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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8445
· 쪽수 : 538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김명순
의심의 소녀 | 선례 | 돌아다볼 때 | 탄실이와 주영이
나혜석
경희 | 현숙 | 어머니와 딸
김일엽
청상의 생활―희생된 일생 | 자각
이선희
계산서 | 매소부 | 탕자
임순득
일요일 | 이름 짓기 | 딸과 어머니와
주
작품 해설 근대 여성 작가의 목소리 / 이상경
작가 연보 및 주요 작품 목록
참고문헌
기획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 참, 그 『너희들의 등 뒤에서』라는 책은 우리 서모 집 사랑채에 셋방을 빌려가지고 있던 일본 청년이 쓴 것이라지. 그 주인공은 탄실의 행동과 말하는 것을 더러 묘사했었다지만 아주 다르지요. 그 책 가운데 주영이는 꼭 일본 여자지 어디 탄실이 같습니까? 그래도 그 작자는 탄실이보다는 그 책의 주인공인 주영이가 훨씬 낫다고 할지 모르지만 우선 사실부터 탄실이는 처음에 동정을 자기 스스로 깨뜨린 것이 아니고 앗긴 것도 또 일본 사람에게가 아니라 조선 사람에게 그랬으니까요. 참 말 못 할 표독한, 꼭 무엇과 같은 사람이지요. 그 어린것이 멀리 타향에 가서 그래도 저를 믿는데, 차마 그런 행동이 어떡해서 해졌는지, 도척이보다 더하지요. 그것도 웬 제가 사귄 것입니까? 내 삼촌이 시룽시룽 사귀어준 것이지요. 말하자면 내 삼촌이란 어른이 심사가 고약하지요. 그것을 다 말하면 집안 흉이 날 테니까 채 말은 못 하지만 그것참 불행한 운명에 빠진 여자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즈음에도, 혹시 구할 수만 있으면 그 운명에서 구해주려고 하지만 어디 말을 들어요? 남자란 악마보다 더 거리낀다고 저주하니까. 본래는 아주 인정 많고 착한 여자였지만 그 타락하던 당시를 생각하면 아마 자기도 온전치는 못하던 모양이었어요. 하나 어느 편으로 보든지 주영이와는 다릅니다.” (김명순, 「탄실이와 주영이」)
아버지가 “계집애라는 것은 시집가서 아들딸 낳고 시부모 섬기고 남편을 공경하면 그만이니라” 하실 때에 “그것은 옛날 말이에요. 지금은 계집애도 사람이라 해요. 사람인 이상에는 못 할 것이 없다고 해요. 사내와 같이 돈도 벌 수 있고, 사내와 같이 벼슬도 할 수 있어요. 사내가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는 세상이에요” 하던 생각을 하며, 아버지가 담뱃대를 드시고 “뭐 어쩌고 어째, 네까짓 계집애가 하긴 무얼 해. 일본 가서 하라는 공부는 아니 하고 귀한 돈 없애고 그까짓 엉뚱한 소리만 배워가지고 왔어?” 하시던 무서운 눈을 생각하며 몸을 흠칫한다.
과연 그렇다. 나 같은 것이 무얼 하나. 남들이 하는 말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가. 아아 과연 사람 노릇 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남자와 같이 모든 것을 하는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닐 터이다. 4천 년래의 습관을 깨뜨리고 나서는 여자는 웬만한 학문, 여간한 천재가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나폴레옹 시대에 파리의 전 인심을 움직이게 하던 스탈 부인과 같은 미묘한 이해력, 요설한 웅변, 그런 기재(機才)한 사회적 인물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살아서 오를레앙을 구하고 사(死)함에 프랑스를 구해낸 잔 다르크 같은 백절불굴의 용진(勇進) 희생이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달필의 논문가, 명쾌한 경제서의 저자로 이름을 날린 영국 여권론의 용장 허스트 부인과 같은, 어론(語論)에 정경(精勁)하고 의지가 강고한 자가 아니고서는 될 수 없다. 아아, 이렇게 쉽지 못하다. 이만한 실력, 이러한 희생이 들어야만 되는 것이다. (나혜석, 「경희」)
나는 자식의 사랑으로 인하여 내 전 생활을 희생할 수는 절대로 없나이다. 자식의 생활과 나의 생활을 한데 섞어놓고 헤맬 수는 없나이다. 물론 남의 부모가 되어 자식을 기르고 교육시켜서 한 개 완전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 당연한 직무이겠지요. 그러나 부모의 한 사람인 아이의 아버지가 아이의 양육을 넉넉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없는 모욕을 당하면서 자식 때문에 할 수는 없나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자라서 어미라고 찾으면 만나고 아니 찾으면 그만일 것입니다. (김일엽, 「자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