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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환경/생태문제 > 환경문제
· ISBN : 9788972970910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먹히는 존재와 먹지 못하는 존재
1장 연결과 관계
지역 특산물과 제철음식이 포장되는 세상에서
중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기
서로에게 이름을 주는 일
‘전버섯’이 되려고 합니다
사라지는 것들을 안타까워하며
2장 책임감과 조신함
소금을 찾아서
타인을 살리는 일이 나를 살리는 일이라고
막힌 기를 뚫고 살리며
책임감의 연대
조신함의 정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
비거니즘은 우리 모두가 당사자
3장 살림과 풍류
생각하는 손
만물과 하나되기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
풍류가 있는 땅끝에서
화를 내기보다는 화음을 쌓으려고 해요
같은 시공간에서 함께 합주하는 것처럼
4장 분노와 희망
우리의 결핍을 위하여
다음 파도를 기다리며
불행을 함께 겪을 의무
방학 숙제를 미리미리 해야 합니다
덜 고통스럽게 멸종하려면
숨과 쉼
에필로그
살리는 사람들
리뷰
책속에서
세상이 비건 지향에 관대하다면,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나는 적어도 먹는 것에 있어서는 지금보다 더 느슨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마주한 세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엄격한 비건도 아니고 단지 고기를 안 먹는 정도만으로도 식탁에서 불편한 상황을 겪는 친구들을 하나둘 만나면서 점차 나도 그들 곁으로 이동했다. 그들이 자꾸 부당한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불편했다. 다시 말해 나는 기후위기나 동물권 같은 굵직한 정치적 사안 때문만이 아니라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부당하게 비난받는 상황을 도저히 봐줄 수 없어서 그저 내 입 하나를 이동시켰을 뿐이다. 눈치 보게 만드는 권력에 가담하고 싶지 않아서.
김장이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더라구요. 전날 저는 공연이 있었고, 늦은 시간까지 음주가무를 즐겼기 때문에 오전에 일어나기도 쉽지 않았어요. 가자마자 무를 깨끗이 씻고, 채 썰고, 양념에 버무려서 속을 만들기만 했는데도 녹초가 되었죠. 밥 먹고 겨우 힘을 내서 배춧잎 사이사이 속을 넣었습니다. 겨울을 나려면 김치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욕심만큼 배추를 담그려니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두 통만 챙겨서 낑낑 들고 왔지요. 며칠 뒤, 가스가 차서 폭발해버린 김치통을 열어서 맛을 봤어요. 고생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하루 세 끼 김치볶음밥, 볶음김치, 두부김치를 먹었어요. 들기름, 두부, 밥, 김치, 그리고 김의 조화는 정말이지 천하무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