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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예술/대중문화의 이해 > 미학/예술이론
· ISBN : 9788991847736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미술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를 발간하며 / 김찬동
둥지의 예술철학 / 박이문
강의를 시작하며
1강│미학과 예술철학
1. 미학과 예술학
2. 미학의 문제
3. 예술의 문제
2강│예술의 전통적 정의 및 단토의 예술정의 비판
1. 전통적·전형적 정의
2. 근대적 예술관
3. 워홀의 <브릴로 상자>와 아서 단토의 예술의 정의
4. 단토의 정의에 대한 비판
3강│예술작품의 양태적 정의
1. 예술작품의 비시각적 존재론적 구조
4강│예술작품의 구조적 모델로서의 둥지
1. 순수예술과 비순수예술
2. 좁은 뜻 즉 순수한 예술의 특수성
3. 영원한 둥지 리모델 작업으로서의 예술작업
강의를 마치며
예술적 상상력과 동양의 사고 / 임태승
1,2강│동아시아 미학의 구조와 성격
1. 동아시아 미학범주
2. 사의상징
3. 도상해석학아이콘과 코드시각 이데올로기
3,4강│동아시아 미학의, 디지털 미학을 위한 제언
1. 디지털 미학의 특성
2. 디지털 미학의 문제와 한계
3. 동아시아 미학의 알고리즘
4. 동아시아 미학이 디지털 미학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현대미술과 철학의 이중주 / 이광래
1강│미술과 동일성 신화
1. 동일성, 그 신화와 역사
2. 미술과 동일성 신화
2강│차이의 철학과 차이의 미술
1. 차이의 발견
2. 차이의 생산
3강│엔드게임으로서 현대미술
1. 엔드게임하는 미술사
2. 엔드게임의 방법적 특징
4강│미술의 종말과 그 이후
1. ‘이게 미술이야!?’
2. 미술의 종말과 그 이후
철학의 눈으로 본 매체 / 조광제
1강│근대의 매체 변화와 의식 및 사회 변화
1. 거울
2. 구텐베르크 은하계 _ 책의 시대
2강│매체로 본 탈근대의 시작
1. 사진술
2. 영화
3강│고도과학기술에 나타난 매체의 혁명
1. 가상현실
2. 유비쿼터스적인 제3공간
4강│전자공간의 형이상학
1. 디지털 _ 컴퓨터 세계의 형이상학
2. 존재 질서의 재편 _ 사이버 전자공간의 등장
3. 인터넷의 지배와 정체성 변화
4. 인터넷 전자공간과 포스트모더니즘
찾아보기
책속에서
나는 소년 시절부터 ‘예술’을 정의내릴 수 없었고, 철학적으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았다. 그것을 다만 ‘좋은 것’, ‘멋있는 것’, ‘아름다운 것’으로 믿어왔었고, ‘시’를 정의할 수 없었지만 무엇인가를 써서 그것을 ‘시’라고 불렀다. 나는 어떤 글을 시라고 부르고, 어떤 그림이나 사진이 미술인지를 구별해왔었고, 어떤 소리를 ‘음악’이라고 구별할 수 있다고 믿어왔고, 어떤 사람들을 ‘예술가’, ‘시인’, ‘소설가’, ‘화가’, ‘조각가’, ‘음악가’라고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세잔, 피카소, 뒤샹, 칸딘스키, 클레, 폴록, 워홀 등의 화가들, 브르통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자들이나 이상 같은 이상한 시인들, 존 케이지 같은 작곡가, 크리스토 같은 설치 미술가들, 백남준 같은 전자설치 조각가들이 출현하고, 오늘날 수많은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쓰레기나 부서진 자동차, 넝마 같은 것들을 전시하는 이른바 전위적인 설치 미술가들을 만나면서부터 나는 갈수록 ‘예술’이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예술과 비非예술작품을 구별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함축한다. 동서의 유명한 예술가, 시인 그리고 철학자들의 수많은 ‘예술’의 정의를 접해봐도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서양에서는 어떤 화가가 자기의 그림을 그려놓고 내가 이 그림을 왜 그렸는지 모르겠다고 할 수 있다. 뭘 위해서 그렸는지 모르겠다고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그림의 해석은 보는 사람의 자유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다, 이것이 예술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예술에서는 이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다. 특히 문인화文人畵로 말하자면, 그림을 그린 화가에게 그림을 설명해보라 했을 때 어떻게 해서 이 그림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이 그림이 무얼 뜻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것은 일단 문제가 된다. 사실 왜 그렸는지 모를 수는 있다. 그림이 무의식에서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무의식을 설명할 줄은 알아야 한다. 왜 그렸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거나 자기의 무의식 세계가 어떤지 모르겠다는 것은 동아시아 예술에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
작가든 감상자든 프로그램으로 된 가상현실에 참여할 뿐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몫인 “예술 창작 혹은 창의의 주도권”의 상실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예술작품을 통로로 한 다중 접속의 소통도 기획된 대화의 교류일 뿐 소통 자체의 주제를 참여자가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예술은 미리 프로그램된 가상현실에 들어가는 것인데, 그 주도권이 구획된 예술에 있는 것이기에 그것의 미디어(소통)적인 기능은 진정한 상호작용성을 구현하지 못한다. 기계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소통은 다만 “기획된” 화제만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니, 대화 자체 혹은 소통 자체의 주제를 참여자는 생산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