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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으)로 21,551개의 도서가 검색 되었습니다.
9791199874510

B밀의 숲 (위기의 스타트업, 그 생존의 기록)

김형석  | 두유식빵
19,800원  | 20260508  | 9791199874510
위기의 순간, 회사는 어떤 기준으로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가. 『B밀의숲』은 병원 예약 서비스 ‘똑닥’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비브로스의 CEO가 구성원들에게 매주 공유했던 글을 엮은 책이다. 이 글들은 외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방향과 과제, 일하는 방식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해 쓰인 내부 기록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비브로스는 매달 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구조조정 대신 새로운 사업 모델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작성된 글들은 회사가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며, 어디로 나아가려 하는지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한 도구였다. 이 책에는 유료 멤버십 도입, 사업 방향 전환, 조직 구조와 평가 방식에 대한 변화 등 실제 회사에서 이루어진 주요 결정과 그 배경이 담겨 있다. 결과를 정리하기보다는,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고민과 판단의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또한 『B밀의숲』은 한 회사의 기록에 그치지 않는다. 회사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일과 조직을 바라보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함께 던진다. 정답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기록이 될 것이다.
9791192986562

뿔 (곽해룡 동시집)

곽해룡  | b
11,700원  | 20260415  | 9791192986562
도서출판 b에서 ‘줄탁동시’라는 이름의 동시집 시리즈를 마련했다. 줄탁동시(啐啄童詩)라는 말에는 ‘어린이가 선생님, 부모님과 함께 읽는 동시’라는 뜻이 담겼다. 알 껍질 안쪽에서 쪼아대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그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알 껍질 밖에서 쪼아주는 것을 탁(啄)이라고 한다. 어린이가 시를 읽기 시작하며 넓은 세상을 만나고자 할 때, 알 껍질의 안팎에서 병아리와 어미 닭이 동시에 쪼듯이 함께 힘을 보태자는 마음이 담겼다. 곽해룡 시인의 동시집 〈뿔〉이 첫 번째 알을 깨고 나왔다.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속에서 언제 뿔이 돋아나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뿔은 누구를 공격하기 위함이 아니라 세상에 물어보기 위함이라는 이유도 말이다. 세상을 조금 다르게 보고, 조금 더 궁금해하고,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생각의 뿔들이 아이들을 더 단단하고 자유롭게 만들 것을 믿는 시인이다. 시집의 구성도 눈에 띈다. 1부와 2부의 시는 열 편이 넘는데 3부는 네 편밖에 안 된다. 4부는 하물며 스무 편이 넘는데, 5부는 달랑 다섯 편이다. 왜 그랬는지 시인에게 물어봤다. 독자들도 궁금하겠지만 말하지 않겠다. 궁금하면? 오백 원. (시인의 의도를 찾아가는 것도 시 읽기의 큰 즐거움일 테니까.) 첫 시가 「뿔」이다. “거울을 본 적 없는 어린 송아지는 / 어미 소처럼 자기 머리에 / 힘센 뿔이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근사한 뿔을 믿고 겁 없는 송아지들이” 씩씩하게 세상을 향해 뿔질을 해대는 거다. 이 어린 송아지가 조금 삐딱하게 바라본 사물들, 살면서 만난 사람들과 기억들, 길에서 마주친 생명들에게 말을 건넨다. “왜 그래?” 시인은 사랑스러운 어린 뿔들을 “저금통”이라고 말한다. 그것도 “동전 하나 넣으면 / 넣은 만큼만 쌓이는 그런 저금통 아”니라 “온몸이 투입구여서 / 세상 모든 걸 받아 들이”고 종국에는 “세상보다 내가 더 커지는”(「저금통」) 저금통이란다. 이렇게 상큼하고 감각적인 시선이 시집 곳곳에 숨어 있다. 어느 구석에 가면 쿰쿰하기도 하고, 아리기도 하고 따습기도 한 시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시집에는 그림을 넣지 않았다. 시인은 그림이 없는 동시집이라는 작은 형식을 고집했다. 시를 읽는 일은 글자 사이에 숨은 풍경을 독자 스스로 그려 보는 일이라고 시인은 생각한다. 좋은 글과 좋은 그림이 만나 더 큰 울림을 주는 동시집이 많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좋은 그림 ‘자리에’ 독자의 수많은 ‘다른 풍경’이 들어서길 원했다. 이 시집에는 마침표도 없다. 일부러 생략했거나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겠다는 시인의 의지이다.
9791192986555

달랑베르의 꿈, 물질과 운동의 철학적 원리

드니 디드로  | b
13,500원  | 20260305  | 9791192986555
18세기 계몽주의 사유의 걸작 디드로가 고민했던 모든 주제의 망라 “확실히 디드로의 이 저작에는 유머가 있고 외설이 있고 야유가 있다. 그러나 디드로는 이 중 어느 한쪽을 우위에 두면서 이 저작을 쓰고 찢고 되살린 것은 아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하다면 생명의 학문에 대한 〈백과사전〉적인 기술이라고 해도 좋겠다.” -옮긴이 해제 도서출판 b의 ‘b판고전’ 시리즈 서른두 번째 책으로 프랑스 계몽주의의 거인 드니 디드로의 〈달랑베르의 꿈 ㆍ물질과 운동의 철학적 원리〉(이하 〈달랑베르의 꿈〉)가 발간되었다. 이 책은 〈백과전서〉 편찬으로 유럽 지식사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디드로가 남긴 가장 대담하고 독창적인 철학적 저술로 꼽힌다. 이 책은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세 편의 텍스트-‘달랑베르 씨와 디드로 씨의 대화의 계속’, ‘달랑베르의 꿈’, ‘앞 대화의 계속’-로 이루어진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 달랑베르와 디드로 본인이 나누는 대화에서 시작해, 잠든 달랑베르가 헛소리처럼 내뱉는 몽중설(夢中說)을 거쳐, 의사 보르되와 레스피나스 양이 나누는 생물학적 파격에 관한 세 편의 연작 대화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디드로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유물론과 생명 철학의 논의를 ‘대화’와 ‘꿈’이라는 극적 장치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이성적 검열이 해제된 상태에서만 분출될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이고 전위적인 사유를 펼쳐 보인다. 디드로는 이 작품에서 당시 지배적이었던 기계론적 세계관을 넘어선 ‘감수성의 유물론’을 제시한다. 그는 우주를 거대한 현악기에 비유하며, 모든 물질은 감수성을 지니고 서로 공명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가 제시한 ‘벌떼의 비유’는 압권이다. 수많은 벌이 모여 하나의 유기체처럼 행동하듯, 인간이라는 개체 역시 수만 개의 살아있는 분자들이 결합한 일시적인 상태에 불과하다는 통찰은 현대의 분자생물학이나 들뢰즈의 ‘리좀’적 사유를 무려 2세기나 앞선 것이다. 함께 번역된 〈물질과 운동의 철학적 원리〉는 디드로의 유물론적 사유가 정제된 형태로 담긴 짧지만 강렬한 논고로, 〈달랑베르의 꿈〉과 함께 읽을 때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유물론적 사유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달랑베르의 꿈〉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포스트-휴머니즘과 신유물론이 논의되는 오늘날, 인간과 사물, 생명과 무생물의 경계를 질문하는 디드로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서사 구조 면에서도 이 작품은 화자의 권위가 해체되고 다성적인 목소리가 충돌하는 ‘서사학’의 선구적 모델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18세기 프랑스의 지적 열기 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우주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박동하고 있다는 경이로운 철학적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9791192986425

실재론 되찾기

휴버트 드레이퍼스, 찰스 테일러  | b
18,000원  | 20250722  | 9791192986425
현대 철학의 두 거장이 만나 데카르트적 인식론의 대전환을 시도한다! “이 책은 철학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때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현대 철학의 쟁점에 진지하게 천착하는 모든 이들의 필독서 목록에 오를 것이다.” -뱅상 데콩브(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
9791192986517

역사 속의 이성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b
19,800원  | 20251205  | 9791192986517
도서출판 b에서 야심차게 펴내고 있는 동서양 고전의 산실, ‘b판고전’ 시리즈의 30권째 책은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의 〈역사 속의 이성〉이다. 이 책은 역시 도서출판 b의 헤겔 연구 시리즈인 ‘헤겔 총서’ 11권과 헤겔의 저서인 〈엔치클로페디: 1권 논리의 학〉에 이어 나온 또 한 권의 헤겔 저서다. 도서출판 b가 국내의 헤겔 연구에 있어 권위 있는 번역자인 이신철 선생과 함께 내고 있는 헤겔의 저서 및 연구서가 벌써 13권째에 이른다는 점은 철학 등 정통 인문학 출판의 하향세 속에서 빛나는 성취라 할 만하다. 헤겔은 〈피히테와 셸링 철학 체계의 차이〉, 〈정신현상학〉, 〈논리의 학〉, 〈엔치클로페디〉, 〈법철학 요강〉 등 오직 5권의 책만을 생전에 출간하였다. 그래서 헤겔 전집을 구성하는 다른 책들은 대부분 헤겔의 강의 원고나 학생들의 필기 노트에 기초하여 사후에 편집된 강의록들이다. 헤겔의 강의는 논리학, 형이상학, 자연 철학, 정신 철학, 법철학, 국가학, 역사 철학, 미학, 예술 철학, 종교 철학, 신학, 철학사 등 광범위하다. 그중 역사 철학과 관련해서 헤겔은 베를린 대학에서 1822/23년 겨울 학기에 처음으로 ‘세계사의 철학’을 강의했고, 이후 2년마다 네 차례씩 이어졌다. 역사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헤겔이 꾸준히 다루고 있으나, ‘세계사의 철학’ 강의와 더불어서야 비로소 역사는 헤겔 철학의 체계 속에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헤겔이 논의하는 ‘역사 철학’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헤겔이 쓴 강의 원고와 청강자들에 의한 필기록 그리고 그것들을 편집한 책들을 읽어야만 한다. 헤겔 사후에 ‘세계사의 철학’의 전체 면모를 제시하기 위해 헤겔의 강의 초고와 강의록들을 토대로 하여 기획된 〈역사 철학 강의〉는 지금까지 네 종류가 편집되었다. 편집자의 이름에 따라 붙여진 이 〈강의〉는 간스 판, 칼 헤겔 판, 라손 판, 그리고 호프마이스터 판이다. 각각의 판은 나름의 장단점을 가진다. 이중 호프마이스터는 지금까지 편집되어온 판의 ‘서론’이 1822년 강의를 위한 원고와 1830년의 강의를 위한 원고라는 전적으로 다른 두 원고에 기초하여 편집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두 원고를 구별하여 제시했고, 헤겔 자신이 쓴 원고와 필기록에 토대한 것을 서로 다른 글자체로 구별하고 있다. 다양한 자료들로부터 헤겔 ‘세계사의 철학’의 통일적인 형태를 복원하여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는 〈역사 철학 강의〉들은 그것들이 지니는 그 모든 약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미가 있으며, 호프마이스터 판을 옮긴 이 〈역사 속의 이성〉 역시 여전히 헤겔 ‘역사 철학’의 텍스트를 공부하고 이를 제대로 탐구할 연구자들과 학생들에게 소중한 자료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전문적 연구 성과이자 정교한 독일 서지학의 산물이기는 하지만, 헤겔을 알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들의 ‘교양’을 위해서도 추천할 만하다. 헤겔의 저서를 바로 읽으며 이해하고 교양을 쌓기에 헤겔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너무나 난해하다. 특히 헤겔 자신이 출판을 염두에 두고 철학의 체계를 잡기 위해 집필한 책들은 구조에서부터 단어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계획과 구상에 의해 구상되고 선택되었기에 그렇다. 이에 비하면 학생들에게 ‘역사 철학’을 강의하기 위해 작성한 강의록과 이를 받아 정리한 학생들의 필기록은 그 악명 높은 난해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이해가 용이하다. 이런 의미에서 헤겔 철학, 그중에서도 그 백미인 헤겔의 역사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하는 일반 독자라면 먼저 〈역사 속의 이성〉을 읽은 후 〈정신현상학〉으로 넘어가는 게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헤겔은 세계사란 역사 속에서 ‘인간적 자유의 이념’이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논의하고, 이러한 과정으로서의 세계사의 궁극 목적을 ‘역사 속의 이성’이라고 명명한다. 현실 역사를 세계 정신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것으로 파악하는 헤겔의 독창적인 역사론은 헤겔 철학의 핵심 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역사 속의 이성〉이라는 그의 ‘세계사’ 강의를 읽으면서 19세기 초 베를린 대학에서 헤겔 강의를 듣는 학생이 되어, 세계사를 자신의 철학으로 체계화하려 했던 놀라운 철학자의 육성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경험하는 것과 경험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9791192986579

동작역에서 (윤재철 시집)

윤재철  | b
10,800원  | 20260420  | 9791192986579
“긴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삶의 본질에 육박하는 시” 윤재철 시인의 열한 번째 시집 〈동작역에서〉가 출간되었다. 총 62편의 신작 시가 수록되어 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일상생활, 2부는 강변 풍경, 3부는 박물관 구경, 4부는 지명 시로 갈라놓았다. 윤재철 시인의 근래 시들은 집중적으로 시간에 천착하고 있다. “수만 년 혹은 수천 년 전부터 지금을 향해 오고 있는 아니 지금을 향해 가고 있는 시간의 발자국을 따라”(「시작 노트」) 걸으며 ‘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삶의 본질에 육박하는 시’를 추구하고 있다. 많은 시인들이 좇던 시적 주제이기도 했던 그 ‘시간’은,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모든 대상의 존재성을 쇠퇴시키고 새롭게 생성시키며 재구성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거나, 산책을 하거나, 박물관에 가거나, 여행을 하며 만나는 시적 대상들 가운데 그 무엇도, 존재의 가시적 형식은,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반복적이면서도 늘 변화하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느끼며, 아쉬워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인간이 살아가는 세태와 모습은 변하지만 그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그리고 그 삶의 본질이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가는 과정을 역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본질을 역사라는 시간 위에서 파악하고자 하는 방법은 옳고도 자연스럽다. 윤재철 시인이 파악하고 있는 본질은 이렇다. “종각을 둘러친 돌담장 곁/사월의 녹음 속에/백모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천년을 가슴에 묻어 둔/향기 글썽이며/지금 백모란꽃이 피었”(「백모란」)다고 노래한다. 모란은 그 자태와 향기에 있어서 으뜸인 꽃 중의 꽃이라고 일컬어져 왔는데 오늘날 어떤 정원에서도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다. 선인들이 아름답기가 최고라고 하던 꽃을 옛 민화나 도자기에서나 보게 되는 까닭은 무엇인가. 우연히 박물관 종각 돌담장 옆에서 마주하게 된 기가 막힌 모란의 아름다움과 향기는 무엇인가? “새는 지난밤/투명한 유리창/캄캄한 벽을 뚫고//저쪽 경계로/한 줄기 빛처럼/날아갔다//수직의 바람벽/바닥에는 밤새/찌르레기 몇 마리가 낙하했다//투명한 유리창은/오늘도/슬픈 거울이 되었”(「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새 1」)다는 시는, 고대에는 보석으로 취급되다 현재는 주로 포스트모던한 건축 재료로 쓰이는 유리가 투명해서 주변 환경의 아름다움을 더해 주기도 하지만 새들에게는 치명적인 벽이 되는 아이러니를 그려내고 있다. 문명의 발달이 인간과 조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삼각지 부근에 있던 밥전거리는/한양에서 삼남을 오가던 나그네들/막걸리 한 사발에 뜨끈한 국밥 한 그릇으로 속 채우던/밥집들이 모여 있던 거리/암행어사 이몽룡도 거쳐 갔던 길//삼각지 밥전거리에서 이촌동 모래톱으로/곧장 질러갔던 옛길은/벌써부터 일본군 미군 부대에 가로막혔다가/이제 다시 용산 시대 대통령실에 막혀/도로 없던 길이 되어버렸”(「밥전거리 국밥 한 그릇」)다는 이 시는 우리의 옛 선조들이 한양에서 삼남까지의 여정을 시작하는 행로를 그려내고 있다. 삼각지 밥전거리에서 아침을 먹고 과천에서 점심(중화)을 먹고 잠은 수원에서 자고 다음 날 떡전거리(병점)를 지나 진위읍(평택 부근)에서 점심을 먹으며…… 느긋하게 시작하는 천 리 길 여정은, 본 모습이 사라지고 땅이름에서나 그 함의를 추억해 볼 뿐인 이야기로 남아 있는 것들이다. 평이하다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라져가고 있고 왜곡된 흔적들을 통해서 진정한 삶의 본질을 묻게 되고 그 가치를 되새김질해 보는 것은 시 쓰기의 중요한 의미가 아닐까.
9791192986586

영향장치, 자위에 대하여

빅토르 타우스크  | b
11,700원  | 20260423  | 9791192986586
도서출판 b의 ‘b판고전’ 시리즈 서른세 번째 책으로 프로이트 정신분석 그룹 속 비운의 연구자 빅토르 타우스크(1879~1919)의 〈영향 장치ㆍ자위에 대하여〉가 한국 최초로 완역되었다. 타우스크는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한 탓에 아들러, 융, 랑크 등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으나, 그가 남긴 소수의 논문들은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 지대를 건드린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두 편의 글-〈조현병에서 ‘영향 장치’의 기원에 대하여〉(1919)와 〈자위에 대하여〉(1912)-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읽히고 인용되는 소중한 텍스트다. 정신분석의 고전인 다니엘 파울 클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b판고전 26)을 번역했던 이화여대 김남시 교수가 타우스크의 이 책을 번역했다. 〈영향 장치〉는 조현병 환자들이 호소하는 기묘한 망상-정체불명의 기계가 자신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고, 생각과 감정을 주입하거나 제거하며, 발기와 사정을 유발하고, 설명할 수 없는 신체 감각을 일으킨다는-의 기원을 추적한다. 타우스크는 단 하나의 비전형적 사례에서 출발한다. 31세 여성 환자 나탈리야 A.가 묘사하는 장치는 기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관 덮개 같은 몸통은 벨벳으로 감싸여 있고, 내부는 배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치에 가해지는 모든 조작이 그대로 환자의 신체에 느껴졌다. 인간을 닮았던 이 장치는 점점 인간의 형상을 잃어간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사지가 달려 있었으나 몇 주 후 납작한 그림으로 바뀌고, 성기는 어느 시점에 사라져 버렸다. 타우스크는 이 왜곡 과정에서 핵심 논제를 끌어낸다. 영향 장치란 외부 세계에 투사된 환자 자신의 신체이며, 장치의 점진적 비인간화는 환자가 자기 자신을 그 안에서 알아보지 않으려는 방어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위에 대하여〉는 1912년 빈 정신분석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이다. 타우스크는 자위를 좁은 의미의 성적 쾌락 추구가 아니라 자기 신체를 통한 방향 설정, 곧 자기 보존 충동에 근거하는 활동으로 재정의한다. 자위가 병리적이 되는 것은 행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규범이 개인에게 금욕을 요구하는 시기에 그것이 유아적 단계에 고착될 때다. 특히 타우스크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내면화되어 자녀의 성을 유아적으로 머물게 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이는 프로이트가 1923년 〈자아와 이드〉에서 정립하는 ‘초자아’ 개념을 선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에 실린 타우스크의 글 두 편은 비록 짧지만, 인간의 망상 속에 ‘장치’가 영향을 주는, 즉 기계 문명이 조현병과 결합하는 최초의 사례들을 포착할 뿐 아니라, 프로이트의 개념을 선취하는 등 선지자적 면모를 지닌다.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넘어 20세기 사상사와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타우스크의 이 책은 필수적인 고전이다.
9791192986364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 b
39,600원  | 20250415  | 9791192986364
257개의 역주, 원고지 420매 분량의 해설, 각 막의 줄거리. 모든 형식을 지키되 모두가 읽기 쉽게 번역한, 셰익스피어 학자 진영종 교수의 ‘대중을 위한 셰익스피어’! “4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쳐 온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문화적 실체는 사실 매회의 공연, 매번의 독서를 통해서 언제나 새롭게 해석된 것일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또 되어야만 한다. 자유로운 마음, 그것은 셰익스피어를 읽기 위해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9791192986548

드레퓌스 옥중 서신 (결백한 자의 편지들)

알프레드 드레퓌스  | b
15,300원  | 20260212  | 9791192986548
프랑스를 뒤흔들고 끝내는 바꾸었던, 지금껏 들은 적 없던 드레퓌스의 진짜 목소리 “1906년 7월 12일, 프랑스 대법원은 드레퓌스에게 정직한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들, 곧 그의 무죄, 자유, 존엄, 그리고 명예를 되돌려주었다. 이제부터 매년 7월 12일에는 드레퓌스를 기리고 증오와 반유대주의에 맞선 정의와 진실의 승리를 기념하는 추모식이 거행될 것이다.”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2025년 7월 12일)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의 ‘b판고전’ 시리즈 서른한 번째 책으로 알프레드 드레퓌스의 〈드레퓌스 옥중 서신-결백한 자의 편지들〉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드레퓌스가 1894년 12월부터 1898년 3월 초까지 그의 아내 뤼시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드레퓌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약 4년간 드레퓌스가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시기의 기록이다. 지금껏 한국에서 드레퓌스 사건을 다룬 역사서는 꽤 나온 적 있으나, 그의 진짜 육성이 담긴 서간집은 최초로 번역 출간되는 셈이다. 드레퓌스 사건은 알자스 출신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1894년에 반역 혐의로 기소되었다가 12년 후인 1906년에 무죄로 밝혀진 사건을 말한다.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대표적인 인권 유린이며 간첩 조작 사건인 까닭에 종종 국가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진 불공정함에 대한 상징으로 여겨지며, 반유대주의와 군국주의, 언론의 역할, 지식인의 사회 참여 등 다양한 주제를 함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론과 여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표적인 사법 오류의 한 사례로 남아 있다. 〈드레퓌스 옥중 서신〉에 담긴 편지들은 그가 간첩 혐의로 수감된 때부터 파리의 교도소들과 대서양의 생마르탱 드 레를 거쳐 악마의 섬에 유배된 채 여전히 억울한 누명을 벗지 못했던 시기의 편지들이다. 드레퓌스 사건의 내막이 본격적으로 밝혀져 재심이 진행되기 이전 시기의 드레퓌스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자신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고통과 괴로움을 토로하는 모습이 이 책 전체에 흩어져 있다. 하지만 〈드레퓌스 옥중 서신〉은 불행을 겪은 한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단순한 출판물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의 중심에서 탄생한 일종의 증언 문서이다. 이 책이 지닌 의미는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은 드레퓌스 사건이 여전히 곡절을 겪으면서 과연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던 와중인 1898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그 출판 과정 자체가 드레퓌스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사회적ㆍ정치적 운동의 일부였다. 요컨대 반유대주의와 군부의 계속된 은폐로 인해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고 있던 당시에, 이 책은 드레퓌스 본인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진실을 전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판되었다. 드레퓌스 사건으로 분노한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기고문을 통해 공적 지식인의 탄생을 알렸고, 사건을 목격한 테오도르 헤르츨은 〈유대 국가〉를 쓰며 시온주의 운동을 촉발시켰다. 2025년에 프랑스는 드레퓌스가 무죄 선고를 받았던 1906년 7월 12일을 기념하며, 매년 7월 12일에 증오와 반유대주의에 맞선 정의와 진실의 승리를 되새기는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 올해 2026년 7월 12일은 ‘드레퓌스 무죄 선고 120주년’이 되는 날로 그 첫 번째 기념식이 거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거대한 의미도 담겨 있지만, 〈드레퓌스 옥중 서신〉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억울하게 투옥된 한 인간이 아내와 가족을 향해 표현하는 사랑의 메시지들이고, 지지자들에게 싸워줄 것을 당부하는 정의의 메시지들이다. 부패한 권력의 쿠데타 시도가 좌절되고 그 민낯을 생생하게 목도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독자들에게도 드레퓌스 사건과 그의 편지들은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9791192986524

경험론과 마음 철학

윌프리드 셀러스  | b
23,400원  | 20260108  | 9791192986524
마음 철학을 열어젖힌 후기 분석 철학의 기념비적 저작 “셀러스의 모든 저작 중에서 「경험론과 마음 철학」은 가장 널리 읽히고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글이다. 이 글은 대부분의 분석 철학자들이 셀러스에 대해 아는 것의 전부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거의 충분할 정도로, 이 글은 하나의 완전한 철학 체계의 전형이다.” -리처드 로티, ‘서문’ 도서출판 b에서 2013년부터 펴내고 있는 ‘마음학 총서’ 여덟 번째 책인 윌프리드 셀러스의 〈경험론과 마음 철학〉이 발간되었다. 이 책은 ‘분석 철학’ 혹은 ‘마음 철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들은 모두 알고 있는, 반드시 거쳐야 할 필독서이자 현대 철학이 반드시 경유해야 할 거대한 관문이다. 1956년에 발표된 이래로 분석 철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자리 잡은 셀러스의 논문과 함께, 그의 뒤를 이어 ‘피츠버그 학파’를 이끌고 있는 로버트 브랜덤이 ‘스터디 가이드’라는 제목으로 상세한 해제를 붙여 한 권의 책을 완성했고, 이 책에 저명한 철학자 리처드 로티가 서문을 썼다. 셀러스-브랜덤-로티, 이 세 이름이 한데 모인 것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을 가질 가치가 있다. 셀러스의 이 책은 20세기 분석 철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한 고전으로, 경험과 인식, 마음과 언어의 관계에 대한 통념을 정면에서 도전한다. 셀러스가 이 책에서 겨냥하는 핵심 표적은 전통적 경험주의가 암묵적으로 전제해 온 ‘주어진 것의 신화(the Myth of the Given)’이다. 이는 감각적 경험이나 지각적 주어짐이 개념이나 추론의 매개 없이도 지식을 정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리킨다. 셀러스는 이러한 관점이 경험을 인식론적으로 특권화하는 동시에, 정당화와 이유 제시라는 지식의 본질적 차원을 은폐한다고 비판한다. 셀러스에 따르면, 어떤 믿음이나 판단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인과적으로 야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은 반드시 이유를 요구받고, 이유를 제시할 수 있는 규범적 공간, 곧 그가 유명하게 명명한 ‘이유들의 논리적 공간(space of reasons)’ 안에 위치해야 한다. 감각적 경험은 우리의 믿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역할은 정당화의 최종 토대라기보다 개념적으로 구조화된 판단과 추론의 과정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이로써 셀러스는 자연과학이 다루는 인과적 설명의 영역과, 인식론이 다루는 규범적 정당화의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둘을 단절시키지 않는 정교한 틀을 제시한다. 〈경험론과 마음 철학〉은 경험론 비판을 넘어, 인간을 자연적 존재이자 규범적 존재로 동시에 파악하려는 야심찬 시도이다. 이 책은 오늘날에도 인식론, 심리철학, 언어철학 전반에 깊은 영감을 제공하며, ‘경험이 어떻게 개념과 이유의 질서 속으로 편입되는가’라는 물음을 새롭게 사유하도록 이끄는 놀라운 저작이다. 로티는 ‘서문’에서 셀러스의 이 책을 초기 분석 철학에서 후기 분석 철학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세 편의 기념비적인 저작 중 하나로 소개한다(다른 둘은 윌러드 콰인의 〈경험주의의 두 가지 교리〉와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이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의 완전한 철학 체계의 전형”을 이룬 이 책에서 셀러스가 분석 철학을 흄(Hume)적 단계에서 끌어내려 칸트(Kant)적 단계로 이끌고자 한 기획 전체를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이 책은 “‘마음에 주어진 것’과 ‘마음에 의해 더해진 것’ 사이의 구분을 공격함으로써 경험주의적 토대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기여”했고, 그에 따라 분석 철학은 “논리 경험주의자들의 토대주의적 지향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셀러스의 논문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학부 및 대학원 과정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나아가 셀러스의 숲을 꿰뚫어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수년에 걸쳐 작성된 노트”를 쓴 셀러스의 후계자 로버트 브랜덤의 ‘스터디 가이드’ 역시 이 책을 읽을 중요한 이유다. 독자들은 셀러스의 논문과 브랜덤의 해제를 번갈아 보면서 한 학자의 글을 다른 학자가 어떻게 분석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난해할 수 있는 셀러스의 논지들을 브랜덤의 해설을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옮긴이인 정문열 교수(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학과)는 수년간 이 책의 원서를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읽고 공부하며 셀러스의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했다. 옮긴이는 ‘단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마치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이 문장을 번역하고, 수많은 역주를 달았다. 특히 이 책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8장(32~38절)의 주해를 따로 써서 철학 입문자와 대중을 위해 정성껏 셀러스를 설명하고 있다. 셀러스라는 원천을 향한 브랜덤, 로티, 정문열 각자의 철학적 열정이 ‘마음학 총서 8’권을 탄생시켰다. 철학이 지식에 대한 탐구와 도전이 아니라 교양의 ‘소비’로 변하고 있는 우리 시대에 도서출판 b는 철학적 탐구와 도전을 근본적으로 보여주는 이 책을 자랑스럽게 내놓는다.
9791187036371

다자이 오사무 전집

다자이 오사무  | b
187,890원  | 20240827  | 9791187036371
“일본 근대문학 사소설의 금자탑” 다자이 오사무는 20세기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특히 〈사양〉, 〈인간 실격〉 등으로 대표되는 그의 말년의 작품들은 패전 후 실의와 허무에 빠진 젊은이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선풍적 인기를 누리기도 하였는데 사후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 다자이 오사무는 더욱 활발히 읽히고 있다. 일본 문학계에서는, 사상적 혼돈에 빠졌던 20세기를 풍미했던 다자이라는 아이콘이, 21세기 들어 경제 불황과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등으로 방황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시금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다자이 오사무 전집은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에게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보는 창이 되는 동시에, 인생의 터널 속에 갇힌 누군가에게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며 어깨를 다독이는 위로의 책이 되어줄 것이다. 전집에는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문학 작품이 빠짐없이 다 실려 있다. 소설을 발표 순서에 따라 각권 500쪽 내외로 1-9권으로 묶고, 10권에는 에세이를 모았다. 초판에 이어 재판에서는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져서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했다. 전집의 번역은 와세다대학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삼십 대 문학도 세 명에 의해 이루어졌다. 다자이 오사무(1909~1948)는 27세에 첫 창작집 〈만년〉을 발표해 39세에 〈인간 실격〉, 〈굿바이〉 등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는데, 전집에서 이삼십 대 저자의 감성에 어울리는 젊고 감각적인 문체로, 여성적 어법과 문어적 요설체를 살려 다자이 오사무 특유의 감각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힘썼다. 특히 옮긴이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 재미를 더하도록 힘을 기울였다. 각 권마다 권말에 붙여 놓은 깊이 있는 해설에서 저자의 작품은 물론 편지, 대화록, 평전, 전기를 비롯해, 다자이 오사무의 부인과 딸, 편집자, 선후배의 진술, 또 작품 속에 토막으로 등장하는 시나 노래 가사, 하이쿠, 이에 대한 사연 등등 정확하고 풍부한 자료를 끈질기게 추적하여,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다자이 오사무의 전모를 밝혀 놓았을 뿐만 아니라, 각 개별 작품에서는 저자가 그 작품을 썼을 당시 상황이나 심경, 저자가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의 일화, 편지, 회고, 관련 저작 등의 소개를 통해 감상 포인트를, 또 필요한 곳곳에 주석을 덧붙였으며, 연표 등을 정리해 놓고 있다.
9791192986531

너를 보내는 동안

박관서  | b
10,800원  | 20251230  | 9791192986531
“‘빚’과 ‘약속’에 관한 일련의 시적 지형도” 박관서 시인의 네 번째 시집 〈너를 보내는 동안〉이 도서출판 b의 ‘b판시선’ 78번으로 출간되었다. 4부로 편성하여 총 66편의 시를 수록했다. 박관서 시인은 시집 권두의 ‘시인의 말’에서 시는 ‘빚이자 약속’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질문보다 답에 주력하면서 시집을 관통하는 ‘빚’과 ‘약속’의 시적 지형도를 펼쳐 보여주고 있다. ‘빚’과 ‘약속’이라는 말에는 시인이 시에서 타자성과 연대 의식을 중시한다는 함의가 담겨 있다. 따라서 시집 전 편에 공동체에서의 상실과 부재와 애도의 근원적 탐구, 말의 윤리와 시인의 책무를 다루고 있다. 그러한 시인의 시적 태도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 「시인」과 「자화상」이다. 높은 담장이나 고립된 어둠을 감수하면서까지 “슬픔을 맛보”며 “열 손가락이 다 혀가 되”도록 노래를 하는 것이 시인이고(「시인」), 그러한 시적 본분과 책무를 다하는 시인을 향해 “두 귀를 기울여/내 속에서 우러나는 당신을 듣”고 “오늘 하루는 굶어야겠다”(「자화상」)고 호응하며 시적 의지를 보여준다. 「시인」이 공동체적 주체의 목소리라면, 「자화상」은 공동체적 주체의 일원으로서 관계의 충실성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테마는 신념과 주장을 품고 있어서 감정적 톤이 높아지는 게 보통인데, 그의 시들은 대부분 유속이 느리고, 목소리는 낮고, 내면 독백의 어조는 조곤조곤하다. 십수 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몇 번이나 당부했었다//미운 사람과 헤어질 때는 천천히/밉지 않게 부드러이/멀어져야 한다고//새로 산 공책에 잘못 쓴 글씨를/지우개로 지우듯이/애써서 예쁜//가을처럼 슬피/내 안에서 나온 이들을/겨울 너머 봄으로 돌려보낸다고(「너를 보내는 동안」, 전문)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위의 시가 암시하는바, 그의 시적 개성은 그의 성품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어머니의 당부’이기도 했지만, “미운 사람과 헤어질 때는 천천히/밉지 않게 부드러이/멀어져야 한다”거나, “가을”에서 나온 “이들을 /겨울 너머 봄으로 돌려보낸다”고 할 때 시간의 속도나 계절 간의 간격은 오히려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밉거나 슬픈 감정이 거반 곰삭아 내릴 만큼 긴 인내의 뒤가 아닌가. 이러한 품성은 ‘오월 광주’를 이야기할 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네가 나를 죽였듯이 나는 너를 용서하겠다. 그냥 바라보겠다. 나의 죽음으로 얻은 너의 생애를 심판하지 않겠다. 국가의 이름으로 명령이라는 가면 뒤에 숨어 살아가는 너의 몸을 살려두겠다. 너의 살결을 타고 깃드는 사랑과 영혼을 그냥 놔두겠다. 네 아내와 네 아이의 맑은 눈동자에 담기는 그림자를 또렷이 남겨두겠다. 지워지지 않는 것은 지워지지 않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용서하는 사자의 서」, 부분) 따뜻한 서정과 차가운 서정, 개인과 집단의 윤리 등을 다루면서 다양한 폭력과 모순, 고통에 관해 보여주는 깊이 있는 성찰은 숭고미까지 담고 있다. 이러한 경우를, 서정을 심었는데 윤리라는 알곡을 실하게 수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9791192986319

끝낼 수 있는 분석과 끝낼 수 없는 분석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한 논문들)

지그문트 프로이트  | b
16,200원  | 20241128  | 9791192986319
정신분석 치료 기법에 대한 프로이트의 미출간 원고들 한국 초역! ‘여러 가지로 부족한 옮긴이가 감히 프로이트의 글을 번역할 용기를 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번역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많은 수의 오역들이었다.’
9791187036463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 b
19,800원  | 20240826  | 9791187036463
도서출판 b에서 한국어판으로는 처음으로 출간된 「다자이 오사무 전집」(전 10권)이 더욱 섬세하게 다듬어져서 고급 양장본으로 재탄생했다. 전집 제9권은 〈인간 실격〉이다. 「인간 실격」, 「굿바이」 등 15편의 작품이 수록되었다. 제9권은 다자이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무엇을 보고 느끼며 글을 써내려 갔는지 시기순으로 훑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국내에 가장 많이 번역된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 실격」은 다자이가 죽기 한 달 전 탈고하는데 다자이의 자전적 면모가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즈음 폐결핵이 도지고 불면증도 심해 건강이 매우 악화되었음에도, 이 작품에 대한 오랜 염원이 있었기에 광기 어린 의지로 집필에 매달렸다. 주인공 오바 요조는 초기작 「어릿광대의 꽃」(전집 1권 수록)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모델로 한 것이기에 더욱 애착이 있었을 터다. 그러나 「인간 실격」 속 요조의 인생은 사실과 허구, 혹은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 등이 얽히고설킨 ‘구성된 삶’으로, 다자이의 실제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 1948년 6월 13일 강으로 뛰어든 다자이는 「인간 실격」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다.
9791192986500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리사 전샤인  | b
21,600원  | 20251118  | 9791192986500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위한 우리 시대 첨단 문화 이론, 타자의 ‘마음 읽기’ 도서출판 b에서 리사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가디내러티브총서’ 1권으로 발간하였다. 원서가 존스홉킨스대학 출판부에서 2012년에 발간되었고, 인지 심리학과 인지 서사학 연구의 성장이 이미 도드라졌음에도 그 경향의 중요한 이론가인 전샤인의 책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된 감이 있다. 실제로 앵거스 플레처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발간(2021)을 제외하면 한국에는 인지 서사학 연구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전샤인의 이 책을 필두로 도서출판 b의 ‘가디내러티브총서’에서 이 분야의 저서들이 하나씩 소개될 예정이니, 이제야 한국의 독자들은 인지 심리학 기반의 인지 서사학 연구들의 밑그림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비롯한 인지 서사학 연구서들은 1960~70년대에 꽃피웠던 소위 ‘전통적’인 서사학, 즉 구조주의 언어학 이론에 바탕을 둔 롤랑 바르트나 제라르 주네트의 서사 연구와는 확연히 다르다. 인지 서사학 연구는 인지 과학과 인지 심리학의 최신 연구들을 토대로 삼아 문학을 비롯한 서사들과 인지 작용과의 연관성을 세밀히 파고든다. 따라서 이 책에도 역시 전통적 서사학의 용어들은 “믿을 수 없는 서술자” 등을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인지 심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마음 이론이란 “행동을 밑에 깔린 마음 상태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보게 만드는 진화된 인지적 적응”(20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인지적 적응 내지는 능력 덕분에 우리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를 추측한다. 실생활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 마음 이론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제 여기서 전샤인은 알아본다. “마음 이론은 실생활 사회적 상호작용들에 수반된 마음 상태들을 추적하기 위해 진화했다. 하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우리의 마음 이론 적응들은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안 구별한다.” 마음 이론의 이런 특이한 성질 때문에 우리는 실생활에서 허구로 쉽게 넘어올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구별하지 않는 그것의 성질, 또는 어디서든 마음 읽기를 하려는 그것의 욕심. “우리의 마음 읽기 인지 적응들은 난잡하고 게걸스럽고 선제적이다.”(30쪽) 이런 마음 이론을 진화를 통해 장착한 우리를 전샤인은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아는 바로서의 우리의 그 문화를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의 문화”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전샤인은 소설을 비롯해 영화, 경마장, 모큐멘터리, 리얼리티 TV, 스탠드업 코미디, 사진, 뮤지컬, 회화 등 주요 서사 장르들을 경유하면서 ‘마음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에서 특화된 이 ‘마음 읽기’의 능력이 서사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서사와 인간, 혹은 서사학과 인문학의 경계라는 것이 이미 허물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 서사학을 하나의 ‘학문’으로만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사(학)이 다른 게 아닌, 우리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임을 알게 될 것이고, 서사와 삶의 경계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도서출판 b에서는 ‘가디내러티브총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총서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문학에서 정치까지, 유튜브에서 AI까지 모든 곳에서 ‘서사’라는 개념이 쓰이고 있는 시대면서도, 서사의 유행과는 달리 서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가디내러티브총서’는 서사의 이론, 활용, 가능성 등 서사와 관련한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그 질문을 수행하려는 시도다. 좁게는 고전과 현대의 서사 이론서 등을 소개하고, 넓게는 서사와 관련한 비평과 창작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넓고 유연하다. ‘가디’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준말로 ‘내러티브 총서’를 기획하고 격주간으로 ‘서사학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공간 좌표를 가리킨다. 이 총서가 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께 등대의 역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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