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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91191859652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23-12-15
책 소개
목차
심진경
책머리에 | 뜨거운 열망의 흔적들에게 6
① “자유부인”이라는 공공의 적 …… 정비석, <자유부인> 13
② 불안한 청춘의 표정과 부끄러움 …… 김승옥, <서울 , 1964년 겨울> 29
③ 소시민, 천박하거나 가련한 …… 이호철, <소시민> 45
④ 살아남은 여자는 슬퍼라 …… 박완서, <나목> 61
⑤ 청년이 호스티스를 만났을 때 …… 최인호, <별들의 고향> 77
⑥ 여자는 어떻게 성장(못)하는가 …… 오정희, <유년의 뜰> 101
⑦ 우익 문학청년의 탄생 …… 이문열, <젊은 날의 초상> 109
⑧ 아비 없는 세상에서 …… 김원일, <마당 깊은 집> 127
⑨ 죽어도 계속되는 이야기 …… 박경리, <토지> 145
⑩ 미성년의 인공 낙원 …… 장정일, <아담이 눈뜰 때> 161
⑪ 이토록 험난한, 싱글 라이프 싱글 레이디 …… 공지영,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69
⑫ 세기말적 불륜 …… 전경린, <내 생에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 203
⑬ 헬조선 탈출 전말기 …… 김영하, <검은 꽃> 211
⑭ 2000년대식 정신승리법 …… 김애란, <달려라, 아비> 229
⑮ 저들의 고통이 내 몸안에 있다 …… 한강, <채식주의자> 253
김영찬
책머리에 | 오래된 문학의 전성시대에게 8
① 전쟁의 허무와 그 불만 ……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21
② 불가능한 혁명과 고독한 드라큘라 …… 최인훈, <회색인> 37
③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나요? …… 손창섭, <길> 53
④ 어서 말을 해! …… 이청준, <소문의 벽> 69
⑤ 다시는 그곳에 가지 못하리 …… 이문구, <관촌수필> 85
⑥ 복수는 나의 것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93
⑦ 불타는 책 …… 조영래,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 평전> 117
⑧ 문학의 언어로 쓴 전쟁자본론 …… 황석영, <무기의 그늘> 135
⑨ 저 별이 내 가슴에 …… 조정래, <태백산맥> 153
⑩ 신화와 상처 …… 신경숙, <외딴방> 177
⑪ 사랑 없이 사랑하는 법 …… 은희경, <새의 선물> 185
⑫ 폭력과 광기로 얼룩진 저주받은 걸작 …… 백민석, <헤이, 우리 소풍 간다> 195
⑬ 진리는 삼천포에 있다 ……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221
⑭ 살아남음의 치욕과 ‘끼니’의 비애 …… 김훈, <남한산성> 237
⑮ 그렇습니까? 사랑입니다 ……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245
책속에서
해방 이후 한국 소설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전시장이었다. 자유부인, 소시민, 무작정 상경 소년, 작가 지망생, 무기력한 지식인, 소설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난장이, 억척 어멈, 호스티스, 청년, 혁명가, 욕망하는 여자, 싱글 레이디, 여공, 백수, 저임금 노동자 등등. 그들은 시대의 변화와 현실의 격동을 제 몸으로 살았던 문제적 인물들이다. 오래도록 한국 소설은 이들을 통해 시대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내고 주어진 현실을 넘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뜨거운 열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책이 기록한 것은 저 다종다기한 캐릭터들에 하나하나 스며 있는 열망의 흔적들이다. 그 흔적을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지금 우리의 모습들이 아닐까? 그렇게 삶은 계속 변화하면서도 이어진다.
_ 「뜨거운 열망의 흔적들에게」
전짓불로 상징되는 감시와 통제의 시선은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진실을 말하기를 강요한다. “어서 말을 해!” 이것은 감시자의 명령이다. 이는 분명 외부의 폭력적인 강요이며 딜레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작가가 자기 것으로 떠안아야 할 피치 못할 운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그를 무릅쓰고 진실을 말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소문의 벽」은 그렇게 자유를 억압하는 폭력적인 사회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하고 성찰하는, ‘소설로 쓴 소설론’이다.
_ 「어서?말을?해!」
『토지』의 저변을 흐르는 주제는 이 평사리라는 공간에 집약돼 있다. 평사리는 여성적인 공간이다. 서희가 마지막에 자애로운 어머니이자 어려운 마을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대모신(大母神)으로 변모하는 것도 평사리라는 공간이 그러한 여성적 보살핌과 베풂이 가능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평사리는 모든 것을 품어주는 여성적 돌봄과 치유의 공간이며 삶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본원적인 생명의 공간이다. 『토지』는 남성적 폭력(일제 앞잡이 조준구)에 의해 훼손되고 빼앗긴 그 본원적인 생명의 공간을 서희라는 강인한 여성의 투쟁을 통해 회복하는 이야기다. 『토지』를 생명을 위한 여성적 투쟁의 서사극이라 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_ 「죽어도 계속되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