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의 역사
미셸 발라르 | b
28,800원 | 20260518 | 9791192986593
맛의 길을 찾아 유럽, 비잔티움, 이슬람, 아시아를
잇는 향신료 교역사
1. 이 책을 발행하며
도서출판 b의 ‘바리에테 신서’ 38권으로 중세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미셸 발라르(파리 제1대학)의 〈향신료의 역사〉가 강형식 역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중세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한 향신료 교역의 전모를 당대의상업 실무서, 요리서, 약제서, 회계장부 등 방대한 1차 자료에 근거하여 종합적으로 분석한 역사학 연구서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향신료의 역사’는 대중서나 문화사적 에세이를 통해 단편적으로 소개되어 왔으나, 이처럼 엄밀한 학술적 근거 위에서 중세 향신료 교역의 경제적ㆍ문화적ㆍ의학적 차원을 총체적으로 조망한 저작이 번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 발라르는 중국, 말레이 제도, 인도, 서아시아, 동아프리카, 지중해에 이르기까지 향신료의 원산지와 종류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뒤, 동양에서 서양으로 이어지는 교역망의 구체적 경로와 그 변천 과정을 추적한다. 중국해에서 말라카 해협, 인도양, 페르시아만, 홍해, 실크로드를 거쳐 알렉산드리아와 시리아에 이르는 장거리 무역로 위에서 활동한 아랍, 인도, 베네치아, 제노바, 카탈루냐 상인들의 면모가 풍부한 사료와 함께 생생하게 복원된다.
중세 세계사를 움직인 ‘향신료’의 모든 것 -
미셸 발라르 『향신료의 역사』 국내 첫 완역 출간
나아가 이 책은 향신료가 단순한 조미료를 넘어 중세 사회 전반에 걸쳐 수행한 다층적 역할을 밝힌다. 식탁 위에서 향신료는 부와 명예, 사회적 위계를 드러내는 상징이었고, 약방에서는 체액 이론에 기반한 핵심 치료 재료였으며, 작업장에서는 염색ㆍ향수ㆍ화장품ㆍ시신 방부 처리에 쓰이는 필수 원료였다. 비잔틴과 이슬람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독일에 이르기까지 각 지역 요리서와 약제서의 비교 분석을 통해, 향신료 소비에 나타나는 국가별ㆍ계층별 차이도 면밀하게 검토된다.
저자는 결론에서, 향신료를 찾으려는 욕망이 새로운 항로의 개척, 해양 기술의 혁신, 대규모 자본 투자, 그리고 근대 식민지화의 서막에 이르기까지 인류사의 중대한 전환들을 이끌었음을 강조하면서도, 그 진정한 ‘역사의 동력’은 향신료 자체가 아니라 교역을 주도한 상인, 은행가, 선주들이었다고 결론짓는다. 415쪽에 달하는 본문에 상세한 주석, 향신료 사전, 지도, 참고 문헌이 수록된 이 책은, 전문 연구자는 물론 중세 문화와 동서 교역사, 향신료 자체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