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01116006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1-01-15
책 소개
목차
손 안의 작은 새
벚꽃 달밤
자전거 도둑
불가능한 이야기
에그 스탠드
리뷰
책속에서
“옛날에 아주 고명한 현자가 살았어. 그 현자는 모르는 게 하나도 없어서 사람들한테 존경받았어.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말했어. 저 현자가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를 생각해 냈다고.”
“무슨 문제인데?”
“손 안에 작은 새 한 마리를 숨기고 현자한테 가서 말하는 거야. ‘손 안의 작은 새는 살았는가, 죽었는가?’라고. 만약 현자가 살았다고 대답하면 아이는 주먹을 꽉 쥐어서 새를 죽여. 죽었다고 대답하면 작은 새는 다음 순간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거지.”
인간의 마음속에는 무수한 서랍이 존재하는 게 틀림없다. 아름다운 것이 가득 든 서랍도 있겠고, 흉하게 생긴 생물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서랍도 있을 것이다. 의도적으로 잠가두려는 서랍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개의 서랍에는 온갖 물건이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과 흉한 것. 착한 것과 나쁜 것. 혹은 그 어느 쪽도 아닌 것. 그것들이 오뚝이처럼 위태위태한 균형을 유지하는 가운데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리라.
“동정의 여지가 있는 우산 도둑에 한없이 좀스러운 자전거 도둑이라.”
나는 조금 전 사에가 한 말을 무심코 되풀이했다. 본래 이 두 사람의 행위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타인의 물건을 훔쳤다는 사실이 있을 뿐이다. 부디 그들이 그날 있었던 일을 지극히 사소한 일로 처리하고 뚜껑을 덮어버리는 일이 없기를. 그 심약한 학생과 귀여운 소녀에게 자신이 한 일을 손에 들고 바라볼 수 있는 강인함이 있기를.
“달걀을 세우려고 열심히 애쓰는 게 인생이란 생각 안 들어요? 개중엔 겨우 한 개 갖고 애먹는 사람도 있고, 혼자 다섯 개, 여섯 개씩 세우는 사람도 있어요.”
“재능을 타고났다는 말인가요?”
“그러네요,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에요. 세상은 원래 꽤 불공평하니까요. 처음부터 달걀을 세우기 쉬운 평평하고 튼튼한 테이블을 갖고 있는 사람이랑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거든요. 핸디캡 레이스에서 약한 말이 더 무거운 중량을 달고 뛰는 일도 부지기수예요. 그러니까……. 아무리 애써도, 몇 번을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사람은 한번 에그 스탠드에 달걀을 맡겨보라고, 그런 생각으로 붙인 이름이에요. 제법 괜찮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