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사진 > 사진집
· ISBN : 9788996937357
· 쪽수 : 160쪽
책 소개
목차
도시의 캡션, 아파트 글자 전가경 15
아파트 외벽도장공 유영욱과의 만남 윤민구 63
An interview with apartment building painter Yoo Young-wook Yoon Mingoo 145
아파트 글자, 위치 좌표 그리고 측벽 강예린 137
Apartment letters, geographic coordinates and flank walls Yerin Kang 151
책속에서
나아가 한국의 아파트에선 나는 아파트 이름과 심볼마크, 아파트 상단에 그려진 글자로 살아왔던 공간들의 희미한 테두리들을 짚어본다. 현대아파트의 보수적인 예서체, 주공아파트의 집 모양 심볼마크, 삼익아파트의 유별난 문장디자인과 신동아아파트의 데코마스적 기업 CI 디자인. 수집하는 한국의 아파트 글자엔 ‘살아야 하는 터전'이라는 인식 이전에 ‘소유하는 상표'로 환원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집단적 기억 그리고 운명이 함께한다.
- 전가경, “도시의 캡션, 아파트 글자” 중
윤민구: 저는 개인적으로 글자를 ‘그린다'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선생님의 글자 역시 그림처럼 그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은 글자를 그리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유영욱: 그렇지. 그림을 그리다 보니 글자를 그리기도 어렵진 않더라고. 보는 눈이 있으니까. 지금은 좀 작아져서 보통 한 글자 크기가 1.6-1.7m 정도인데, 멀리서 봤을 때 이상한 부분 없이 예쁘게 보여야 한다는 거야. 처음 글자 그리고 나서도 한 10년은 되어야 제대로 그릴 수 있어. 그러니 프로가 되려면 힘들지. 멀리서 보면 1-2cm만 틀려도 다 티가 나니까 그리기 전부터 가까이서 볼 때와 멀리서 볼 때 어떻게 보일지 머릿속에 다 그려놓아야 해. 설명하긴 어려운데 나만의 공식 같은게 있어. 글자가 우리 키만 하니까 몇 cm 그리고, 몇 cm 이동했는지 기억을 해놔야지 안 그러면 안 맞아. 글자의 두께나 공간에 대한 계산 그리고 간격이 딱 들어 맞아야 해. 사람 눈이라는 게 아주 예민해서 프로가 쓴 것과 프로가 아닌 사람이 쓴 게 생각보다 티가 나거든. 나만 보는 게 아니잖아. 아파트에 사는 사람, 살지 않는 사람 모두가 보는 글자니까. 요새는 공사 현장 소장들도 보는 눈이 있어. 당연히 내 맘대로 막 그릴 수가 없지. 누가 봐도 잘 그린 글자여야 해.
- 윤민구, “아파트 외벽도장공 유영욱과의 만남”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