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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유교철학/주역 > 양명학
· ISBN : 9788952243089
· 쪽수 : 476쪽
· 출판일 : 2021-07-23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 이 글을 쓰는 연유
2. 양명학이란 무엇인가
3. 왕양명의 생애
4. 「대학문」과 「발본색원론」
5. 양명학의 계승자들
6. 조선의 양명학파
7. 글을 마치며
[부록] 양명학연론 교주(校注)
참고 자료 『양명학연론』 및 그 재출간본들의 오류 연구
참고문헌
찾아보기
책속에서
그러니 시대가 지나고 사회 분위기가 흐트러짐에 따라 그 학문은 ‘빈껍데기 학문’밖에 남지 않았고, 그 행동은 ‘거짓된 행동’뿐이었다. ‘참마음’의 입장에서 보면 그 학문은 빈껍데기이니 개인적인 계산으로 보아 꽉 찬 것이라는 얘기일 뿐이고, ‘참학문’의 입장에서 보면 그 행동은 거짓된 것이니 위선적인 습속으로 보아 꽉 찬 것이라는 얘기일 뿐이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조선 사람들의 참마음과 참행동은 학문 영역 이외에 구차스럽게 간간이 남아 있었을 뿐이며, 온 세상에 가득 찬 것은 오직 거짓된 행동과 빈껍데기 학문뿐이었다.
사람이란 예나 이제나 자신과 자기 집안을 중심으로 삼는 이기심에 의해서 부림을 당하는 존재다. 참마음으로 옳고 그름을 분별해 제지하거나 절제하지 않은 채 오직 ‘남의 말’에만 의지한다면, 그 ‘남의 말’은 언제나 밖에서만 빙빙 맴도는 것이니 참마음을 만만히 보는 그 속에는 이기심이 쉽사리 들어서게 되고 그럴수록 참마음에 대한 경시는 더해지며, 참마음에 비추어 살피지 않은 남의 말이기 때문에 어느덧 이기심의 이용 대상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옛사람들의 책을 보면, ‘우리 대명(我大明)’이라고 한 것이 있다. 허어, 대명이 우리 대명이란 말인가. 을지문덕(乙支文德)이 수(隋)나라 군대를 섬멸했다고 상국(上國)을 범한 죄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허어, 그대로 두 번 절하고 죽음을 맞이했으면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인가. 어린애는 고사하고 바보천치에게 물어봐도 나와 남, 내 나라와 적을 구별하지 못할 리 없건만, 학문이 본심의 ‘애틋함’에서 떠났으니 본심 아닌 말, 본심 아닌 일을 해도 일시적으로 울리는 ‘본심 아닌 헛소리’를 추종하고 부르짖는 것을 도리어 빛나는 일로 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