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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유고시집
· ISBN : 978898853783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06-10-16
책 소개
목차
기형도
대학시절 /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 / 장미빛 인생 / 정거장에서의 충고 / 입 속의 검은 잎 / 식목제 / 그집 앞 / 바람의 집-겨울 판화 1
김만옥
회호리 바람 / 떨어진 과실과 상징 / 투신기 / 먼 항해 / 가을 울음 / 강설기 / 오월과 그 아침의 찬 / 슬픈 계절의 / 전화놀이 / J.O에의 서한 / 역항
김민부
기다리는 마음 / 석류 / 서시 / 균열 / 기도 / 기러기 / 비가 Ⅱ / 소백산 / 기별 / 새 / 아가 Ⅰ
김용직
빗발 속의 어둠 / 음성 / 램프 / 두 개의 햇살 / 커튼에 갇혀 / 변신하는 하늘 / 겨울 폭우
박석수
노을-쑥고개·4 / 걸레-쑥고개·25 / 촛불-쑥고개·7 / 하북 냇가-쑥고개·40 / 하학길 / 기도-쑥고개·5 / 술래의 노래·2 / 술래의 노래·7-병상일기 Ⅳ / 소묘-쑥고개·19 / 면도·Ⅱ-쑥고개·27
송유하
깃발 / 상위 / 주발 / 나·꽃나무·바람 / 암사동시·아홉 / 소리 / 가을에 피는 꽃 / 암사동시·넷 / 꽃의 민주주의
원희석
교목 / 별자리 지키기 / 연밥의 눈물 / 민들레 / 물이 옷 벗는 소리에 / 바늘구멍 앞의 타조 / 가을 섬 / 금촌 아구탕집 / 별 / 그리움의 싹 / 느낌의 살
이경록
빈혈 / 사후 / 사랑가·3 / 방어진·2 / 소금 / 이 식물원을 위하여·4 / 이 식물원을 위하여·5 / 말 / 두 개의 방법 / 도마질
임홍재
바느질 / 강변에서 / 유년의 강 / 소곡 / 염전에서 / 황토 맥질-유년의 눈물 / 지렁이 울음소리 / 고행 / 야반 / 토속 이미지 초·Ⅱ-산전
진이정
시인 / 제목 없는 유행가 / 엘 살롱 드 멕시코 / 사람, 노릇, 하기란, 너무나, 힘들어-자, 이 사람이다 / 등대지기 / 헤비메탈 같은 비 / 생각에 대하여 / 거꾸로 선 꿈을 위하여·1 / 작은 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금 / 이경록
1
나는 발표했어, 오늘 아침
저 바다에 관한 새로운 교서를,
오늘 아침 나는 발표했어.
지금까지는 너무 수월했어. 나도 알아.
너무 적에게 말려들었어.
한여름 내내 뜨겁던 여론, 뜨겁던
햇빛만으로 되는 줄 알았어.
어떤 국지전에도 견뎌낼 수 있는 강건한,
짜디짠 소금이 구워지는 줄 알았어.
나도 알아. 그게 나의 취약성이야.
부삽에 떠올려진 조수 속의 염분을
언제나 객관적으로만 보는 버릇,
사태의 핵심을 뚫어보지 못하는 점,
그게 나의 고쳐지지 않는 결점이야.
물론 이번의 참패는 아무것도 아냐. 나는 발표했어.
2
전 해안은 이미 봉쇄되었어. 끝났어.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바다의 총면적, 아니
퍼렇게 끓고 있는 바닷물의 총량이야.
그 속에 숨어 있는 적들의 분포도, 희고 단단한
아마, 변하지 않는 소수의 강경파.
그들의 뿌리를 뽑고 구워내는 일이야.
그리고 나는 다시 휘어잡고 다스리겠어.
저 맹물만 남은 바다, 정신이 죽은 바다를...
사람, 노릇, 하기란, 너무나, 힘들어
- 자, 이 사람이다 중에서 / 진이정
이른 아침 종달새의 울음을 듣노라면, 그의 음정에서 지난밤 사랑의 농도를 엿볼 수 있어, 우리, 사람의 연인들은 웃고 또 웃었지, 아아 아무래도 짐승과 인간의 간격은 부질없는 것이나 아닌지
우리 처음 만난 날, 난 흘러간 모든 유행가들에게 애원했었지, 맘씨 좋은 노래들, 아아 진리는 저속한 운명조차 마다하지 않더군
하여 언젠가 날 보드랍게 애무했던 바로 그 운명의 혓바닥이 이젠 쇠구슬 달린 체인처럼 내 목을 조여와, 나를 체인에 매달린 다른 쇠구슬처럼 마구 휘두르기 시작하는 거야
별 / 원희석
길들이 너무 많은 것은 새로운 길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하늘에 가서
밤의 정보원이 되어 숨을 멈춘 발광 식물이 된 경우가 어디 있으랴
이미 그 비밀을 알아버린 나무들은 둥근 가지를 접어
찢어진 상처를 생산해내고 있다
모두 저 길로 가서 물이 되고
조금 더 기다리다 떠나면
잿빛 말가죽 가방이 되고
더 사랑하다 떠나면 연어가 되었다
길들이 세상에 많은 것은 새로운 아픔이 없기 때문인걸
오늘 밤도 실 짜는 기계와
신발에 묶인 길들의 별똥을 보고 안다
한쪽은 길고 한쪽은 짧은
아름다운 이름들이 밤의 기계를 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