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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63164029
· 쪽수 : 204쪽
· 출판일 : 2022-10-25
책 소개
목차
박상현 「거울아 거울아」
이사교 「엄마, 제발 그 별로 돌아가세요」
소향 「모르페우스의 문」
박향래 「심청전」
김정민 「오토바이」
박상호 「귀신은 있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이건 먼 옛날 제 선조께서 지구의 사람들에게 선물로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만 언젠가 꼭 지구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셨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받은 게 아니라 빌려온 물건이라고 하셨지요.”
의장을 비롯한 지구 측 대표단의 시선이 일제히 ‘선물’로 향했다. 그것은 접견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다란 기계 장치였다. 언뜻 초기의 진공관 컴퓨터를 닮았으나 갖가지 나무판과 뭔지 모를 금속 장비가 섞여 있어 하나의 설치 미술 작품처럼 보이기도 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가운데 박힌 까만 원판이었는데, 깊은 밤의 호수처럼 연약하고도 위험한 인상을 풍겼다.
의장은 턱을 문지르며 자신의 역사 지식을 의심했다. 이런 괴상한 장치를 만들고 심지어 다른 행성의 생명체와 교류했던 시절이 인류의 역사 속에 정말로 있었던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저희도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라. 그보다 이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요? 초대형 컴퓨터?”
머나먼 행성에서 사연과 선물을 싣고 지구로 날아온 손님은 먼지 하나 없는 원판에 비친 의장의 모습을 바라보며 답했다.
“달리 이름은 없습니다. 여러분의 선조께서도, 저희 선조들도 그저…… ‘거울’이라고만 불렀다더군요.”
「거울아 거울아」 중에서
하지만 유선이 재호의 물품박스를 집으로 가져와서 열어보았을 때는 재호의 상사가 했던 말들을 다시 떠올려야 했다. 재호의 통장에는 누군가에게 꾸준히 일정 금액을 송금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누가 봐도 여자를 떠올리게 하는 이름이었다. 특정한 날에 특정 금액을 꾸준히 송금했다는 부분이 소름 끼쳤다.
거실 바닥에 주저앉은 유선은 다리에 감각이 사라질 때까지 수백 장의 명함들을 일일이 확인했다. 여자의 이름과 계좌번호가 있는 꽃집 명함을 찾았을 때, 한 달에 한 번 잊지 않고 꽃다발을 사 오던 재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머릿속으로 스멀스멀 차오르는 의심과 상상들이 오히려 유선을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꽃집 명함을 지갑에 넣은 후 물품박스를 정리하는데 두툼한 종이봉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봉투는 마치 그것을 열어주길 바라는 것처럼 테이프로 봉해져 있었다.
유선은 잠시 머뭇거렸다. 유선이 물품박스를 찾아갈 것을 알았으면서도 보란듯이 정리해놓은 재호의 의도가 궁금했다. 차라리 모든 것을 선명하게 만들 수 있게 외도를 증명하는 남녀 간의 징표나 호텔 영수증 따위가 나오길 바랐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폴라로이드로 찍은 재호의 사진 수백 장이 들어 있었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일그러진 그 얼굴에는 새빨간 손자국이 있었다.
「오토바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