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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6291845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2-20
책 소개
목차
1부 / 기술의 교차점 앞에 선 인간, 돌봄을 돌아보다
고대 그리스 의료 기술의 발전 / 이상덕
1. 서론
2. 두개골 천공술의 내력
3. 히포크라테스의 『머리 부상에 대하여』와 천공술
4. 두개골 천공술과 조각 기술의 비교
5. 결론
산업기술에서 일상기술, 그리고 방역을 돕는 기술로 / 정세권
1. 서론
2. 바코드에서 QR 코드까지
3. 스마트폰과 만난 QR 코드
4. 팬데믹과 QR 코드
5. 결론
포스트휴먼의 조건으로 바라본 한의학의 가능성 / 김현구
1. 서론
2. 인류학의 관점으로 포스트휴먼 사유하기
3. 포스트휴먼의 담론으로 한의학 바라보기
4. 결론: 포스트휴먼의 조건들로 살펴본 한의학의 가능성들
2부 / 기술과 돌봄, 교차점 너머의 새로운 길을 찾아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상담에 대한 인식 / 조민하
1. 서론
2. 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현황
3. 보도자료와 블로그에 나타난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4. 20대 대학생들의 의료상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
5. 결론
인공지능 언어모델을 활용한 의료와 돌봄 전망 / 최성민
1. 서론
2. 인공지능의 진화와 한계
3. 인공지능 챗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4. 챗GPT의 의료와 돌봄 활용 전망
5. 결론
돌봄 로봇과 돌봄의 가능성 / 조태구
1. 서론
2. 돌봄 로봇의 정의 및 종류
3. 돌봄 로봇의 도입 배경
4. 한국의 돌봄 로봇 정책
5. 평가와 문제점
6. 결론
참고문헌 / 집필진 소개 / 찾아보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천공술에 관한 연구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문헌 사료가 히포크라테스 학파의 저자가 쓴 『머리 부상에 대하여』와 켈수스의 『의학에 관하여』 정도에 짧게 있는 정도이고, 남아 있는 고고학 사료도 많지 않거니와 의료 도구도 일반 도구와 혼동될 정도로 전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당대의 의사들이 천공술을 행한 것은 확실하며, 그들의 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의료 도구에 관한 이해가 필수다. 그러나 제한된 사료만 가지고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우리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고대의 의료 도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장에서 바로 이러한 시도를 해 보았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사용한 드릴과 끌은 조각에서도 사용되었고, 두개골 천공 등 의료적 목적으로도 사용되었다. 그 모습이 조금 달랐을 수도 있지만, 아마도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유사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 전문가를 초청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던 기원전 5-4세기에 기술의 교류 역시 활발했을 것이며, 의사들도 조각가들의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였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문헌적 증거는 없지만, 남아 있는 고고학적 사료로부터 의사들이 영감을 받았을 법한 요소들을 많이 찾을 수 있고, 그 기술이 천공술에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톱니를 적용하여 도구의 효력을 강화한 것이나, 드릴을 사용하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의사들의 기술을 조각가들이 배웠을 가능성은 조금 더 낮다. 조각가들이 수술장면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QR 코드는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일상에 들어왔다. 원할 때 이용하고 원하지 않을 때는 외면해도 되는 기술인 QR 코드가, 전염병의 시대에는 원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술로 다가왔다. 나의 개인정보를 QR 코드에 담아 제공해야만 그나마 원하는 일상을 누릴 수 있었기에, QR 코드는 일견 강제적인 기술로 인식되었다. 게다가 굳이 QR 코드를 대신할 여러 방법(수기명부 작성, 안심전화번호, 문자메시지 체크인, 종이증명서, 접종증명스티커 등)이 존재했기에, QR 코드는 원하던 때와 장소에서 이용하던 과거와는 다른 이미지를 부여받았다. 심지어 백신접종이 반강제적으로 요구되고(방역패스) 이를 거부하면 명백한 불이익을 받을 것처럼 여겨지며 찬반 논란이 치열하던 상황에서, 이런 백신접종을 증명하는 기술로서 QR 코드는 모바일 세상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예전 이미지와는 달랐다. 하물며 그 QR 코드에 내가 원하는 타자의 정보가 아니라 나의 정보를 담아야 한다면, 그리고 그 정보가 어떻게 보호될지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든다면,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전염병의 시대 QR 코드는 유통 혁신을 이끌고 스마트폰과 무선인터넷 환경의 중심이었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의 기술이었다.
인류학은 인류학자가 직접 연구 대상이 있는 현지에 가서 연구 대상들과 어울리면서 참여 관찰을 통해 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생활 방식, 제도, 사회문화의 심층 구조를 파악하는 학문이다. 여기서 연구 대상이 되는 ‘그들’은 단지 인간 행위자뿐 아니라 언어, 도구, 동물 등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들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방식은 연구 주체와 대상 간의 관계를 성찰적, 대칭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데까지 나아갔으며, 탈서구중심주의에 대한 깊은 고민을 진행하고 있다. 인류학의 이러한 관점은 서구 중심의 인간주의, 인류중심주의, 이원론에서 탈피하는 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또한 인류학의 대칭적 관점은 과학/비과학, 근대/전근대, 서구/비서구의 이분법 속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한의학의 사유를 포스트휴머니즘 논의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