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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97186518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5-12-01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사회를 결정하는 세 가지 차원
2장 토박이 가치
3장 자급자족을 상대로 한 전쟁
4장 민중에 의한 연구
5장 그림자 노동
리뷰
책속에서
그림자 경제의 출현에서 내가 주시하는 점은, 임금으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시장으로부터 가계의 독립성을 지키는 데 기여하지도 않는 노역 형태가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비자급자족적 가내 공간에서 주부가 행하는 그림자 노동이 좋은 예다. 이 새로운 종류의 활동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임금 취득자로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는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그림자 노동은 근대의 임금 노동과 더불어 나타난 현상이지만, 노동집약적 상품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조건으로 보자면 그림자 노동이 임금 노동보다 훨씬 근본적일 것이다. 그림자 노동을, 자급자족 중심의 민중 문화에서 전형적으로 볼 수 있는 토박이 활동과 구분하는 것은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콜럼버스와 네브리하는 둘 다 새로운 유형의 제국 건설에 이바지하려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새로 개발된 카라벨 범선을 이용하자는 콜럼버스의 제안은 새로 스페인이 될 땅에서 왕권을 확장하는 데 국한되어 있었다. 반면 네브리하의 제안은 좀 더 근본적인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문법을 이용하면 전혀 새로운 영역에까지 여왕의 지배권을 확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성들이 매일같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생계요소들을 국가가 통제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상 네브리하는 자급자족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새 국가에게 선전포고문을 작성해준 셈이었다. 토박이말을 ‘가르치는 모어’로 대체하는 것이 그것이었고, 이것이야말로 근대 예속 사회를 최초로 설계한 사건이었다.
그림자 노동과 임금 노동은 함께 등장한 것들이다. 양자 모두 인간을 소외시킨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방식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림자 노동의 굴레가 처음 씌워진 것은 주로 양성 간의 경제적 결합을 통해서였다. 임금 노동자와 그에게 의존하는 식구로 구성된 19세기 부르주아 가족이 자급자족 중심의 가정을 대체하면서부터였다. 말하자면, ‘페미나 도메스티카’(집안 여성)와 ‘비르 라보란스’(일하는 남성)가 서로 손을 잡고 호모 에코노미쿠스의 특징인 무능력한 상호의존적 예속에 묶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조잡한 그림자 노동 모델로는 경제 팽창에 대한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전문가와 관료의 권력이 잘 길들인 고객에게서 오듯, 자본가의 이익 역시 강제적인 소비를 늘리는 데서 오기 때문이다. 성으로 결합된 가족은 이들에게 그림자 노동의 예속을 강화할 수 있는 청사진을 마련해 주었다. 더 복잡하고 더 교묘하게 인간을 불능화하는 형태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