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기초과학/교양과학
· ISBN : 9791189198558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내일은 내일의 ‘과학 수다’를 (이명현) 5
1장 중력파 천문학 | 중력파, 누구냐 넌 (오정근) 12
2장 분자 생물학 | 극저온 전자 현미경으로 구조 생물학을 다시 보다 (이현숙) 76
3장 위상 물리학 | 위상 물리학이라니? (박권) 128
4장 외계 행성 탐색 | 또 다른 지구를 찾아서 (최준영) 198
5장 인공 지능 | 암은 AI 의사 왓슨에게 물어봐 (김종엽) 262
6장 유전체 편집 | CRISPR, 생명 과학계의 뜨거운 가위 (송기원) 328
에필로그 ‘과학 수다’가 바꾸는 세상 (강양구) 392
출연진 소개 396
네이버 오디오클립으로 만나는 ‘과학 수다’ 400
찾아보기 405
도판 저작권 414
저자소개
책속에서
생각만 하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과학사의 한 장면이 있다. 1923년 여름 어느 날,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길가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닐스 보어(Niels Bohr) 그리고 아르놀트 조머펠트(Arnold Sommerfeld)가 정신없이 수다를 떨고 있다. 이 위대한 과학자 세 사람의 수다는 목적지로 가는 전차를 타고 나서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수다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목적지를 한참 지나쳐 버렸다. 그리고 길을 돌이켜 다시 전차를 탔지만 또 목적지를 지나쳤다. 이렇게 그들은 전차를 타고서 수차례 왔다 갔다 반복하며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당시 세 사람을 사로잡고 있었던 주제는 양자 역학. 바로 이런 수다를 통해서 20세기 새로운 물리학의 세계가 활짝 열렸다.
사실 그들이 전차 안에서 했던 대화가 어찌 양자 역학뿐이었겠는가? 과학계의 뒷말들, 아내에 대한 험담 혹은 최근에 만난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은밀한 고백, 최근 개봉한 영화 이야기 등이 오히려 수다의 주된 내용이 아니었을까? 교과서에서 보던 과학자 세 사람이 끊임없이 입을 재잘거리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다.
2011년 여름, 빛보다 빠른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놓고서 과학자 몇몇이 모여서 수다를 떨었던 일로 시작한 ‘과학 수다’가 벌써 8년이 되었다.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과학 주제를 놓고서 과학자 여럿이 모여서 제약 없이 수다를 떨자는 최초의 아이디어는 정기 모임과 책 출판으로 이어졌다.
이명현·김상욱·강양구가 중심이 되어서 2012년 12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총 열다섯 번의 과학 수다가 진행되었다. 그 내용을 갈무리해서 2015년 6월에는 『과학 수다』 1·2권 두 권의 책으로도 묶였다. 책이 나오고 나서는 수다의 힘을 보여 주는 더욱더 흥미롭고 뜻깊었던 일도 있었다.
『과학 수다』 1·2권이 나오고 나서 세 사람은 특별한 이벤트를 기획했다.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며 정말로 과학 수다를 떨어 보기로 했다. 실제로 충청남도 홍성, 강원도 정선, 경상북도 영천 등의 도서관, 학교에서 세 사람은 평생 진짜 과학자를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던 10대 청소년을 비롯한 여러분과 만나서 과학 수다를 떠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자연스럽게 다음 ‘과학 수다’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서 여러 아이디어가 나온 것도 이즈음이었다. 여러 강연 기회가 넘치는 수도권 대도시와는 사정이 다른 곳에 사는 여러분의 눈길이 마음에 밟혔다. 그때 ‘과학 수다’를 팟캐스트로 옮겨서 새로운 실험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결국 우리는 2017년 4월 팟캐스트 「과학 수다 시즌 2」를 세상에 선보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중력파 발견으로 시작한 「과학 수다 시즌 2」는 2017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열두 명의 과학자와 함께 수다를 이어 갔다. 위상 물리학, 초유기체부터 CRISPR, 인공 지능, 심지어 선거의 과학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이어진 수다는 팟캐스트를 통해서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다.
애초 ‘과학 수다’를 기획하고 진행했을 때 참여자가 공유했던 과학의 ‘경이로움’과 배움의 ‘즐거움’을 팟캐스트를 통해서도 전하고자 고심 끝에 정한 주제였다. 다행히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자 여러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 덕분에 당대 가장 주목받는 과학 기술의 이슈를 포착하면서도 성찰의 깊이도 담는 결과물이 나왔다.
이제 그 결과물을 다시 한번 갈무리하고 좀 더 정제된 형태로 정리한 새로운 『과학 수다』 3·4권을 여러분에게 선보인다.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핵심적인 내용을 비켜 가지 않으면서도 친절하게 들려주었던” 『과학 수다』 1·2권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훨씬 더 다양한 지적 자극과 재미를 독자에게 주리라 확신한다.
돌이켜 보면, 「과학 수다 시즌 2」는 성사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었다. 「과학 수다 시즌 2」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명현은 전파 천문학자로서의 경력을 중단하고 서울 삼청동에 ‘과학 책방 갈다’를 열어서 새로운 과학 문화 공간을 창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제2의 삶을 시작하는 새로운 실험을 「과학 수다 시즌 2」와 함께 한 것이다.
알다시피, 김상욱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다. 「과학 수다 시즌 2」에서 갈고 닦은 수다 솜씨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시즌 3」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순식간에 『과학 수다』 독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사랑하는 과학자로 떠올랐다. 김상욱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관심과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과학 수다 시즌 2」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 주었다.
항상 얼굴 보는 처지에 쑥스럽지만, 이렇게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과학 수다 시즌 2」를 함께해 온 두 과학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연구, 집필, 또 다양한 활동으로 두 과학자 못지않게 바쁜 김범준, 김종엽, 박권, 오정근, 오현미, 이현숙, 임항교, 송기원, 정재승, 최정규, 최준영, 황정아 열두 과학자의 노고는 아무리 칭송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 과학자들을 기꺼이 ‘과학 수다’의 장으로 이끈 동력은 무엇일까? 장담컨대, 자기 영역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소통이야말로 새로운 변화의 계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약 100년 전 아인슈타인, 보어, 조머펠트가 코펜하겐 시내에서 정신없이 함께했던 수다가 과학과 세상을 바꾸었듯이 지금의 ‘과학 수다’도 분명히 또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리라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쉽게 만든 콘텐츠를 가볍게 소비하는 시대에 8년째 ‘과학 수다’ 프로젝트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주)사이언스북스의 여러분께 다른 과학자와 독자를 대표해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여러 도움을 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이제 독자가 직접 ‘과학 수다’의 현장을 만날 차례다. 4년 전 『과학 수다』 1·2권을 내면서 장담했듯이, 이제 정말로 ‘수다’의 시대가 왔다. 우리의 ‘과학 수다’도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