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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한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88968970016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13-06-02
책 소개
목차
● 프롤로그
● 보는 여자 1
● 절벽
● 보는 여자 2
● 사고
● 보는 여자 3
● 탈출
● 에필로그
● 특별 단편
저자소개
책속에서
“엄마?”
지은은 엄마를 불러보았다. 아마도 곁에서 병간호를 하며 밤샘을 한 모양인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일어나질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뭔가 떠올리고 급히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쥐락펴락, 몇 번이고 두 손을 움직여보았다. 엄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옆으로 비킨 다음, 침대에서 내려와 두 다리로 디디고 섰다. 무릎이 살짝 저렸지만 힘이 들진 않았다. 천천히 걸음도 옮겨보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기도 하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군데군데 욱신거리긴 했지만 몸을 쓰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다.
역시 악몽을 꾼 것이다.
지은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흘끔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는 여전히 깊은 잠에 빠져서 쌔근쌔근 코까지 골고 있었다.
지은은 침대 밑에 놓인 슬리퍼를 신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오후인데도 복도는 조용했다. 아무도 없었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안 보였고, 환자들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조용했다.
지은은 어딘가에 다른 사람이 없을까 주위를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소음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도 신경에 거슬렸다. 께름칙한 기분이 사라지지 않자 병실로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길을 돌리려는 문득 복도 저편에 뭔가 반짝거리는 게 보였다. 호기심이 일어 무심결에 그쪽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이나 뗐을까. 지은은 반짝거리는 것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멈칫거렸다. 그것은 거울이었다. 맘속 어딘가에서 빨리 병실로 돌아가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몸은 자기도 모르게 계속 거울을 향하고 있었다.
후우.
후우.
지은은 숨을 거칠게 내뱉으면서 찬찬히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엔 지은이 지나온 복도만 비칠 뿐이었다.
‘그래, 전부 꿈이야. 전부 꿈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정신 차려라, 지은아.’
지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정말로 병실에 돌아가야겠다고 여기는 순간, 거울을 통해 누군가가 뒤에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지은은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복도엔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거울을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개가 저절로 움직였다.
“아…….”
결국 거울을 들여다본 지은은 나직이 신음을 내뱉었다.
거울 속, 지은의 뒤에 나타난 사람은 그 무시무시한 백발노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거울에 비친 지은은 병원 복도가 아니라 귀천신당의 방 안에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라 주변을 돌아보자 지은을 둘러싸고 있던 병원의 전경이 사라지고 섬뜩한 그림으로 가득한 귀천신당의 방으로 바뀌어버렸다.
“내가 왜 여기에…… 난 분명히 병원에서 깨어났는데…….”
“맞아, 아가씨는 병원에 있어. 또 아니기도 하고.”
노인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