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88994054179
· 쪽수 : 548쪽
· 출판일 : 2011-07-25
책 소개
목차
옮긴이의 말
프롤로그
제1장 첫 만남
제2장 점령, 레지스탕스, 해방
제3장 전후의 참여
제4장 카뮈의 급선회
제5장 사르트르의 급선회
제6장 폭력과 공산주의
제7장 폭발
제8장 사태를 잘 정리하기, 참다운 행동을 하기
제9장 각자의 목소리를 되찾다
제10장 비공개 재판
에필로그
후기
주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알베르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 사이의 우정은 1945년 프랑스의 해방 직후 정점에 달하게 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전쟁 직후의 무한한 낙관주의를 반영하고 있었다.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악화되던 대립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우정을 통해 전후의 숙청, 식민지 전쟁, 구태의연한 정치로의 회귀, 그리고 특히 이념적으로 대립하고 있던 미·소 두 진영 사이에서 한 진영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냉전 시대의 충격을 잘 견뎌냈다. 그러나 한국전쟁의 발발로 이어지는 미국과 소련 사이의 갈등이 악화됨에 따라 그들은 그때까지 별다른 탈 없이 유지해 온 우정에서 회복할 수 있는 타협의 여지를 완전히 잃게 된다. 그들이 헤어지게 된 것은 단지 각자가 서로 대립하는 진영에 합세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 각자가 도덕적으로 그리고 지적으로 두 진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철학적 차원에서는 아주 맹렬했고, 인간적 차원에서는 아주 격렬했던 논쟁 속에서 전후 프랑스 지식인들의 삶을 대표하는 이 두 거물의 목소리는 10년 이상 지속된 우정을 공개적으로 일거에 백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물론 그들이 처음에 헤어지는 것을 망설이거나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흥분상태에서, 그들은 함께 공유했던 정치 성향을 버리고 과거의 공동 계획, 가령 독립된 좌파를 건설한다는 계획 등의 모든 흔적을 일소하게 된다.
카뮈와 사르트르의 관계는, 카뮈의 입장에서 보면 1938년에, 사르트르의 입장에서 보면 1942년에 시작된다. 각자가 펴낸 작품들에 대한 열광적인 발견을 통해서였다. 두 사람은 1943년에 처음으로 만나게 되며, 곧바로 친구가 된다. 철학적으로, 정치적으로 가까웠던 그들은 비슷한 야망을 품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서로 다른 형태의 협력을 생각하기까지 했다. 해방 직후 실존주의가 대유행했던 시기에 그들은 가장 인기 있는 작가들이었으며, 두 사람의 이름은 항상 나란히 실리곤 했다. 사르트르의 이름을 빛내는 조연 역할을 원하지 않았던 카뮈는 종종 실존주의자라는 칭호를 거부했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카뮈를 자신의 새로운 참여이론의 모델로 내세웠다. 그들 두 사람 모두 유사한 길을 걸어온 지식인 투사이기도 했다. 카뮈는 당시 파리의 유력 일간지가 된 레지스탕스 기관지 『콩바』의 편집장이었으며, 사르트르는 전후 프랑스 정치, 문화 분야의 잡지계에서 곧 두각을 나타나게 될 잡지 『현대』의 편집장으로서 길을 가게 된다.
1946년 이후 발생한 여러 사건들과 더불어 강화될 이 압력은 카뮈와 사르트르의 저서들뿐 아니라 정치 노선의 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아직 두 사람의 대화는 각자의 저서들에서 감지될 수 있었다. 이처럼 그들은 의도적으로 서로의 이름을 거명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생각에 화답을 했던 것이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나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구였던 그들 두 사람은, 오랜 동안 미국과 소련의 두 진영으로부터 독립된 “제3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냉전시대에 발생한 긴장으로 인해 각각 한 진영에 합세할 수밖에 없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 즉 우정이 깨져 공중분해되는 순간까지 우정을 지키려고 했다. 결국 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카뮈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각자의 저서들을 통해 여전히 논쟁을 계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