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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7997908
· 쪽수 : 268쪽
책 소개
목차
악어의 눈물_홍유진
어느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_김재희
엄마의 소울 푸드_홍헌표
어느 노배우의 마지막 수업_김동수
복남이의 풀 한 포기_서연진
장 여사 아랫배 수난사_황영준
요가 부부_강진경
새벽 세 시, 별빛이 내릴까요?_이하나
꼼장어와 쐬주 한잔_김인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죽음보다 더 가슴을 저미는 서글픈 한. 엄마 마음에 맺혔을, 온몸에 퍼진 암 덩어리보다 고통스러운 멍울. 내 목숨이 떨어지기만을 바라던 여자 손에 어린 자식을 남기고 죽어야 하는 비참한 현실. 절망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빈곤과 폭력의 벼랑 끝에 세 아이를 두고 죽는 심정…. 내 어머니는 강했지만, 물풀 위의 여자는 한없이 약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온전히 견디는 일은 죽음으로의 도피보다 언제나 어려운 법이니까. 그녀는 살아남을 용기를 기어이 놓아버렸기 때문에, 자기 손으로 자식들을 지옥으로 떠미는 처절한 슬픔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용서 못 해…. 하지만 무턱대고 비난하기엔 서러울 정도로 무너진, 가엾은 여자다. 어쩌자고, 그 얼굴 위로 어머니의 가냘픈 얼굴이 흐릿하게 겹친다. 빌어먹을, 수경이 새나 보다. 유리가 뿌예지면서 뜨거운 물이 조금씩 차오른다. 도저히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아, 나는 악어의 금기뿐 아니라, 인간의 금기도 어겼다…. 그녀를, 우리 엄마를 구하기 위해, 먹잇감을 본 악어처럼 사납게 나는 달려든다.
- <악어의 눈물> 중에서
며칠 후 단체로 수영 수업을 하는 날이 왔다. 소임은 이날이 무척 걱정됐지만 그래도 수업에 참석하려고 했다.
모두 탈의실에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나왔다. 소임은 집에서 교복 안에 래시가드 수영복을 입어 가슴 흉터를 감추고 화장실로 가서 가발 위로 방수 수영모를 썼다. 탈의실서 나온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이 쳐다볼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야유를 보냈다.
현구는 소임이 걱정됐지만 다행히 소임은 물에 잠깐 들어가 있다가 선생님의 허락을 받은 후 의자에 앉아 지켜보았다.
그날 밤 단톡방에 수영 수업 이야기가 나오다가 소임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전환되었다. 현구는 숨을 죽이고 톡방을 지켜보았다.
- 야, 근데 오소리 말이야.
- 응. 소림사?
- 왜? 뭥미?
- 가발 같지 않냐?
현구는 숨이 턱 막혔다.
- <어느 고등학생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진영은 요가원을 나오며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재남과 그녀가 암에 걸린 나이가 비슷했다. 30대 후반. 살아온 날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나이. 그렇게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 막막했던 진영에게 재남과 영철의 이야기는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대학병원의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다시 직장 생활을 하고, 일반인처럼 살아가라고 권하지만, 진영은 암 환자가 암에 걸렸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고, 다시 예전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앞으로 남은 반평생을 환자처럼만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집도, 직장도 접어두고 자연으로 들어가서 산다지만 그렇게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본인이 가진 삶의 테두리를 유지하며 그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꿔나갈 것인가는 모든 암 환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인 셈이다.
- <요가 부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