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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가
· ISBN : 9788992214636
· 쪽수 : 286쪽
· 출판일 : 2008-12-05
책 소개
목차
영매,윤석남 : 안경화
역사를 관통하는 여성의 힘 : 고카츠 레이코
윤석남의 미술과 여성 이야기 : 김현주
애타는 토템들의 힘찬 눈물 : 김혜순(대담)
모성,역사 그리고 여성의 자기진술 : 조혜정
윤석남의 눈,빛 : 백지숙
작가약력
주
참고문헌
저자소개
책속에서
윤석남은 이 전시회에 신작 〈핑크 룸〉을 출품했다. 마루에 핑크빛 비즈를 촘촘히 깔고 갈고리가 튀어나온 소파와 의자에 동화된 여성, 나무판 모양의 여성을 배치한 설치는 2000년까지 이어지는 연작에 등장한다. 이전까지 어머니 세대 여성의 고뇌와 그것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힘을 그려온 윤석남은 이 연작에서 자기 세대의 여성을 대상으로 삼아, 현대에도 어머니 세대와 마찬가지로 행동과 마음이 속박당하여 자유롭지 못한 여성의 내면을 표현했다. 이 〈핑크 룸〉 연작에는 어머니 세대의 여성들이 지닌 강인함이나 힘은 없고, 기이한 형광색 핑크와 번쩍대는 나전의 목판과 새틴 천으로 표현된 옷이 보여주는 허영의 아름다움과 허무함이 드러난다. 바닥에 흩어진 비즈 때문에 비틀대거나 넘어지는 불안정함이 덧붙여져 오히려 여성 내면의 유약함과 광기에 이르는 고뇌가 강조되었다. - p.31 중에서
윤석남이 지난 5년간 매달려온 작업은 이제까지의 작업과 사뭇 달라 보인다. 우선 인물이 사라지고 1,025마리의 개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2003년 1,025마리의 유기견을 돌보고 있다는 이애신 할머니에 대한 기사를 접한 그녀는 놀람 반 호기심 반으로 동생과 딸을 대동하고 그 현장을 찾았다. 유기견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그 할머니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그것은 21세기의 화두인 돌봄의 윤리를 실천하는 삶, 그 자체였다. - p.100 중에서
“억눌리고 소외받고 했던 사람이 더욱 폭넓은 이해와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 소외받은 사람이 더욱 넓은 사랑을 베풀 수 있다고 믿는다. 30대 초반에 내가 정신적인 문제가 생겨서 치유할 길이 없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폭발하는 광기에 가까운 상태가 가라앉아갔다. 나는 그것을 김혜순의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에 나오는 ‘들림’에 가까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때 들렸었다. 정신적인 방황, 자기를 지워버리고 싶은 욕망의 과정에서 겪었던 고통이 무당 굿하듯이 그림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한꺼번에 말하고 싶은 욕망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이것이 나의 페미니즘이다.” - p.125~126 중에서
어머니를 그림으로 그리던 그는 어머니를 나무에다 새기기 시작했다. 평면이 싫어지더라고 했다. 거대한 캔버스 앞에서의 작업이 지루하고 부담스럽고 어딘지 어색하더라고 그는 말했다. 꼬무락 꼬무락거리면서 만드는 것이 하고 싶더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를 나무에 그린다 했다. 우리 어머니들이 꼬무락거리면서 하던 일을 그는 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색채로는 절의 단청이나 나무 상여에 붙어 있는 장식들, 무당집에 가면 느껴지는 색들에 손이 가더라고 했다. 원초적이라고들 하는 색인데 왜 끌리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대모신의 비법을 따르고 싶은 것은 아닌지? 자신을 찾아, 여성성을 찾아 길 떠난 윤석남은 지금 위에서 논의한 여성 문학인들이 서성이는 언저리 어딘가에서 탐구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 p.210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