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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건축 > 건축이야기/건축가
· ISBN : 9791162182338
· 쪽수 : 372쪽
· 출판일 : 2023-01-1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경계 건축가 • 지방과 세계의 연결 • 삼륜차
제1기 1986-1991
뒤죽박죽의 배후 • 경계인과 반금욕주의 • 장식이 아니라 남루한 것에 매료되다 • 남루한 기하학
직접 고른 55작품|01-03
01. 열 가지 스타일의 집 • 02. 이즈의 후로고야 • 03. M2
제2기 1992-2000
건축은 죄악이다 • 건축의 소거 • 소거에서 정원으로 • 디지털 형태가 아닌 체험으로 • 타우트에게 배운 관계와 물질 • 뉴욕에서 만난 일본 • 버블경제 붕괴로 만난 작은 장소 • 기술자와의 대화로 가능한 일들 • 옥외에 눈뜨게 해준 도호쿠 • 저비용이야말로 건축의 테마
직접 고른 55작품|04-13
04. 기로산전망대 • 05. 오토매틱 가든 • 06. 물/유리 • 07. 베네치아 비엔날레95 일본관 전시장 구성 • 08. 모리부타이 미야기현 도요마마치 전통예능전승관 • 09. 2005년 일본국제박람회 기본 구상 • 10. 기타카미강․운하 교류관 물의 동굴 • 11. 나카가와마치 바토 히로시게미술관 • 12. 돌미술관 • 13. 반오브젝트
제3기 2001-2015
목조건축으로 대규모 장소와 연결되다 • 중국에서 자각한 노이즈 • 냉전 건축에서 미중 대립 건축으로 • 건축가와 고양이의 관계 • 구멍을 뚫어 생명을 불어넣는다
직접 고른 55작품|14-41
14. 대나무집 • 15. One오모테산도 • 16. 지는 건축 • 17. 무라이 마사나리 기념미술관 • 18. 오리베의 다실 • 19. 로터스 하우스 • 20. Krug×Kuma • 21. 쵸쿠라광장 • 22. 티 하우스 • 23. 카사 엄브렐러 • 24. 워터 브랜치 하우스 • 25. 네즈미술관 • 26. GC프로소뮤지엄 리서치 센터 • 27. 글라스/우드 하우스 • 28. 세라믹 클라우드 • 29. 유스하라 나무다리 박물관 • 30. 메무 메도우스 • 31. 스타벅스 커피 다자이후 덴만구 오모테산도점 • 32. 아오레나가오카 • 33. 아사쿠사 문화관광센터 • 34. 800년 후의 호죠안 • 35. 마르세유현대미술센터 • 36. 브장송예술문화센터 • 37. 가부키자 • 38. 서니힐즈 재팬 • 39. 다리우스 미요 음악원 • 40. 다이와 유비쿼터스 학술연구관 • 41. 중국미술학원 민예박물관
제4기 2016-2022
나만의 방법을 발견하다 • 아오야마와 숲 • 절단이 아닌 관계와 지속 • 나무라는 방법 • 입자에서 양자로 • 코퍼레이티브 하우스에서 셰어하우스로 • 아틀리에에서 연구실로 • 그래픽, 랜드스케이프, 패브릭 • 지방의 네트워크
직접 고른 55작품|42-55
42. 쥬바코 • 43. 포틀랜드 일본정원 문화촌 • 44. V&A 던디 • 45. 더 익스체인지 • 46. 메이지진구 박물관 • 47. 국립경기장 • 48. 점․선․면 • 49. 다카나와게이트웨이역 • 50. 가도카와 무사시노 뮤지엄 & 무사시노 레이와 신사 • 51. 히사오 & 히로코 타키 플라자 • 52.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 • 53. 그리너블 히루젠 • 54. 사카이마치의 작은 건축 거리 만들기 • 55. 미나미산리쿠쵸의 부흥 프로젝트
리뷰
책속에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한 모든 건축 스타일을 비웃었던 뉴욕 시절의 나였지만 유일하게 호감을 느꼈던 사람은 로스앤젤레스를 거점으로 삼아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였다. 그의 건축이 한마디로 남루했기 때문이다. 울퉁불퉁한 함석지붕이나 가격이 싼 얇은 합판을 당당하게 사용한 그의 건축은 정말 멋지다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로 남루해서 호감이 갔다. 마치 남루함을 무기로 삼아 모더니즘 건축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더니즘 건축은 공업화 시대의 제복이었기 때문에 공업 제품의 반짝이는 광택과 매끈한 질감, 정확하게 들어맞는 빈틈없는 정밀도, 그런 것들이 아름다움의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게리의 남루함은 공업화 시대의 광택과 매끈한 질감, 정밀도를 비웃는 듯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모더니즘 이전 시대로의 향수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면 게리의 남루함은 그 이후의 건축을 예감하는 것처럼 보였다.
건축은 한계가 있는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여 한계가 있는 소중한 토지 위에 건물을 세우는 것이니까 그 자체로 범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느꼈다. 일찍이 아돌프 로스(Adolf Loos)는 ‘장식은 죄악’이라고 선언했는데, 나는 ‘건축은 죄악’이라고 통감했다. 그러나 오사카만국박람회의 건축들에서는 그런 죄의식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죄의식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 죄의식으로부터 쥐어짠 듯한 건축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나무 상자나 이노우에 저택에 놓여 있던 의자와 조명기구 같은 타우트가 디자인한 공예품에는 흥미가 있었지만 그날까지 타우트의 건축에 마음이 끌린 적은 없었다. 철이나 유리로 제작한 파빌리온의, 소재에 대한 그 집념에는 나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지만 형태라는 점에서 보면 르코르뷔지에나 미스 반데어로에의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날카로움은 없고 뭔가 둔탁하고 무거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휴가별장’에는 애당초 ‘형태’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휴가별장’은 기존 벼랑의 급경사면에 세워진 목조 주택 지하의 틈새를 살려 증축한 것인데, 거기에는 작은 인테리어와 바다를 향하여 뚫려 있는 입구밖에 없어서 ‘형태’를 찾아볼 수는 없었다. 타우트는 그런 악조건을 역이용하여 바다와 인간 사이에 신비한 ‘관계’를 만들어냈다. ‘형태’라면 사진에 담을 수 있지만 ‘관계’는 담을 수 없다. 나는 타우트가 만든 ‘휴가별장’이라는 장소에 잠시 멈추어 서서 처음으로 ‘관계’ 안에 나의 신체를 대입해 보고 그 ‘관계’에 완전히 압도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