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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32925172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25-05-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우리를 닮은 방
1 우리의 방
내 방 사용 설명서
내 방 의자에 앉아서
내 방에 없어도 되지만 있는 것들
내 방 창문이 준 선물
내 방에서 함께 자라난 식물들
2 다정의 방
밤이 조명을 들추면
벽 너머의 주소
손님이 떠나고
자취의 의미
장(欌)에 숨겨 둔 사랑
사이 글 다정의 방을 떠올리며
3 윤후의 방
옥탑의 방
쓰기의 방
엄마의 방
기억력의 방
바람이 문을 세게 닫은 방
들어갈 수 없는 방
각인으로 새긴 방
사이 글 윤후의 방을 떠올리며
4 다시 다정의 방
와유(臥遊)하는 방
혼자에게 부끄럽지 않은 방
영추문(迎秋門)이 내다보이는 방
흐린 기억의 방
이름이 다른 두 개의 방
5 다시 윤후의 방
비밀 기지
가구 옮기기
금요일의 의기
여름이 열고 비가 닫는
앤 보이어와 메이 사튼의 방을 생각함
에필로그 노크도 없이
리뷰
책속에서
만약 내가 다른 주소의 방에 살았더라면 지금 나는 다른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스무 살 이후로 혼자 옮겨 다닌 방들은 시절마다의 언어였다. 단 하루를 묵었든 몇 년을 살았든, 지금까지 머물렀던 각양각색의 방들은 모두 나름의 문장으로 각인되어 삶의 서사에 일부분 기여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난 이후로 방문을 한 번도 닫아 본 적 없다. 방문을 굳게 닫으면서 시작된 것들이 그동안 나를 길러 왔었는데. 이제 내겐 닫힌 문 앞에서 구슬프게 우는 고양이가 있다.
생활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하고서 내리는 처방은 일단 내 방 책상 앞 의자로 돌아와 앉는 것이다. 시간을 따라 분주히 흘러만 가다 보면 무언가 중요한 약속을 잊은 듯 심장이 쿵쾅거리는 순간에 도달하지만, 이는 어쩌면 생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도 같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시간의 마디 위에서 꼭 쥐고 가야 하는 게 무엇인지 상기해 내도록, 나를 의자로 데려오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