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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1007336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1권
1부
2부
3부
2권
4부
5부
6부
에필로그
작품 해설
연보
책속에서
훗날 그는 이때의 일을, 요 며칠 사이에 그의 신변에 일어난 모든 일을 일각일각, 일점일획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상기해보았으나, 그때마다 어떤 한 가지 사실이 거의 미신에 가까울 만큼 그를 놀라게 했다. 사실 별로 이상할 것도 없는 것이었지만, 그에게는 그 후 언제나 무슨 운명의 예고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 그러나 그는 훗날 언제나 이렇게 자문했다. 왜 그토록 중대한, 자신의 전 운명을 좌우하는, 그리고 지극히 우발적인 센나야(그곳을 지나가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에서의 조우가 하필이면 자기 생애의 그러한 때, 그러한 순간, 더욱이 기분이 그러한 상태일 때 이루어졌을까? 그때 상황에서 이 조우는 운명에 결정적이며 절대적인 영향을 줄 만한 유일무이한 기회 아니었던가? 마치 이 조우가 거기서 그를 일부러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 1권
“오빠는 나폴레옹에 굉장히 열중했나 봅니다. 즉 수많은 천재적 인간들이 개개의 악에 구애받지 않고 대담하게 그것을 짓밟고 넘어갔다는 점에 마음이 끌린 겁니다. 오빠도 아마 자기를 천재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적어도 얼마 동안만은 그렇게 확신했던 것 같습니다. 오빠는 무척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고 계시는데, 이론을 만들어낼 수는 있었으나 대담하게 짓밟고 넘어갈 용기가 없다, 따라서 자기는 천재적인 인간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겁니다. 자존심 강한 청년에겐 그야말로 굴욕이랄 수 있죠.”
- 2권
“나는 당신의 불명예나 죄악을 두고 그렇게 말한 게 아니오. 당신의 위대한 고통을 두고 한 말이지. 당신이 위대한 죄인이라는 건 사실이오. 당신이 죄인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아무 보람 없이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제 몸을 팔았기 때문이오. 이처럼 무서운 일이 어디 있겠소! 그토록 증오하는 이 시궁창에서 산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이런 짓을 해봐야 누구를 구하지도 못하며 어떤 불행에서 구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이건 조금만 눈을 떠도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이게 어찌 무섭지 않단 말이오! 그건 그렇고 난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소.” 그는 거의 광분에 사로잡혀 말했다. “이렇게 수치스럽고 비열한 짓이 어떻게 당신의 내부에서 그와는 정반대인 신성한 감정과 나란히 공존할 수 있단 말이오?”
-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