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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작가론
· ISBN : 9791159924798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26-03-10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 4
순환하는 종말 속에서_《사탄탱고》와 크러스너호르커이의 덫 / 조원규 / 10
사탄과 함께 탱고를,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여섯 스텝 앞으로, 벨라 타르는 여섯 스텝 뒤로 / 정성일 / 34
이토록 망해버린 세계에서_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 세계 / 장은수 / 78
교수와 천사 / 금정연 / 112
고정된 회오리의 세계_마지막 늑대 / 고영범 / 134
저자소개
책속에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니체에서 카프카를 경유하여, 주인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거나 알면서도 여전히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며 헛되이 움직이는 존재들을 그린다. 아니, ‘카프카의 개인들’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리석은 슬픔의 군상, 그들의 황폐함을 형상화한다. 카프카의 인물들이 여전히 성에 도달하려 하고 법정의 판결을 이해하려 애쓴다면, 《사탄탱고》의 인물들은 그마저도 포기한 채 무의미한 순환 속에서 춤춘다. 그들은 주인이 죽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면서도 새로운 주인(이리미아시)이 나타나기를 갈망하며, 춤을 추다 취해서 뻗어버린다.
흥미로운 것은 크러스너호르커이가 이를 1985년, 냉전 말기 헝가리를 배경으로 썼다는 점이다. 공산주의 체제라는 ‘주인’은 이미 정당성을 잃고 사실상 죽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카프카가 합스부르크제국 말기의 ‘들려야 할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명을 포착했다면,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세기 후반 동유럽의 또 다른 이명—이미 죽은 이데올로기의 메아리—를 기록한 것이다.
쉼표와 줄임표로 문장을 늘이면서 감각적인 사물들을 묘사해나갈 때, 그 표현의 ‘과잉’이 오히려 ‘허망함’을 부각할 때, 독자는 바로크적 주제를 깨닫는다. 17세기 바 로크 정물화에서 풍요로운 과일과 화려한 꽃이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그 한가운데에는 해골이 놓여 있었던 것처럼. 바니타스, 모든 것은 헛되다.
이처럼 소설 곳곳에서 ‘용암처럼 흘러가는 덩어리진 언어적 축적’을 헤치고 나아가며 독자는 힘겨워하지만, 그것은 타협할 수 없다는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의에 부합하는 일이다.
유럽 문예사에는 허무와 니힐리즘을 극복하는 매개체로 예술과 형식을 상정하는 예술 형이상학의 전통이 있다. 니체로부터 카프카를 경유하여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에 이르기까지, 하강하는 어두운 예술 형이상학의 노선을 거론할 수 있다.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문학은 이전보다 더 어둡지만, 구원하지 않으며 동행하는 예술의 가치를 익숙하게 증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와 함께, 여전히 예술 안에서 추락하는 쪽을 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