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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도가철학/노장철학 > 노자철학
· ISBN : 9791198204004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4-07-31
책 소개
목차
글을 시작하며
상편(道經)
1장 ~ 37장
하편(德經)
38장 ~ 81장
글을 마치며
책속에서
돌이켜 보면 참으로 무모한 도전이며 무식함이 지닌 용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앞서는 세월이었습니다.
자성이라는 것도 불성이라는 것도 모르고 오로지 품고 있는 의심을 해결해야겠다는 일념에 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달려드는 꼴이었으나 천지신장들의 가피를 얻어 빈 항아리를 품게 되어 실다운 공부를 마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필자의 의심은 학창시절에 접한 色卽是空 空卽是色(색즉시공 공즉시색, 색(물질)이 공(정신)과 같고 물질이 정신과 같다)이라는 말에 의심이 들어 살아오면서 시도 때도 없이 생각이 들고 나기에 사십 대를 넘기며 불경의 말씀인 것을 알고 의심을 풀기 위하여 출가를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출가한다고 누가 반기는 이가 있나? 누가 공부하라고 좌판을 깔아주었나? 누가 가사장삼은 입혀주었나? 누가 잠자고 먹을 곳을 마련해 주었나? 어느 산문에서 받아주었나?
늦은 나이에 서럽고 서럽게 출가한 후에도 동가식서가숙하며 오로지 한 놈만을 때려잡기 위하여 열심히 매달리다 보니 부딪히는 때마다 좋은 인연을 만나 공부를 이어올 수가 있었습니다.
도란 천지 만물을 이루고 그것을 담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 담겨있습니다.
만법이 공하다는 그것이 도를 품고 있으며, 사람이 담고 살아가는 마음의 빈자리가 도를 품고 있으며, 물질과 정신, 무와 유가 들고나는 그것에 도가 담겨있어서 누구라도 도인이며 부처인데, 다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중생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위의 兩者同出而異名(양자동출이이명)
위의 무와 유는 동시에 생하였으나 이름만 다르다.
위의 문장에 색과 공을 대입하면
위의 색과 공은 동시에 태어났으나 이름만 다르다가 되며
위의 凡所有相 皆是虛妄(범소유상 개시허망)
위의 若見 諸相非相 卽見如來(약견 제상비상 즉견여래)
위의 무릇 모양으로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
위의 만약에 모양이 모양 아님을 본다면 즉시 도를 얻을 것이다.
위의 문장에서 諸相非相(제상비상)만 다시 설명하면,
모든 모양이 그 모양이 아니라는 말은 무유가 동시에 생하고 멸하며 정신과 물질이 동시에 생멸하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뜻이다.
장에 다녀오는 도인에게 도를 물으니 베 세 필이라 하였고, 뜰을 거니는 도인에게 도를 물으니 뜰 앞의 나무라 하였으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도인에게 도를 물으니 똥 친 막대기라 하였습니다.
도는 空桶(공통)에 담겨있어서 어느 때 어느 곳을 가리거나 분별치 않고 마음이 들고나고, 머무는 곳이 없고, 주인도 없고, 거처도 없는 빈 항아리인 공통에 담겨있으나, 할 일 다 하기에 眞空妙有(진공묘유)라 하였고, 玄之又玄 衆妙之門(현지우현 중묘지문)이라 하였습니다.
도의 특성은 도를 識(식)으로 알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수행이나 고행을 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기이하거나 신비로운 것이라는 생각을 가져봄직도 하나, 천하대도는 평범한 일상의 모든 것들에 담겨있습니다.
부처의 마음, 즉 여래심은 無心(무심)이라 하였습니다.
마음조차도 없는 무심을 품으려면 나도 없는 無我心(무아심)을 품고 아는 것조차도 없는 無知心(무지심)을 품어야 합니다.
그래서 不立文字 敎外別傳(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 하였습니다.
진정 도를 얻어 담으려 한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왜? 왜?’라는 의심을 달고 살며 어느 누구의 말이나 경전의 말씀까지도 의심을 품고,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타가 아닌 나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아야 합니다.
수행함에 장애가 있으니 그것은 안다는 망상과 있다는 착각입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다 하여 조사도 죽이고 부처도 죽여야 할 판국에 무엇을 알고 무엇이 있다는 것입니까?
我無一切心(아무일체심)임을 알아 일체 我相(아상)을 버려야 합니다.
도를 얻으려는 것은 차별을 품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평등을 얻어 맑고 밝은 지혜를 품고 살기 위함이며 누구나 신명을 지니고 살며 누구라도 도인이며 부처를 품고 살아가는 神(신)임을 자각하고 알기 위함입니다.
긴 얘기가 필요 없음은 깨치면 도인이고 부처이지만 못 깨치면 凡夫衆生(범부중생)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 ‘글을 마치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