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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3824
· 쪽수 : 228쪽
책 소개
목차
이신주 「난세의 미꾸라지」
정진영 「시간을 되돌리면」
박상호 「벽 너머의 소리」
범유진 「플라이 플라이어」
강혜림 「미세한 문제」
강민지 「쓸모 있는 것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전형적인 인재였죠. 여전히 다른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고.”
경선이 내게 말해준 사고 경위는 참담했다. 사고 당일, 내가 탄 버스가 정류장에 멈춘 사이에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했다. 해당 사고로 나를 포함해 사상자 19명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부실한 관리와 감독, 뒷돈이 오간 불법 재하도급 계약, 재개발조합 비리 등 차고 넘쳤다.
건물 잔해에 깔린 채 발견된 나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뒤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사망 선고와 동시에 내 머리에서 뇌가 적출돼 한국뇌은행으로 옮겨졌다. 뇌은행 연구진은 내 뇌의 세포와 주변 신경계를 급속 동결한 뒤 레이저로 미세하게 잘랐다. 연구진은 절편화한 뇌를 전자현미경 등 고해상도 장치로 스캔해 방대한 데이터를 남겼다. 데이터는 인간의 뇌를 구현한 인공지능의 기반이 됐다.
“설마, 제가 인공지능이라는 말인가요?”
경선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을 되돌리면」 중에서
“찬, 찬, 윤경찬!”
찬, 찬, 찬! 순간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아버지가 술잔을 부딪치며 즐겨듣던 찬, 찬, 찬! 잠깐, 이게 아니다. 아내의 부재를 은근히 바랐던 남편처럼 오해 사기 딱 좋았다. 율, 미안해. 뭔지 모르게 미안해서 건넸던 낮은 사과는 청소기 소음에 묻혀버렸다. 대충 거실을 밀며 주방으로 이동했다.
“윤경찬! 소파 밑은 봤어?”
제법 큰 소리였다. 나는 재빨리 거실로 돌아와 소파 밑을 봤다. 율이 숨어 있기에 너무 얕고 좁은 그곳에는 먼지들만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율의 목소리였다. 율의 목소리를 자세히 듣기 위해 청소기 전원을 껐다. 율을 불렀지만 반응이 없었다. 소심하게 청소기 전원을 눌렀다.
“찬, 나 율이야. 청소기 안에 있어.”
세상에는 믿을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많다. 외계인이나 유령을 봤다는 목격담은 종종 있으니 그렇다 치자. 동물이 인간이 되고, 인간이 벌레가 되는 이야기도 익히 들어왔으니 그러려니 하자. 그런데 청소기에 산 사람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미세한 문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