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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소설론
· ISBN : 979119907290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2-14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글
채식주의자 (김건형)
지구를 받치는 나무 자매들의 비폭력 무저항 선언문 - 돌봄의 역설, 인류의 역설 너머로
희랍어 시간 (최다영)
침묵의 숲
소년이 온다 (성현아)
잇닿음과 맺음 - 서로에게 닿을 때 우리에게 다음이 온다
흰 (허희)
사랑을 되풀이하는 몸말
작별하지 않는다 (강경희)
종결하지 않는 기억과 약속
책속에서
영혜의 죽음 충동은 모든 것을 포기한 절망이나 이 세상에서 혼자 탈출하려는 도피로 한정할 순 없다. 오히려 그간의 동물적 면모를 모두 녹여 땅속으로 들어가서 온전한 존재로 다시 거꾸로 돋아나고 싶다는 근본적 재탄생에 대한 열망에 가깝다. 영혜를 부르는 나무들의 소리는 기실 인류 전체를 향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려는 지구의 부름인 것이다. 나무처럼 물구나무를 서자, 비로소 현실을 뒤집어 볼 수 있다. 이처럼 『채식주의자』는 남성-인간 중심적 가부장제와 산업 문명의 결합으로 인해 여성과 자연이 모두 착취당하고 있다는 비판적 사유, 에코 페미니즘과 공명한다. 그러면서도 모성을 찬미하거나나 돌봄을 재생산하는 기존의 방식에는 단호히 거리를 두고 (상징적) 죽음 충동으로 나아간다. (「채식주의자」 )
이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사랑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지만, 섣불리 사랑이라 일컫기 주저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슬픔이라는 신성이 이들을 강하게 연결하고 있어 이에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자와 여자가 상대방을 통해 서로 구하고 있는 건 완전히 다른 것일지도 모른다. 남자는 첫사랑 '당신'에게서 희구했던 아름다움과 구원을 여자를 통해 대리 충족하는 것일 수도 있고, 여자는 여태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던 남자의 슬픔과 생명을 읽음으로써 그를 어떠한 언어로 인식하게 된 것일 수 있다. 과거 생경한 단어와의 조우를 통해 언어를 다시 찾게 되었듯이, 그와의 교감을 통해 여자의 두 번째 실어증에 금이 간다. (「희랍어 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