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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1548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3-02-01
책 소개
목차
1부 환자를 바라보는 시선
환자는 나의 스승이다-불교가 들려주는 돌봄 이야기 _이은영
<아제아제바라아제>의 순녀 이야기
율장 『대품(Mahāvagga)』의 고따마 붓다 이야기
『사랑』의 순옥 이야기
『박명』의 순영 이야기
환자는 나의 스승이다
그들은 어떻게 정신질환자가 되었는가-정신병원의 등장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 _ 박성호
정신질환, 광인에서 환자로
‘미친 사람’으로서의 정신질환자와 그 처우
공포와 혐오의 대상에서 동정과 치료의 대상으로
근대 의료 제도 내로 편입된 정신질환과 환자
병원, 환자, 그리고 경계―19세기 미국 뉴올리언스 자선병원의 환자들_ 공혜정
누가 환자인가?
뉴올리언스
병원
사람
경계
가장 남부적인 도시의 비남부적인 환자들
정신질환과 자살, 개인과 사회의 이중구조적 시선 _이향아
한국의 자살률
자살은 개인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정신질환과 자살, 사회의 삼각 연결고리
자살의 의료화
정신질환과 자살의 관계성을 재고하며
전염병의 시대 환자의 경계 _정세권
전염병의 시대 환자란?
감염병 감염과 ‘슈퍼면역’
무증상 감염자는 환자인가 - ‘장티푸스 메리’
코로나19 시대 무증상 감염과 감염병의심자
전염병 시대, 환자의 경계는 무엇인가?
2부 환자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오래된 질병과 새로운 환자_ 공혜정
미국에서 한센인으로 살기
오래된 환자에서 근대적 환자로: 국립나병원의 설립
오래된 질병에 갇힌 환자의 삶
새로운 환자의 변화된 삶
나환자에서 한센인으로
치료에서 돌봄으로_ 박성호
요양이란 무엇인가
요양, 그 낯선 익숙함에 관하여
요양, 병원을 만나다
「사랑」의 요양원, 치료에서 돌봄으로
불교 승원에서는 환자를 어떻게 치료했나_이은영·양영순
승원에 환자가 발생하다
율장에 담긴 승원의 의료
승원의 질병과 치료
승원에 가면 명의가 병을 고쳐준다더라
정신장애와 시설사회 _이향아
코로나와 정신장애인
정신장애와 수용시설
시설사회
국내 정신질환자 현황
탈시설 운동 그리고 우리의 일상
환자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_정세권
코로나19가 소개한 과학기술, PCR
PCR 발명과 작동원리, 그리고 혁신
PCR 검사의 도입
전염병 유행과 PCR 검사
환자를 드러내는 기술들의 경합
저자소개
책속에서
정신질환자는 더 이상 가족의 소관도 아니요, 기피나 혐오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가정 내에서 격리되어야 하는 위험요소도 아니게 되었다. 이들은 약자이자 치료의 대상으로서 동정과 연민을 통해 사회 내에 포용되어야 하는 존재로 바뀌게 되었으며, 이는 당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근대적인 의료 기술과 제도의 보호를 받음으로써 가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고작 10여 년 사이의 짧은 시간 사이에 벌어진 것이었다.
우울증은 정신과적 치료를 받아 치료될 수 있는 의료적 행위의 대상이다. 정신의학의 발달은 독일인 정신과 의사인 에밀 크레펠린(Emil Kraepelin 1856-1926)이 환자별 증상을 기록해 정신질환을 13개로 분류하고 이에 따른 과학적인 연구와 치료법을 개발하면서 본격적으로 ‘의학’의 영역에 자리 잡아갔다. 정신의학의 비약은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중산층 사회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약물학, 유전학 등의 생물학이 발달하고, 마음과 감정이 신체에 영향을 준다는 심신의학이 발달하면서 이루어졌다. 특히 현대인들의 우울증이 정신의학에서 주요 치료 대상이 되었다. 여기에는 항우울제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 제약회사들의 이권 개입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울증에 의한 자살은 정신의학에서 다루어야 하는 ‘정신과적 문제’임이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현상을 ‘자살의 의료화’라고 부를 수 있다. ‘의료화(medicalisation)’란 “전통적으로 비의료적 영역으로 인식되었던 삶의 여러 부분이 의료 용어로 정의되고 다루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Conrad&Schneider, 1980; 김재형&이향아, 2020:855)”. 자살이 사회병리적인 현상인 사건으로 분석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인 문제로 치환되어, 의료의 영역으로 대상화된 것이다.
전염병의 시대에 병원체에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다시 말해 ‘병이 든’ 환자의 경계는 무엇인가? 병원체에 노출되지 않아 증상을 보이지 않는 건강한 사람과 환자의 경계는 분명해 보인다. 반면 환자와 슈퍼면역, 무증상 감염, 증상 이전 단계의 감염자, 감염병의심자는 동일선상의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감염되어 증상이 나타나는 한쪽 끝에 ‘환자’라는 존재가 있다면 나머지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다른 끝으로 향하는 선상의 여러 지점에 위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염병의 시대 병원체에 감염되어 증상을 보이는 환자(혹은 확진자)는 그 자신뿐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해 격리되고 치료되어야 할 존재로 간주되었고, 코로나19 대유행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공중보건 지침에 대해 사회구성원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희생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러나 확실한 환자는 아니지만 건강한 사람보다는 환자의 범주에 더 가깝다고 여겨진 사람들에 대한 여러 지침은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의학적으로는 환자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정책적으로 환자와 마찬가지로 전염병의 시대 공동체에 위해가 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인데, 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