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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94706304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6-03-05
책 소개
“이 짧은 단편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웰스의 작품은 SF건 SF가 아니건 환상적이었다.” - 옮긴이의 글 〈웰스의 단편 소설〉 中 -
‘타임머신’이란 단어를 가장 처음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아는가? 20세기 초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1895년 발표한 소설 《타임머신》에서 이 단어가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그는 SF 문학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쳐 오늘날 ‘SF의 아버지’로 불리지만, 그의 작품들은 SF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인간 존재와 미래 사회의 방향성을 탐구하는 깊은 시도로 읽히고 있다. 니케북스 문학 큐레이션 세 번째 시리즈 ‘환상과 마법’의 신간 《담장에 난 문》은 웰스의 대표 단편 〈담장에 난 문〉, 〈눈먼 자들의 나라〉, 〈별〉을 한 권으로 묶어, 그의 상상력과 문제의식을 다양한 소재로 조명한다.
웰스는 이야기의 소재가 되는 비현실적 가정을 설정한 뒤, 그 외의 모든 조건을 철저히 현실에 밀착시켰다. 그렇게 만들어진 세계는 기묘하지만 낯설지 않고, 환상적이면서도 섬뜩할 만큼 논리적이다. 이야기의 기발함에 이끌려 들어간 독자는 결국 자기 삶과 맞닿은 질문 앞에 서게 된다. 표제작 〈담장에 난 문〉은 내면의 열망과 사회적 책임이 충돌하는 순간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삶과 성장의 본질을 탐색한다. 〈눈먼 자들의 나라〉는 고립된 산간 마을에서 시력을 잃은 공동체와 마주한 한 남자의 경험을 통해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날카롭게 탐색하고, 〈별〉 속 불안과 공포 속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매달리는 인간 군상의 모습은 1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루면서도 공통적으로 ‘인간이 믿는 세계의 한계’를 파고든다. 보이지 않는 문 너머의 낙원, 시각이 결핍된 사회가 구축한 폐쇄적인 질서, 우주적 재난 앞에서 드러나는 인류의 무력함은 모두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인식과 가치 체계에 의문을 심는다. 웰스는 환상을 통해 ‘지식’을 내세운 인간의 오만과 맹신, 그리고 이해의 범위를 시험한다. 그의 과학적 상상력은 사회적 은유로 확장된다. 과학과 환상을 빌려 현실을 비추고, 낯선 상황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 온 세계의 전제를 흔든다.
생물학을 공부한 과학 교사이자 사회운동가였던 웰스는 과학적 발전과 진보의 이면을 누구보다 예리하게 포착했다. 그가 살아온 삶이, 곧 그가 쓴 이야기가 도발적인 상상으로 출발하면서도 끝내 우리의 삶과 현실로 되돌아오는 이유일 것이다. 그가 창조해 낸 환상은 현실을 재해석하는 또 하나의 렌즈가 된다. 1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담장에 난 문》에 수록된 작품들이 여전히 생생한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같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과 보이지 않는 것들로만 단정지을 수 없는 복잡성과 모호성을 지니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다시 열린 이 ‘문’은, 독자로 하여금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이 서 있는 세계를 돌아보게 할 것이다.
왜 지금 웰스인가?
현재 우리는 눈부신 기술 발전과 동시에 불안과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허버트 조지 웰스는 100여 년 전 이미 과학의 진보가 인간을 어디로 이끌 수 있는지, 다수의 상식이 얼마나 쉽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작품을 통해 질문했다. 그가 예측했던 미래는, 불안정한 변화의 한가운데 선 현대 사회 인간의 선택을 성찰하게 한다. 지금 웰스를 다시 읽는 일은 우리가 서 있는 현재를 선구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과 마찬가지다.
■ 시리즈 소개
니케북스의 ‘환상과 마법’ 시리즈
잃어버린 상상력을 되찾고 경이로움을 선물할 신비로운 이야기들
‘환상과 마법’ 시리즈는 인간의 상상력과 예술적 상징이 만나는 지점에서 태어난 고전들의 모음집이다. 이 시리즈는 현실을 넘어서는 세계, 보이지 않는 진실, 그리고 영혼의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탐구한다. 별과 별 사이를 건너는 여정, 꿈과 각성의 경계, 우연과 운명의 마주침 속에서 우리는 인간 존재의 근원을 다시 바라보게 된다. 환상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며, 마법은 단지 신비한 힘이 아니라, 세상을 새롭게 보는 눈이다. 《환상과 마법》은 바로 그 거울과 눈을 독자에게 건넨다. 시공을 초월해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이성으로 다 헤아릴 수 없는 삶의 깊이를 언어 반복을 통한 리듬감, 상징의 언어로 드러내어, 삶에 쫒겨 잊고 살아가는 상상과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이다.
목차
작가 소개
담장에 난 문
눈먼 자들의 나라
별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월리스의 기억에 따르면, 그 문을 처음 보았을 때 특이한 감정과 매혹, 문 안으로 들어가고픈 열망을 느꼈다. 동시에 그 유혹에 굴복하는 것은 어리석거나 잘못된 일이라는—어느 쪽인지는 몰라도—직감 역시 강력했다.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는 신기하게도 처음부터 그 문이 잠겨 있지 않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열고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담장에 난 문〉
여자는 나를 데리고 회랑의 의자로 가서 무릎에 책을 펼쳤고, 나는 그 옆에 서서 책 내용을 보려고 했지. 여자가 책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나는 깜짝 놀랐어. 그 책은 페이지들이 살아 있었는데…… 거기 내가 있는 거야. 책은 내 이야기였고 내가 태어나서 겪은 모든 일이 실려 있었어…….
〈담장에 난 문〉
그 후로 나는 여러 해 동안 일에 묻혀 살았고 문은 한 번도 보지 못했어. 그런데 최근에 그게 다시 나타나자, 내 세계에 얇은 오염이 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 그 문을 다시 못 본다는 게 서글프고 비통하게 느껴졌지. 어쩌면 내가 너무 과로한 탓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흔히 말하는 마흔 살이 되는 느낌인지도 몰라. 모르겠어. 하지만 분명한 건 노력을 쉽게 만들어주던 총기가 최근에 사라졌다는 거야. 그것도 하필 지금, 새로운 정치 상황 속에서 내가 일을 맡아야 할 때 말야. 이상한 일이지? 하지만 나는 인생이 피곤하고, 노력의 보상이라는 것도 막상 얻을 때가 되니 시시해 보여. 얼마 전부터 나는 그 정원을 간절히 원하게 되었고 결국 세 번이나 마주쳤어.”
“정원을?”
“아니, 문을! 그런데 들어가지 않았어!
〈담장에 난 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