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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6799699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2-08-18
책 소개
목차
귀신 들린 빌라 | 전건우
오션빌 | 배명은
송장 빌라 | 문화류씨
드림 빌라 리조트 | 이현구
책속에서
네. 맞습니다. 화재가 일어나기 딱 보름 전이었죠.
아침 7시쯤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렇습니다. 소리가 먼저였습니다. 꽤 큰 소리였고, 반지하 방 전체가 부르르 떠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본능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육감이라 해야 할지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밤새 작업을 하다가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습니다. 창문에 피가 튀었더군요. 겨우 환기나 가능한 작은 창문이었는데, 거기가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었더니 여자가 있었습니다. 얼굴을 바닥에 대고 제 방을 엿보는 듯한 자세였죠. 핏기 하나 없는 허연 얼굴에는, 미소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기묘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습니다. 입꼬리가 위로 말려 올라갔고, 콧등에는 잔주름이 살짝 간 것이 금방이라도 깔깔거릴 것 같더군요. 눈은 똑바로 저를 바라봤습니다. 왼쪽 눈만 말입니다. 오른쪽 안구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눈알이 있어야 할 자리가 뻥 뚫린 채 깊은 어둠만 남았더군요. 그 어둠 속에서 새빨간 피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귀신 들린 빌라’ 중에서
그날 밤, 서윤은 침대 위에서 손톱을 물어뜯었다. 스토커와 201호 여자의 말에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귀신이라니. 그 여자가 자신을 엿 먹이려고 일부러 얘기한 건지도 몰랐다. 그 부부를 가정폭력이 있는 집이라고 오해했다고 기분 나빠서 그랬는지도. 귀신은 믿지는 않았지만 무시할 수도 없는 존재였다. 의준에게 귀신도 무섭다고 말했다간 분명 비웃을 게 뻔했다.
서윤은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시간은 새벽 두 시를 향해 갔다.
그 여자를 믿을 수 없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그러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동안 주위에 일어났던 이상한 일들이 머릿속에서 꿰맞춰지고 있었다. 서윤은 새벽마다 현관문을 거칠게 닫는 소리를 들었다. 202호 부부는 여자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고. 서윤은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잘못했다. 이렇게 무서울 줄 알았으면 그 얘기를 듣고 바로 부모님이 있는 S시로 달려갔어야 했다. 의준이 뭐라고 해도.
-‘오션빌’ 중에서
“허억…… 허어억…… 흐어어억…….”
천식에 걸린 듯 거친 숨소리였다. 뒤를 돌아보니 부엌 옆에 있는 방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바닥을 기어 오는 것 같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새하얀 얼굴 둘이 보였다.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어둠 속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귀신은 또렷하게 보인다고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일 줄이야. 나와 눈이 마주친 그들은 빠르게 기어 나왔다. 도망갈 틈도 없이 순식간에 그들이 코앞까지 왔다. 302호 모녀였다.
“원통합니더, 너무나 원통합니더.”
여자가 피를 토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겁이 났지만 정신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102호, 102호, 으허허헉.”
“102호가 뭐요?”
아이가 내 팔을 잡아당겼다. 아이의 목에는 물어뜯긴 자국이 있었는데 오성애의 아들에게 처참하게 당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느 틈에 여자와 아이는 내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자신들이 나온 방이었다. 그들은 나온 바닥을 가리킨 뒤 다시 아래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102호에 자신들의 시신이 있다는 의미 같았다.
-‘송장 빌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