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30817743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1-03-15
책 소개
목차
제1장 첫 번째 15분
제2장 두 번째 15분
제3장 세 번째 15분
제4장 마지막 15분
■ 원문
■ 작품 해설
■ 역자 후기
■ 작가 연보
책속에서
‘작품 해설’ 중에서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의 공통점으로는 유령이 등장한다는 점이나 불평등한 당시 영국의 상황을 비판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해 대중들의 관심과 의식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점,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호소한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스크루지와 마찬가지로 『종소리』의 토비도 유령과의 여행을 통해 자신의 고립된 생각에서 벗어나 이웃들과 공감, 공존, 호혜를 나누는 인물로 변화했다.
『종소리』와 『크리스마스 캐럴』은 몇 가지 다른 점도 보인다. 『크리스마스 캐럴』에서는 개인의 변화 가능성이 부각되었다면, 『종소리』에서는 역사는 발전하고 시간은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디킨스의 확고한 낙관주의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중산계층의 자본가였던 반면, 『종소리』의 주인공인 토비 벡은 하류계층의 가난한 심부름꾼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스크루지 개인의 주변을 보여주면서 그 자신의 변화를 통해 개인적 차원의 선의를 부각시켰다면, 『종소리』는 상류계층과 하류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당시 영국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보다 직접적이고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사회의 빈곤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전체의 문제임을 직시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유령이 스크루지 개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치는 반면, 『종소리』에 등장하는 종의 유령은 역사의 발전에 대한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회 구성원, 특히 가난한 사람들 서로 간의 유대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계몽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종소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당대의 실제 현실과 연관된 사건과 인물들이 직접적인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소설이 출간되던 당시 영국은 ‘굶주린 40년대(The Hungry Forties)’라 불리던 시기로, 하층계급의 빈곤이 극에 달한 것은 물론이고, ‘차티스트 운동(The Chartist Movement)’, 노동자들의 집회와 폭동에 가까운 데모, 곡물법에 반대하는 농부들의 ‘건초 방화(the rick-burnings)’, 도시 지역의 매춘 심화 등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그에 따른 불만들이 표출되던 때였다. 이러한 빈곤한 사회 상황은 하층계급들에게는 특히 가혹한 삶의 조건을 부과했는데, 이 작품에서 그런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토비는 하루에도 몇 번이고 종을 보러 나왔다. 종들은 그의 친구였다. 종소리를 들을 때면 토비는 종들이 있는 곳을 흥미롭게 올려다보며 종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떤 쇠공이 종들을 두드려대는지 궁금해했다. 그가 이 종들에 대해 유독 호기심을 갖는 것은 종들이 자신과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종들은 날씨가 궂으나 맑으나 거기 매달려 바람이 불어도 비가 몰아쳐도 묵묵히 수많은 집을 보면서 견디고 있었다. 창을 통해 빛나고 반짝이며 활활 타오르거나 굴뚝 꼭대기로 연기를 폭폭 풍기는 화로 곁으로 다가가지도 않고, 거리의 문과 난간들 사이로 덩치 큰 요리사들에게 끊임없이 건네는 멋진 식사에 끼어들지도 못하면서. 무수한 창가에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졌다. 때로는 젊고 명랑한 얼굴들, 때로는 그 반대의 나이 든 우울한 얼굴들. 하지만 사람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혹은 입술이 달싹일 때 그 자신에 대한 친절한 말 한마디라도 하는지 어떤지는 종들과 마찬가지로 토비도 알 수 없었다. 물론 토비는 거리에 하릴없이 서 있을 때 종종 그런 사소한 일들에 대해 생각해 보기는 했었다.
“보게, 친구들.” 의원이 말을 이었다. “자네들도 알다시피 궁핍, 그래 ‘쪼들림’에 관한 수많은 얼토당토않은 말들이 있지. 그렇게 말하는 거 맞지, 그렇지? 하! 하! 하! 나는 그걸 좀 깔아뭉개버릴 작정이라네. 굶주림에 관해 마치 유행처럼 번지는 은어들이 있지. 나는 그걸 아주 깔아뭉개 버릴 생각이야. 그게 전부야! 신의 가호가 자네들에게!” 의원은 다시 친구들을 보면서 말했다. “자네들도 시작하는 방법만 알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에게서 무엇이라도 그렇게 깔아뭉개버릴 수 있을 거라네”.
총총이는 멕의 손을 잡아 자기 겨드랑이에 꼈다. 물론 자기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자네 딸인가, 응” 의원이 물으면서 멕의 턱을 가볍게 건드렸다.
노동계층의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절한 똑똑이 의원! 그들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조금도 거만하지 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