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조선사 > 조선후기(영조~순종)
· ISBN : 9788994606576
· 쪽수 : 1272쪽
· 출판일 : 2020-01-2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강호의 꿈
1692년 벼슬을 던지고 돌아와 解符歸來
1월 그 속마음을 어찌 알랴
2월 돌아가 병든 어머니를 모시려는 마을일지니
3월 죽도 별업으로 나와 제방을 보수하다
4월 기둥을 세우고 방향을 정하다
5월 두 친구의 애쓰는 정성이 진실로 고마워
6월 두통으로 괴로운 나날들
7월 구들을 놓은 뒤 벽을 바르고 콩댐을 하니
8월 아버지 묘에 석물을 세우다
9월 조상 제사의 유사가 되어
10월 소리산에 배를 보낸 이유
11월 낙무당을 보수하다
12월 가야금과 거문고를 만들고
1693년 운명인 듯 받아들여 安之若命
1월 집사람은 글을 모름에도
2월 인천 누님의 별세
3월 어머니 상을 당해
4월 장례를 지내고 사흘 만에 큰비가 오니
5월 아내의 눈병
6월 동네 사람들을 진휼하다
7월 학질의 괴로움
8월 파산 석물에 대한 의논
9월 서울로 나포되다
10월 의금부에 하옥되다
11월 석방되어 돌아오다
12월 송사 청탁을 물리치고
1694년 근본에 충실하여 농사에 힘쓰니 務本力穡
1월 겨울과 봄에 눈도 오지 않으니
2월 서로 목숨 의지하는 사이였건만
3월 속금도에 제언을 쌓다
4월 자던 새가 둥지에서 놀라 깬 것 같아
5월 충헌, 두 글자의 뒷이야기
윤5월 류 대감의 위문편지에 답하다
6월 죽도가 있기에 세상을 잊을 수 있어
7월 외로운 신하의 눈물 황천에 사무치네
8월 유모와 나
9월 죽은 아들의 궤연이 돌아오다
10월 팔마장에 사당을 짓다
11월 묏자리 잡기가 어려워
12월 인천 자형도 세상을 버리시고
1695년 산과 물에도 이치가 있거늘 山水有理
1월 기대하지 않은 일 세 가지
2월 집안에 초상이 줄을 이어
3월 사대부의 수치가 되는 일일지니
4월 은 채굴지를 방문하다
5월 황원을 둘러보다
6월 비 인향과 수춘의 추쇄
7월 지사 서육과 풍수를 논하다
8월 논정 땅을 둘러싼 다툼
9월 진도를 방문하다
10월 죽도에 초당을 짓다
11월 도둑맞고도 다행한 일 세 가지
12월 한 해가 내달리는 수레바퀴 같아
1696년 기댈 구석 없는 고아로 태어나 零丁孤苦
1월 시를 주고받은 날들
2월 죽도의 노래
3월 암행어사가 하는 짓
4월 절도의 유배객을 찾아가다
5월 서울로 가 할아버지 제사에 참석하다
6월 집으로 돌아오는 길
7월 유모의 딸 가지개의 죽음
8월 이 일을 어찌 할까
9월 요사이 괴로움을 이루 말할 수 없어
10월 그래도 친척이 남보다 낫네
1월 밤에 운 수탉
12월 종아의 유배 소식
1697년 나는 떠나고 너는 남아 我去爾留
1월 손자 희원의 탄생
2월 종아를 찾아가다
3월 떠나는 길 눈물로 옷깃을 적시며
윤3월 두모동 제언을 보수하다
4월 아들의 죽음
5월 마음 달랠 길을 찾아
6월 유모의 제사를 지내다
7월 도적을 막는 몽둥이
8월 육촌형 윤이형의 죽음
9월 노 선백의 집을 수리하다
10월 더부살이와 같은 삶
11월 종아의 가솔을 데려오다
12월 고요 속에 흥이 넉넉함을 알겠으니
1698년 마음 가는 대로 한가로이 任意容與
1월 대둔사를 방문하다
2월 천연두로 손자를 잃다
3월 강진 백운동을 구경하다
4월 변례 중의 변례
5월 백치 외숙의 별세
6월 일민가逸民歌
7월 회록이여, 어이해 초당을 태웠는가
8월 고금도와 강진 일대를 여행하다
9월 고창현감의 조사보고서
10월 친족들과 함께한 가을 나들이
11월 전염병을 물리치는 별신굿
12월 지사 손필웅과 풍수를 논하다
1699년 흰머리에 파리하게 여위어 白頭疲薾
1월 눈보라 속에서
2월 인심의 타락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3월 널찍한 바위에 올라 화전을 부치다
4월 새 급제자 축하연에 가다
5월 가뭄과 병충해
6월 질화로에 부친 시
7월 쌀 닷 섬의 수모
윤7월 합장암 유람
8월 애도의 글을 지으려니 눈물이 떨어지네
9월 손자들을 위해 서실을 짓다
부록
『지암일기』 인물 소사전
윤이후 가계 및 친족도
『지암일기』의 공간 정보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 『지암일기』 번역은 공동 작업의 소산이다. 우리는 2013년 11월 23일부터 격주로 토요일에 만나 ‘지암일기 번역세미나’를 가졌다. 만 6년이 지나 이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돌이켜보면 긴 시간이지만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지암일기』에 몰두했다. 각자가 작업해서 발표한 『지암일기』의 번역문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하며, 우리는 그야말로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여과 없이 서술한 다양하고 생생한 생활 현장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격의 없는 토론을 즐겼던 것이다. 『지암일기』 번역본이라는 작업의 결실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노력의 과정 또한 결실 못지않게 값지다고 자부한다.
또 우리는 일기의 무대인 해남 일원을 네 차례 답사했다. 윤이후의 생활 무대인 팔마와 죽도, 그의 외가가 있던 백치, 종가의 터전이 있던 백포 및 연동, 유람 다녔던 대흥사와 합장암 등지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며 현장감을 익혔다. 특히 일기의 중심무대인 죽도의 위치가 잘못 알려진 것을 발견하고 정확한 지점을 찾은 것은 답사가 아니면 기대할 수 없는 중요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 옮긴이의 말
〘1693년 1월 16일 경신 〙오후에 비가 오다가 저녁 무렵에 그침
새집 뜰 앞에 유자, 모과, 괴산대리자槐山大梨子를 심었고 옛집의 남쪽 창밖에는 사철동백, 으름덩굴을 심었다. 또 죽도에는 유자, 괴리자槐梨子 사철동백, 으름덩굴을 심었다. ○ 지난겨울 동짓달 20일 전에 진달래를 화분에 심어 방안에 뒀었다. 섣달 20일 후에 꽃을 피웠는데, 지금은 활짝 피어 탐스럽고 고운 모습이 볼만하다. 하루는 아내가 와서 완상하다가 글자를 모아 시구를 지었다.
早發一盆花 꽃 한 화분이 일찍 피자
春色滿房中 봄기운이 방안에 가득하네
老人少如花 노인은 꽃처럼 젊어지고
靑春長不盡 청춘은 길이 끝나지 않기를
아내는 글을 모르며 다만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곁에서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책을 읽어 배운 사람과 자못 비슷하니 비록 부녀자이지만 물려받은 문장이 있는 것인가. 지금 여기에 지은 마지막 구는 나의 늙음을 가련하게 여겨서 다시 젊어지길 축원한다는 뜻을 말한 것인데, 압운押韻을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시구는 못 되었지만 기상이 꽤나 좋고 넉넉한 맛이 있어 볼만하다.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점차 위태로운 고질이 되었지만 (…) 이를 통해 볼 때 장수도 기대할 만하다.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기록하는 것이 매우 우습지만, 죽을 뻔했다가 약간 소생한 후에 볼만한 기상이 있어 이렇게 적어 둔다.
〘1694년 6월 27일 계해 〙맑음. 소나기가 간간이 내림
내가 함평에서 귀향한 후 세상일에 전혀 뜻을 두지 않고 오직 밭 갈고 우물 파는 것만을 일삼아 왔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자못 이를 근심하여 매번 서울로 돌아가기를 곁에서 간절히 권했다. 서울에 있는 동료들도 편지로 시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을 말하기도 하고, 혹 한단학보邯鄲學步라는 말로 나를 조롱한 이도 있었으나, 나는 번번이 웃으며 응하지 않았다. 친상親喪을 당하자, 집안사람들의 뜻은 모두 장례가 끝나면 상경하여 거상居喪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으나 나는 더욱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국이 뒤집어지고 나서야 전에 이러쿵저러쿵했던 자들이 비로소 내 뜻에 감복했다. 하물며 나를 조롱한 자들은 유배형에 처해졌으니, 생각건대 필시 나를 부러워해 마지않을 것이다. 아! 나는 진실로 어리석으므로 오늘날의 일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만 감개한 바가 있어서 구차하게 용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날 요직에 있던 여러 재신宰臣 중 남쪽 지방으로 귀양 온 이들이 모두 내가 화망禍網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기에, 내가 답하기를 “본래 용렬한 제가 어찌 감히 환란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했는데, 이 말을 전해 듣고 내가 말을 야박하게 한다고 여기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죽도를 점유하려고 계획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종서는 서울에 있었으므로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비로소 나를 따라왔다. 그러고는 올라가서 한번 둘러보기도 전에 마음으로 기뻐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좋아하니, 이 아이의 소견이 그리 범상하고 누추하지는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시사時事를 이야기하며, 출사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내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이 죽도가 있어 더욱 세상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라고 한다. 아이의 이 말이 참으로 내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탄복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