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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75052024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25-09-22
책 소개
★ 초월주의 정신을 가장 순수하게 구현한 고전
★ 걷기와 사유를 통해 인간 자유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
『걷기의 철학』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남긴 사유의 결정체로, 자연 속에서의 체험과 철학적 탐구를 결합시킨 걸작이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을 단순히 관찰하거나 예찬하는 것을 넘어, 걷기를 매개로 인간의 존재와 자유의 본질을 물었다. 숲과 산, 들판과 강을 걸으며 그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삶과 죽음, 활력과 고요, 자유와 억압의 상징을 읽어냈다. 특히 「걷기」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읽히는 소로의 대표적 글로, 문명과 도시의 소란 속에 갇힌 인간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해방을 경험하고 내면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명료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야생의 사과」와 「가을빛」, 「밤과 달빛」은 소박한 사물과 풍경 속에서도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일상의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다.
이 책은 초월주의 사상사의 맥락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소로는 랠프 왈도 에머슨과 교류하며, 자연을 신성한 텍스트로 읽고 인간 정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신뢰하는 초월주의적 세계관을 더욱 확장했다. 에머슨이 ‘자립’(Self-Reliance)과 ‘자연’을 통해 개인의 독립성과 우주적 조화를 강조했다면, 소로는 이를 삶 속에서 실험하고 실천하며 산문으로 구체화했다. 『걷기의 철학』은 그 결과물로, 뉴잉글랜드 지성사의 중심에서 자연과 문명, 자유와 양심을 연결하는 철학적 다리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한 고전의 재발견을 넘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여전히 필요한 성찰의 언어를 제공한다.
디지털 기기와 산업화의 소란에 잠식된 현대 사회에서, 소로의 목소리는 “걸어서 사유하라, 자연 속에서 다시 자유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걷기의 철학』은 결국 인간이 본래 지닌 자유와 내적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하는,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었다.
목차
옮긴이의 말 6
메사추세츠 자연사 10
와추세트로의 산책 48
여관 주인 74
겨울 산책 88
산림 수목의 차이 116
걷기 138
가을빛 192
야생의 사과 243
밤과 달빛 290
책속에서
마침내 우리는 해가 바다에서 솟아올라 매사추세츠를 비추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순간부터 대기는 떠날 때까지 점점 더 투명해졌다. 우리는 시야의 광활함 속에서, 지구의 넓이가 하늘과 대응하며, 마을들이 별자리처럼 하늘의 무늬에 부응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비록 이 산악 풍경에는 알프스에서 느낄 숭고함은 부족했으나, 여름날의 사색에 족할 만한 거대한 풍경이 있었다. 눈이 닿는 한 풍경에는 거의 생명이 보이지 않았다. 몇 마리 새가 스쳐 지나갔을 뿐, 붐비지 않았다. 먼 도로 위를 가는 여행자도 몇 마일 간격으로 간혹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사방으로 이어진 마을들은 포도원의 계단식 밭처럼 겹겹이 솟아올라 지평선 속으로 사라졌다. 와추세트는 참으로 매사추세츠의 전망대였다. 지도처럼 길이와 너비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쪽과 남쪽으로는 바다의 평평한 지평선이 열렸고, 북쪽으로는 뉴햄프셔의 익숙한 언덕들이 보였다. 북서쪽과 서쪽으로는 전날 저녁 처음 모습을 드러낸 후삭 산맥과 그린 산맥이 안개 낀 듯 푸른 윤곽을 드러냈다. 그것들은 마치 아침 바람에 흩어질 구름 둑처럼 실체 없는 듯 보였다. _'와추세트로의 산책' 중에서
겨울에 따뜻함은 곧 모든 미덕의 상징이다. 우리는 생각 속에서 햇살에 빛나는 바위, 졸졸 흐르는 시냇물, 숲속의 따뜻한 샘을, 토끼와 울새처럼 간절히 그리며 달려간다. 늪과 웅덩이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는 우리 주전자에서 오르는 김만큼이나 소중하고 가정적이다. 겨울날의 햇살과 들쥐들이 담벼락 옆을 오가는 풍경, 숲길에서 지저귀는 박새의 노래와 비교할 수 있는 불은 어디에도 없다. 따뜻함은 여름처럼 땅에서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태양에서 직접 온다. 눈 덮인 골짜기를 걷다가 등 뒤에서 그 광선을 느낄 때, 우리는 특별한 은총에 감사하며, 그 외딴 곳까지 우리를 따라온 태양을 축복한다. 이 지하의 불은 모든 이의 가슴에 제단을 두고 있다. 가장 추운 날, 황량한 언덕 위를 지나는 여행자도 어떤 난로나 아궁이보다 더 따뜻한 불을 외투 자락 안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계절의 보완물이며, 겨울에는 여름이 그의 마음속에 깃들어 있다. 그의 가슴속에는 남쪽이 있다. 모든 새와 곤충은 그곳으로 이주했고, 따뜻한 샘 주위에는 울새와 종달새가 모여든다. _'겨울 산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