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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57841400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Ⅰ. 창작에 대해
나와 창작 | 소설을 쓰는 이유 | 눈에 보일 듯한 문장 | 문학 좋아하는 가정에서 | 소설을 쓰기 시작한 건 친구의 부추김 덕분 | 예술 그리고 그 밖의 것 |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 애독서의 인상 | 한문 한시의 즐거움 | 프랑스 문학과 나 | 책 이야기 | 진정성 | 장정에 대한 나의 생각 | 중국에 번역된 일본 소설 | 나의 하이쿠 수업 | 문단 잔소리 | 문장과 말 | 어느 무명작가 | 열 가지 소설 작법 | 연극 만담 | 암중 문답
Ⅱ.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 |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답하다 | 나 | 대작가 | 시가 나오야 | 우리들의 산문 | 시인들의 산문 | 시문학 | 두 대가의 작품 | 염세주의 | 세상에서 잊혀가는 작가들 | 시적 정신 | 모리 오가이 | 시라야나기 슈코 | 문예평론 | 문학적 미개지 | 나쓰메 소세키 | 메리메의 서간집 | 고전 | 저널리즘 | 마사무네 하쿠초의 「단테」 | 지카마쓰 몬자에몬 | 모방 |대작을 위한 변호 | 센류 | 시의 형식 | 프롤레타리아 문예 | 구니키다 돗포 | 또다시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답하다 | 야성의 부름 | 서양의 부름 | 비평시대 | 신감각파 | 해명 | 히스테리 |인생의 종군기자 | 고전 | 통속소설 | 독창성 | 문예상의 극북 | 속 문예적인, 너무나 문예적인
Ⅲ . 내가 만난 사람들
소세키산방의 가을 | 기쿠치 칸 | 모리 선생 | 소세키산방의 겨울 | 사토 하루오 | 이웃집 다바타 사람들 | 편집자 다키타 | 하기와라 사쿠타로 | 내 친구 두엇 | 선생의 장례식
주석
저자 연보
해설_소설가 호리 다쓰오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나뭇가지 위 송충이 한 마리는 기온, 날씨, 조류와 같은 적 때문에 끊임없이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 예술가 역시 생명을 지키기 위해 송충이처럼 위험을 견뎌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정체되는 일이다. 아니, 예술의 영역에 정체란 없다. 진보하지 않으면 반드시 퇴보한다. 예술가가 퇴보할 때는 꼭 어떤 자동 작용이 일어난다. 무슨 말인가 하면, 온통 비슷한 작품들만 써낸다는 뜻이다. 자동 작용이 시작되면 예술가로서 죽을 위기에 직면했다고 봐야 한다. 나 역시 「용」을 썼을 때 명백히 이런 종류의 죽음에 다가가고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는 한 장에 몇 엔 몇십 전 하는 원고료 제도를 벗어날 수 없다. 많이 받고 적게 받음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물론 불공평한 일이다. 이런 사회에서 태어난 소설가, 희곡가, 비평가 등은 우선 대량 생산을 버틸 수 있는 사업가적 능력을 지녀야 한다. 혹은 나가이 가후 씨 말처럼 부모 형제 처자식을 봉양해야 하는 사람은 글 쓰는 직업에 종사해선 안 된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늘그막에 문필이 점점 더 훌륭해지니 젊은 작가와는 비교도 안 된다는 말 따위는, 그저 사업가적 능력이 출중하고 패거리 가운데 뛰어난 작가라는 뜻일 뿐이다. 실제로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많은 것들이 다 썩어 문드러져서 진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런 무리를 가리켜 늙은 대가라 한다. 이 또한 박장대소할 일이다.
이야기다운 이야기 없는 소설은 통속적인 흥미가 부족하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의미에서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이는 통속적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르나르가 그려낸 주인공 필립-시인의 눈과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이 흥미로운 까닭은 그가 우리 곁에 있는 한낱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통속적 흥미라 한다면 부정할 순 없겠지만 애초에 내 논점의 방향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시인의 눈과 마음이 그대로 반영된 평범한 사람’에 있다. 실제로 나는 이런 흥미 때문에 문예를 늘 가까이하는 사람을 많이 알고 있다. 우리는 동물원에서 기린을 보며 경탄해 마지않지만 집고양이에게도 마찬가지로 애착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