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7494521
· 쪽수 : 300쪽
· 출판일 : 2018-04-13
책 소개
목차
대상_궤도채광선 게딱지 송한별
최우수상_디버그와 버그 그리고 유령들 이은용
우수상_미래의 여자 남유하
우수상_프로젝트 원기옥 박태훈
우수상_노건 최현우
초대작_널 살려야 하는 여섯 가지 이유 김종일
초대작_작가의 말 전건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알파고가 바둑을 두고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세상에서 SF에 무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인공지능이 생산한 자료의 소유권이나 재사용 가능한 우주 로켓, 외골격 같은 주제는 이제 현실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소문으로만 듣던 특이점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 모르고, 그렇다면 SF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장르 중 하나인 것도 납득이 됩니다.
한국에서 SF를 쓴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런 고민 과정의 영향을 받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탐구와 실험의 결과는 후대로 이어지고, 소인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탐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목격할 수 있으니까요. (〈여는 글〉 중에서, 소설가 송한별)
지구를 등지고 있는 기로는 아주 넓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염되고 고갈되었어도 지구는 여전히 파랬다. 인류가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구는 아직도 가장 파란 행성이다.
안주는 기로를 향해 손을 들어 수신호를 보냈다. 이만 들어가자는 뜻이었다. 산소도 가스도 절반 이상 소진되었다. 기로는 아낌없이 가스를 분사하며 안주를 향해 날아왔다. 안주는 날아오는 기로의 손을 잡고는 혀를 놀려 통신기의 전원을 내렸다. 그러고는 머리를 움직여 자신의 헬멧을 기로의 것과 맞댔다.
“지구인은 적성이 아닌 것 같아요.” (송한별, 〈궤도채광선 게딱지〉)
저건 데이터다. 나는 계속 되뇌었다.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내가 입력하고 오류를 발생시킨 코드. 증명되지 않은 것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세 번쯤 더 말하고 시선을 다시 문으로 돌렸다. 문은 닫혀 있었다. 어깨의 힘이 반쯤 풀려 멍청한 기분이 되려다 다시 소름이 돋았다. 아무 동작도 하지 않았는데 문이 스스로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고? 버그다. 숨어 버리는 버그는 최악의 버그. 나는 콧잔등에 찬 땀을 닦고 다시 문을 열었다.
바닥에서 얼굴이 솟아올랐다. 누가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가슴 높이까지 치솟았다. 새까맣게 뻥 뚫린 눈의 얼굴이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었다.
(이은용, 〈디버그와 버그 그리고 유령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