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여성학/젠더 > 여성문제
· ISBN : 9791196860424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5-11-10
책 소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결혼한 부부와 그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이 건강하고 정상적인 가족의 표상으로 떠올랐다. 일명 ‘홈 스위트 홈’ 이데올로기 과잉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미혼 여성의 임신은 금기였으며, 미혼의 출산은 사회적 사건이 되었다. 미혼 임신과 출산에 대해 낙인과 편견이 만연한 사회에서 입양은 미혼모의 아기를 중산층 핵가족으로 대거 이동시키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작동했다. 전후 약 30년간 지속된 이 시기를 ‘아기 퍼가기 시대’ 또는 ‘강제 입양 시대’로 부른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소위 서구 선진 국가의 임신한 미혼 여성은 모두 이런 시대를 경험했다. 이들에게는 입양 외에 어떤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았으며, 출산 직후 아기를 입양 보내는 집단적 아기 상실을 경험한다. 그 수가 나라마다 수십만 명에 이르니, 그 수를 합하면 홀로코스트로 인해 집단 희생된 사람들의 수와 족히 맞먹을 것이다.
우리에게 낯선 이 시대를 알리기 위해 도서출판 안토니아스는 ‘서구 미혼모 잔혹사’ 시리즈를 기획하고 2023년 첫 책으로 『아기 퍼가기 시대: 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을 출간했다. 이 책은 두 번째 책으로 영국 미혼모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잊혀진 여성, 아기를 포기한 미혼모를 찾아 나선 영국 사회복지사들의 여정
영국의 사회복지 전문가인 세 명의 저자는 수십 년 전 영국의 ‘강제입양 시대’에 미혼모의 신분으로 아기를 입양 보낸 여성들을 만난다. 이제 중장년의 나이가 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들이 여전히 아기 상실의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음을 발견한다. 아기도, 본인도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입양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 당시 사회복지 이론이자 대중의 통상적 믿음이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음을 목격한 후 저자들은 왜, 무엇이, 어떻게 이 여성들이 아기를 포기하는 고통스러운 선택을 하게 했는지 질문한다.
입양에 관해 많은 글이 있지만 아기를 포기한 미혼모의 관점을 다룬 글은 거의 없었다. 이 선구적인 책은 미혼 임신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낙인, 양육과 입양 사이에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고통이 따르는 딜레마, 부모와 사회, 그리고 아기 아버지로부터의 고립, 입양 선택 후 아기를 상실한 슬픔으로 보내는 긴 시간, 그리고 재회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 등 입양을 경험한 미혼모의 전 생애를 살펴본다.
이 책은 아기를 입양으로 상실한 친생모의 경험과 감정뿐 아니라 그들이 처했던 당시 사회적 태도가 어떠했는지, 법률, 의학, 심리학 등에서는 이들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파헤친다. 이 책에 실린 친생모의 이야기는 아기 상실이라는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평생 그 영향 아래 살았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삶을 재단하고 규정한 당시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고발이기도 하다.
보호출산제로 아기를 잃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 임산부들
영국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우리 정부는 2024년 위기 임산부와 그 아기를 보호한다는 명목에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했다. 이 법에 따라 위기에 처한 임산부는 지정된 병원에서 익명으로 아기를 낳고 떠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산모를 보호”하고 “아기의 생명을 살린다”는 명목으로 실시된 법이지만 위기에 적극 개입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위기 임산부는 보호출산을 선택하고 아기를 유기할 수밖에 없다. 불행하게도 시행 첫 달 15명이던 보호출생 아동이 14개월 만에 133명으로 급증했다.
보호출산은 “보호”라는 말과 무색하게 여러 문제를 가지고 있다. 우선 아기를 포기한 여성은 입양이 완성된 후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 일시적 위기 상황 속에 내린 결정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되는 것이다. 또한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기는 홀로 오롯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 아동보호시설이나 입양 가정으로 보내진다. 보호출산으로 유기된 아기라는 신분은 아동의 건강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된다.
정부는 보호출산으로 아동의 생명을 구했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 아기를 잃는다는 것은 개인의 슬픔을 넘어 집단 트라우마로 남는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공동체와 가족으로부터 분리되어 고아라는 신분을 얻어 시설로, 입양 가정으로 재배치되는 아동을 위해 우리가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은 너무나 크다.
위기 임산부가 적절한 지원을 찾지 못해 아기를 포기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은 전혀 자랑스럽지 않다. 우리 사회가 취약한 가정과 위기 임산부를 돕고, 미혼 임신, 출산, 양육에 대한 낙인을 없애고 지원을 강화하는 보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출판사 서문
1장 미혼모, 그 오래된 이름
2장 존재론적 전환의 경계에 선 미혼모
3장 미혼 임산부, 주변 사람들, 태어나지 않은 아기
4장 결정할 수 없는 결정
5장 상실과 함께 살다
6장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내다
7장 도와주는 손길, 경청하는 귀
8장 서로 돕고, 서로의 구원이 되다
9장 멀고 먼 길을 돌아서
10장 과거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변혁하라
에필로그
변화하는 영국 사회와 입양 지형의 변화
도움이 되는 단체와 연락처
참고 문헌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입양으로 아이를 잃은 여성에게 호칭을 부여하는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되찾고 경험을 들여다보기 위한 우리 여정의 첫걸음일 뿐이다. 이들의 삶은 너무도 자주 익명적이며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은 입양으로 아기를 잃은 어머니들에게 목소리를 주고, 그들의 경험과 처한 상황을 알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친생 부모와 입양인은 서로 알아서도 안 되었고 연락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입양 과정은 은밀했다. 이와 같은 엄격한 입양 관행은 친생 부모와 입양인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근대 사회는 부부와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 안에서만 대부분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고 영구적 관계를 맺도록 형성되었다.
입양 부모는 가능한 한 친생 부모처럼 되려고 한다. 그리고 양육 과정에서 친생모의 존재를 배제하려고 한다. 이러한 관행은 수년에 걸쳐 광범위한 과학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입양에 대한 이와 같은 절대적이고 배타적인 태도가 아동 발달에 반드시 최상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쌓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