지 않았으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은 어떻게 생각하면 될까요? 한 달에 한 번 호르몬 주사 치료를 받지만, ‘병에 대해서는 주사를 맞을 때나 생각할 뿐이야.’라며 일에 매진하는 사람은 ‘암이 낫지 않은 환자’일까요?


암의 대체요법에 대해 많은 의사와 저널리스트는 근거 있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자신을 갖고 우리에게 가르쳐주려 하는 과학적 근거도 결국 ‘일어날지 모르는 일’들을 쌓아올린 것에 불과합니다. “이 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20퍼센트 확률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환자는 부작용을 반드시 피하고 싶은데, 그런 환자 앞에 “부작용이 없어요.”라며 ‘강한 운명론’을 내세우는 대체요법이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그리고 만약 환자가 표준요법이 아니라 대체요법을 선택한다면요? 환자의 선택을 비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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