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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7834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하늘에 혜성이 떠 있네
라인 지방 가정의 벗의 명예를 기리기 위한 달력 기고문
이 호수가 바다였다면
생피에르섬을 방문하고
무엇이 슬픈지 나도 모른다
뫼리케를 위한 소박한 추모
죽음은 다가오고 시간은 지나간다
고트프리트 켈러에 대한 주석
고독한 산책자
로베르트 발저를 기억하며
낮과 밤처럼
얀 페터 트리프의 그림에 관하여
옮긴이의 말 | 전원과 우울에 갇힌 작가의 초상
W. G. 제발트 연보
리뷰
책속에서
언제나 내게 당혹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문인들의 끔찍스러운 끈기다. 글쓰기라는 악덕은 너무나 고약해서 어떤 약도 듣지 않는다. 이 악덕에 빠진 자들은 글쓰기의 즐거움이 사라진 지 오래여도, 심지어 켈러가 말했듯 나날이 바보천치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중년의 위기가 찾아와도,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는 수레바퀴를 멈추고 싶다는 생각만큼 절박한 바람이 없는 때에도 그 악덕을 계속해서 실천한다.
우주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고찰들은 분명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저 우주 바깥으로 산보를 시켜주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면 독자는 우주를 친숙하게 여기게 될 터이고, 저기 낯선 도시를 밝히고 있는 조명들처럼 밤새 빛나고 있는 가장 머나먼 별들에서도 사람들은 우리처럼 자기 방에 앉아 “신문이나 저녁기도문을 읽거나, 실을 잣고 뜨개질을 하며, 트럼프 게임을 할 것이고 사내아이는 비례법을 계산하는 연습문제를 풀 것”이라는 상상을 해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당일치기 여행객들도 다 집으로 돌아가버리는 저녁 무렵이면 섬은 우리 문명의 영향이 미치는 곳에서는 더이상 경험할 수 없는 고요 속으로 잠겨갔다. 이따금씩 호수를 스치며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커다란 포플러나무 잎사귀들이 사부작거릴 뿐, 미동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