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9312
· 쪽수 : 166쪽
· 출판일 : 2021-12-10
책 소개
목차
「저녁놀」 김멜라
인터뷰 김멜라 × 김보경
「부용에서」 남현정
인터뷰 남현정 × 양순모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인터뷰 이미상 × 홍성희
리뷰
책속에서
환풍기가 돌아가는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살아오며 겪었던 온갖 폭력이 머릿속에 재생되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그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는 걸까. 어떻게 그 끔찍한 모멸감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는 걸까. 왜 나는 남들처럼 무뎌지고 담담해지지 않는 걸까. 눈점은 남보다 더 넘어지고 아파하는 자신이 미웠다. 이겨내라고,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서웠다.
―김멜라, 「저녁놀」
각각의 고치는 누에의 대피소라기보다 오히려 감옥에 더 가까워 보였는데 힘겹게 고치를 짓고 그 속에 스스로 갇혀버리는 누에들의 마음을 나는 그만 이해하고 말았다. 머리가 핑 돌았다. 이해해선 안 되는 것을 이해해버린 순간이었고 이건 분명 내가 곧 정신이 나갈 것이란 징조였다.
―남현정, 「부용에서」
그날 ‘악하다’는 말이 나온 까닭은 소설이 악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악하다는 말에 취해 있었기 때문이다. 소설 창작반에서는 뜬금없이 어떤 말이 유행했다. 복기나 오독처럼 평소 잘 쓰이지 않는 한자어가 유행했고 그러면 너도나도 아무 때고 그 말을 썼다. 악하다,도 그런 말 중 하나였다. ‘되짚다’보다 ‘복기’가, ‘잘못 읽다’보다 ‘오독’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듯, ‘생각이 짧다’ 정도면 족했을 텐데도 사람들은 기어이 초롱의 소설에 대해 악하다는 표현까지 썼고 거기에는 ‘아’ 해도 될 것을 ‘악!’ 하고야 마는 문학의 낯간지러운 과장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부당한 환기가 맴돌이치고 있었다.
―이미상, 「이중 작가 초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