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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97170388
· 쪽수 : 156쪽
· 출판일 : 2017-06-19
책 소개
목차
비용의 아내 9
참새 41
만원(滿願) 57
삼가 아룁니다 63
달려라 메로스 83
황금풍경 103
기다림 111
리즈 115
피부와 마음 123
화폐 147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둘이 쫓아나가 도둑이라고 소리쳐서 길가는 사람이라도 불러 모을까 하다가도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건 좀 너무하다 싶어서 참았습니다. 그래서 끝까지 뒤를 밟아 조용히 대화로 풀려고, 뭐 우리야 힘없는 장사꾼이니까, 우리가 오늘밤에야 이 집을 겨우 찾아내 부글거리는 속을 참아 가며 돈을 돌려주십사 하고 점잖게 말했더니, 이 무슨 난리야, 뭐? 칼로 찔러? 나 참, 세상에.” 또 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소리 내서 웃어 버렸습니다. 부인도 얼굴이 벌게지며 살짝 웃었습니다. 웃음이 그치지 않아 남자 분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한참 웃다가 나중에는 눈물이 나왔습니다. 남편이 쓴 시에 나오는 ‘문명 끝의 폭소’가 이런 경우를 말하나 보다 싶었습니다.“ _ 비용의 아내
의사 집에서는 다섯 가지 조간신문을 받아 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신문을 읽으려고 거의 매일 아침 산책길에 들러서 삼십 분 내지 한 시간가량 머물렀다. 뒷문으로 돌아가 툇마루에 앉아서 부인이 가져다주는 냉 보리차를 마시면서 바람에 날려 팔락거리는 신문을 한쪽 손으로 눌러 가며 읽었다. 툇마루에서 채 4미터도 떨어져 있지 않은 푸른 초원 사이로 실개천이 넘쳐날듯 나울나울 흘러가고 있었다. 그 실개천을 따라 좁다랗게 난 오솔길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우유 배달 청년이 매일 아침이면 으레 “안녕하세요?” 하고 타지에서 온 내게도 인사를 했다. 그 시각에 약을 타러 오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원피스 차림에 게타를 신은 단정한 옷차림을 한 여자가 진찰실에서 의사와 함께 웃기도 했다. _ 만원
우리 열셋은 언덕 위에 있는 오래된 음식점 이층의 어둑한 방을 빌려 만찬을 열기로 했습니다. 모두 식탁에 앉아 이제 막 저녁식사가 시작되었을 때, 그분이 갑자기 일어나 가만히 웃옷을 벗으셨습니다. 대체 무얼 하시려는 걸까 의아해했는데, 탁자 위에 있던 물 항아리를 들더니 물을 작은 대야에 따르고, 흰 수건을 자신의 허리에 감더니 대야의 물로 제자들의 발을 차례로 씻겨주시기 시작했습니다. 제자들은 영문을 몰라 너무 당황해 어쩔 줄 몰랐지만, 저는 왠지 그분의 속마음을 알 것만 같았습니다. _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