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76828569
· 쪽수 : 104쪽
· 출판일 : 2024-04-26
책 소개
목차
필경사 바틀비 7
도슨트 성기현과 함께 읽는 『필경사 바틀비』
철학자 들뢰즈와 함께 읽는 『필경사 바틀비』 7
들어가며 7
바틀비의 정형어구: ‘안 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9
정형어구의 효과: 변호사의 광기와 바틀비의 마비 12
멜빌의 인물들: 편집증자, 심기증자, 선지자 20
‘보편적 형제애’의 실패와 바틀비의 죽음 26
나가며: 바틀비 효과 28
책속에서
나로서는 다행히도, 소화불량이라는 특유의 원인으로 인한 니퍼스의 성마름과 신경질은 주로 오전에 나타나는 반면 오후에는 비교적 유순해졌다. 그러니까 터키의 발작은 열두 시 정도에 시작되기 때문에, 나는 두 사람의 기행을 동시에 직면할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발작은 보초를 서듯 교대로 일어났다. 니퍼스가 시작하면 터키는 멈추었고, 또 반대로 터키가 시작하면 니퍼스가 멈추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것은 썩 괜찮은 자연적인 배열이었다.
바로 이런 자세로 앉아 나는 그를 부르며 그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즉 짧은 문서를 나와 함께 검토하자고 신속하게 말했다. 그런데 바틀비가 그의 사적인 공간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저는 안 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을 때, 나의 놀라움, 아니, 경악스러움을 상상해 보라.
나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서 충격으로 멍해진 정신을 추스르려 했다. 곧 내 귀가 나를 속였거나 아니면 바틀비가 내 말을 완전히 오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또렷한 목소리로 요청을 반복했다. 그러나 이전의 대답만큼이나 사뭇 또렷하게 대답이 나왔다. “저는 안 하는 쪽을 택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