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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스페인/중남미소설
· ISBN : 9788972751410
· 쪽수 : 492쪽
책 소개
목차
파울리나를 기리며
하늘의 음모
눈雪의 위증
이상하고 놀라운 이야기
남의 여종
파리와 거미
그늘 쪽
팔레르모 숲속의 사자
오징어는 자기 먹물을 고른다
열망
위대한 세라핌
기적은 복구되지 않는다
지름길
일등실 여자 승객
옮긴이의 말 과학소설, 탐정소설, 형이상학과 사랑의 통합체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나는 그날 저녁의 모습 ― 어둡고 매끈매끈한 거울 깊숙이 있던 파울리나 ― 을 선택했고, 그 모습을 떠올리려고 애썼다.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자, 나는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내가 파울리나를 잊어버렸기 때문에 의심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의 모습을 응시하는 데 전력을 쏟고자 했다. 그러나 환상과 상상은 변덕스러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나는 흐트러진 머리카락과 옷의 주름, 그리고 그녀를 에워싼 희미한 어둠을 떠올렸지만, 정작 사랑하는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파울리나를 기리며」
그때 어둠 속에서 거대한 몸집의 사람 모습이 나타났다. 모리스는 모자챙을 아래로 쓱 잡아당기고, 현관에서 가장 불빛이 약한 곳까지 뒷걸음질 쳤다. 곧 그는 졸음에 취한 채 분개한 그 남자를 알아보았고, 꿈을 꾸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모리스는 생각했다. ‘그래, 절름발이 그리말디, 카를로스 그리말디야.’ 이제 그는 그 이름을 기억했다. 이제는 믿을 수 없게도 15년 전에, 아니 더 이전에 그의 아버지가 그 집을 샀을 때 그곳에 살았던 세입자 앞에 있었다.
-「하늘의 음모」
내 눈은 멀리 숲속으로 지붕이 있는 조그만 축사 문을, 그리고 그 너머 나무 사이로 어둡게 사라지던 좁은 길을 보았다. 갑자기 하얀 점이 나타났다. 그때 나는 그것이 마차를 끄는 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내 동료를 쳐다보았다. 그는 쌍안경을 내게 빌려줄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서 쌍안경을 빼앗고서 초점을 맞추고는 노란 마차를 끄는 흰말을 선명하게 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굳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남자는 마차에서 내렸다. 나는 아주 작은 점으로 나타난 그가 축사 문을 향해 부지런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그 하나의 움직임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반복된 행위가 서로 겹쳐졌으며, 쌍안경으로 확대된 이미지가 영원 속에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눈의 위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