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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9134304
· 쪽수 : 480쪽
· 출판일 : 2010-01-25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개미거미
1 피투성이 참가시은계목
2 마작 하우스 스즈메
3 메디컬 어소시에이트
4 마른 억새
5 은사자
6 어둠 속의 흰 백합
7 말괄량이 바이올렛
8 언럭키 토네이도
9 분홍색 안경을 쓴 수선화
10 시체의 숲
11 장미공방
12 별자리가 알려주는 이야기
13 육지의 외딴섬
14 시라토리의 등장
15 프린세스 터미네이터
16 시라토리 피부과 의원
17 헬리오트로프의 여신
18 연기와 뼈
19 한여름의 신화
20 가짜 대집합
21 메멘토 모리, 죽음을 생각하는 시간
22 하늘에 뜬 반달
23 고참vs신예
24 레이디 릴리
25 파도 소리의 이중창
26 헬터 스켈터
27 뉴로레프트
28 데스 컨트롤
29 화식조와 얼음공주
30 침묵의 귀걸이
31 AI의 암호
32 불현성의 원죄
33 개미거미의 키스
34 달팽이 불타오르다
35 나전의 어둠과 빛 속에서
에필로그-몽환의 성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말은 삶을 규정한다. 긍정적인 사고는 행운을, 부정적인 사고는 불행을 부른다. 아마 그건 진실이리라. 하지만 사물에는 보이지 않는 이면과 그림자가 반드시 존재한다. 네거티브 필름처럼 말의 의미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사람을 속박하는 말도 있다. ‘운이 좋을 지어다’가 아니라 ‘운이 좋아지지 않을 지어다’로 반전된 이름에 의한 저주. 나는 그 실제 증거다. 절대적인 불운의 소유자의 이름이 다이키치라니. 그저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의학은 원래 출신성분이 형편없는 존재인데도 지금은 귀부인처럼 행세하고 있어. 웃기지도 않지. 자신의 모태를 경시하는 현대 의료는 언제 어디서든 파탄에 이를 걸세. 잠자던 악마가 눈을 뜰 날이 머지않았어.”
이와오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듣게, 의대생. 의학이란 시체를 먹고 살아온 빌어먹을 학문이야. 그걸 잊지 말게.”
이와오의 날카로운 눈빛 때문에 나는 몸을 움츠렸다. 내가 내내 생각해왔던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의학은 빌어먹을 학문’이란 표현. 하지만 그 깊이가 다르다. 빗물이 고인 웅덩이와 드넓은 바다 정도의 차이. 나는 슬며시 부끄러워졌다.
“헤키스이인 사쿠라노미야병원의 골격은 아름답지. 종말기 의료의 이상향이야. 경영적인 측면에서 보면 유지하기 어렵지만. 그 기본자세는 법체계 따위에는 엿을 먹이며 국가로부터 눈먼 돈을 뜯어내 환자에게 보다 나은 의료로 환원한다는 것이야. 그 철저한 악당 같은 모습은 실로 감탄스러울 정도일세. 히메미야로부터 보고를 받을 때마다 나는 사쿠라노미야병원의 논리적 합리성에 넋을 잃고 말았어. 환자에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라면 국가마저도 속이겠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국가로부터 돈을 빼앗아내느냐 하는 관점을 큰 기둥으로 삼아 시스템을 구축했지. 사쿠라노미야병원의 확고한 자세는 현대 의료 시스템 안에서 환자가 주체가 되는 의료를 진지하게 하자면 반체제로 가지 않을 수 없다는 절규로 들리기도 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