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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90403559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 로마 제국의 영광과 사악함 | 제롬의 「아래로 내린 엄지」
2 — 사람의 모습을 한 ‘운명’ | 벨리니의 「절호의 기회」, 뒤러의 「네메시스」
3 —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 뭉크의 「절규」
4 — 새벽의 황제 | 다비드의 「서재에 있는 나폴레옹 1세」
5 — 수수께끼를 푼 끝에 | 모로의 「오이디푸스와 스핑크스」, 슈투크의 「스핑크스의 입맞춤」
6 — 알렉산더 대왕, 이렇게 싸웠다 | 알트도르퍼의 「알렉산더 대왕의 전투」
7 — 풍경화의 탄생 | 호베마의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
8 — 사고인가, 숙명인가 | 브라우네르의 「자화상」과 「매혹」
9 — 크리놀린의 여왕 | 빈터할터의 「외제니 황후」
10 — 독일 제국 탄생의 길 | 멘첼의 「전선으로 출발하는 빌헬름 1세」
11 — 사랑할 때와 죽을 때 | 앵그르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셰퍼의 「파올로와 프란체스카」
12 — 로코코식 몰락 과정 | 호가스의 「당대 결혼 풍속도 1~6」
13 — 고향에서 객사할 바에야 | 브라운의 「영국에서의 마지막 날」
14 — 소년은 숲에서 사라졌다 | 워터하우스의 「힐라스와 님프」
15 — 성흔의 순간 | 막스의 「안나 카타리나 에머리히」, 조토의 「성 프란체스코」
16 — 베수비오 화산의 대폭발 | 브률로프의 「폼페이 최후의 날」, 쇼팽의 「폼페이 최후의 날」
17 — 느끼는 것만으로는 알 수 없어 | 르누아르의 「샤르팡티에 부인과 아이들」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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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모래가 깔린 경기장은 이미 격투가 끝난 상황이다. 금색 투구를 쓴 승리한 검투사는 빈사 상태나 다름없는 상대방의 목덜미를 한 발로 밟고 서서 고개를 치켜들고 있다. 맨 앞줄에 앉은 흰색 스톨라(stola) 차림을 한 여성 모두가, 그리고 뒷좌석에 앉은 남성 대부분이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며 격한 몸짓으로 “죽여! 죽여!”라고 합창을 한다. 가슴에 칼을 맞고 쓰러진 패배자의 귓전에까지 함성이 닿을 듯하다. 자비를 구걸하듯 마지막 힘을 쥐어짜 오른팔을 뻗어 보지만 모랫바닥을 붉게 물들인 피에 흥분한 관중은 더욱 달아오르기만 할 뿐이다.
- ‘로마 제국의 영광과 사악함’ 중에서
집무실에 서 있는 초상을 남긴 이 무렵이 나폴레옹 인생의 절정기였다. 당시 보나파르트 왕조는 반석처럼 견고하게 여겨졌다. 2년 전에는 조제핀과 이혼하고 명문가 중에서도 명문가인 합스부르크 가문의 공주를 (억지로) 왕비로 삼아 후계자도 얻었다. 자신을 닮은 영리한 아들이었다.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제국을 더욱 확장하여 예전 스페인 합스부르크 가문처럼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온 세계에 걸친 광대한 영토였기에 어디에서도 태양을 볼 수 있다는 의미)로 만드는 일이 목표였다. 어쩌면 아주 먼 옛날 로마에 버금가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것도 허황된 꿈은 아니었으리라.
- ‘새벽의 황제’ 중에서
알브레히트 뒤러가 스스로를 예수 그리스도에 빗대어 그린 자화상처럼 브라우네르도 정면을 향해 화면 밖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다. 머리카락이 꽤 벗겨져 이마가 훤하다. 갸름한 얼굴, 곧은 콧날, 여성스럽고 선명한 입술, 가느다란 눈썹과 큰 눈. 실제로 단정한 용모였다고 하는데, 거울에 비쳤을 또 하나의 눈까지 제대로 그렸다면 흠 잡을 데 없이 잘생
긴 젊은이의 얼굴이었으리라. 다만 그랬다면 어떤 위엄이나 정열도, 특별히 시선을 끄는 자신만의 개성도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시시한 초상화가 되었을 것 같다. 화가 역시 그런 생각을 했던 듯하다. 훗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조금만 더 기발하게 생각해 보자 하고 외눈박이로 그려 보았다.”
- ‘사고인가, 숙명인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