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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일본사 > 일본사 일반
· ISBN : 9791169091848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4-01-12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장 성채를 찾아서: 지하 감옥의 달걀
2장 이야 계곡: 그림자 예찬
3장 가부키: 소금만이 남는다
4장 미술 컬렉션: 영광 직전의 순간
5장 일본학과 중국학: 하팍스 레고메논
6장 서예: 긴자의 간판
7장 덴만구: 귀신 음악회
8장 트래멀 크로: 버블 시대
9장 교토: 교토는 교토를 싫어한다
10장 나라로 가는 길: 궁극의 사치, 무용無用
11장 나라 외곽 지대: 숨겨진 부처
12장 오사카: 자해공갈단과 가격정탐꾼
13장 문인: 무위
14장 마지막 눈길: 영광 직후의 순간
용어 해설
리뷰
책속에서
나는 동이야의 가장 깊숙한 산인 쓰루기산劍山으로부터 시작해 버려진 민가를 찾아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산행을 했다. 비어 있는 민가는 널려 있었지만 마음에 꼭 맞는 집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최근까지 사람이 살던 집들에는 천장이 설치되어 있거나, 콘크리트나 알루미늄으로 리모델링이 되어 있었다. 버려진 지 10년이 넘은 집들은 바닥이 기울어지고 기둥에 금이 가서 도저히 복구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
오래된 일본 가옥을 소유하는 것은 아이 키우기와 같다고들 이야기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옷을 사주어야 한다. 다다미 바닥을 갈아줘야 하고 미닫이문의 창호지를 새로 발라줘야 하고 툇마루의 썩은 나무를 바꿔줘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놔두어서는 안 된다.
내가 처음 이야 계곡에 발을 들여놓았던 25년 전, 일본의 체계적인 환경 파괴는 이미 점점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었지만, 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저항이라든가 공적인 토론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파괴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고 이제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추한 나라의 위치를 차지한다. 외국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나의 친구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실망한다. 하코네 공원 같은 보여주기식 공간들을 제외하면 일본의 시골은 철저하게 더렵혀졌다. 친구들은 내게 이렇게 묻는다. “간판이나 전선이나 콘크리트가 안 보이는 곳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 돼?” 나는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