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학회/무크/계간지
· ISBN : 979112430005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6-03-15
책 소개
편집장 김두얼 × 겨울서점 김겨울 × 책방무사 요조
제국주의의 귀환, 트럼피즘, AI 특이점, 건축과 기후위기
2026년 지금, 여기를 이해하는 길라잡이가 되어 줄 네 가지 리뷰
특집 리뷰: 2026, 이름 붙지 않은 미래
문학평론가 신형철·윤경희 서평부터 『슬램덩크』로 이어지는 풍성한 구성
현대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 예술의 핵심 인물인 ‘조안 조나스’까지
《서울리뷰오브북스》 21호(2026년 봄호)이자 창간 5주년 기념호의 특집 주제는 ‘2026: 이름 붙지 않은 미래’다.
편집위원 전은지는 “실제로 우리가 다루고자 했던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으나 이름 붙지 않은 현재에 가까웠다.”며, “아직 개념화되지 않은 상태의 현재를 잠정적으로 미래라고 부를 뿐인 감각은, 우리가 서 있는 시간의 좌표가 단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고 말한다. 창간예비호의 특집 주제였던 ‘2020, 이미 와 버린 미래’에 착안한 제목이다. 창간 5주년을 맞이해, 0호의 연속이자 새로움을 제시한다. 시대를 읽고 미래를 리뷰하는 일이 《서울리뷰오브북스》의 몫이라면, 이번 21호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특집 리뷰는 제국주의 야망, 트럼피즘 위의 국제 정세, AI 특이점의 도래, 기후위기 속의 건축을 주제로 시대를 날카롭게 예감한다.
특집 리뷰에서는 지금의 세계를 규정하는 정치·기술·도시의 변화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읽어 낸다. 역사학자 김일년은 『피와 폐허: 최후의 제국주의 전쟁, 1931-1945』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을 다시 바라본다. 전쟁의 시작을 1939년이 아니라 1931년 만주 사변으로 확장해 제국주의 전쟁의 시간표를 새롭게 제시한 저자의 시선을 따라, 오늘날 다시 등장하는 제국주의의 징후와 세계 질서의 균열을 짚어 본다. 변호사 유정훈(본지 편집위원)은 『뉴딜과 신자유주의』를 읽으며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이해할 역사적 인식을 제시한다. 뉴딜 질서의 형성과 균열,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부상까지 이어지는 흐름에서 미국 사회의 인종 문제와 정치적 갈등이 어떻게 현재의 위기로 이어졌는지 살핀다. 공학자 권석준(본지 편집위원)은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불러올 변화의 규모를 가늠한다. 기술의 가속이 인간의 판단과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바꾸는지 질문하며, 특이점 이후의 세계를 둘러싼 기대와 불안을 함께 탐색한다. 건축가 강예린(본지 편집위원)은 『새를 초대하는 방법』을 읽고 도시 공간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제안한다. 거대 개발 중심의 도시 구조를 비판하며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환경을 상상하고, 생활 세계에서 시작되는 작은 실천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창간 5주년을 맞아 신촌 ‘책방무사’에서 진행된 좌담회 「뾰족한 서평과 다정한 수다 사이에서: 우리 시대 ‘읽기’의 새 영토」에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세 사람이 오늘날의 읽기와 글쓰기, 서평을 이야기한다. 경제사학자인 김두얼(본지 편집장),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 책방무사 주인장이자 가수인 요조가 한자리에 모여 독서 문화의 변화와 서평의 역할을 돌아본다. 종이책과 온라인 플랫폼이 공존하는 환경에서 독자가 책을 만나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서평이 어떤 방식으로 독자와 사회를 연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고 뾰족한 대화를 나눈다.
리뷰 코너에서는 문학·철학·미디어·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오늘의 문화와 사상을 살핀다. 문학평론가 신형철(본지 편집위원)은 『해석에 반하여』를 읽으며 해석과 이해의 관계를 다시 묻는다. 텍스트를 둘러싼 해석의 욕망을 돌아보며 독서가 타인의 경험에 공감하는 과정이 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만화가이자 만화 비평가인 선우훈(본지 편집위원)은 만화 『슬램덩크』를 다시 읽으며 패배와 성장의 의미를 짚는다. 스포츠 서사의 익숙한 공식에서 패배를 통해 공동체와 개인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이야기한다. 문화학자 김윤지는 『넷플릭스 딜레마』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시대의 콘텐츠 산업을 살핀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변화한 영상 산업의 구조를 분석하며 K-콘텐츠가 놓인 조건과 가능성을 함께 짚어 본다. 시각 디자이너인 정재완(본지 편집위원)은 『디자인의 유령들』을 통해 디자인의 역사와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탐색한다. 눈에 띄지 않지만 일상에 깊숙이 스며든 디자인의 흔적을 따라가며 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구성하는지 보여 준다. 생명공학자 정우현(본지 편집위원)은 『인간은 동물이다』를 읽고 인간을 둘러싼 도덕적 믿음과 분류의 기준을 다시 질문한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논의를 통해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살핀다. 문학평론가 윤경희는 제시카 J. 리의 『흩어짐』을 통해 식물과 인간, 이주와 기억의 이야기를 함께 읽는다. 경계를 넘나드는 식물의 역사와 개인의 삶이 교차하는 서사를 따라가며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감각을 제안한다.
창간 5주년 기념 좌담회
뾰족한 서평과 다정한 수다 사이에서: 우리 시대 ‘읽기’의 새 영토
편집장 김두얼, 북튜버 김겨울, 책방 주인 요조
서평의 미래, 온라인 독서 문화, 책방의 역할까지
독서 생태계의 영토를 확장하다
《서울리뷰오브북스》 창간 5주년을 맞아 신촌 ‘책방무사’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본지 편집장이자 경제사학자인 김두얼,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북튜버 김겨울, 책방무사 주인장이자 작가, 뮤지션인 요조가 참여했다. 세 사람은 비평의 역할, 온라인 독서 문화의 변화, 책방의 지금과 미래를 주제로 발표와 대화를 이어가며 오늘날 독서 문화의 지형도를 함께 그려 보았다. 좌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약 세 시간 동안 진행되며 독서와 출판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5년간 실린 모든 서평과 ‘우주리뷰상’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깨달은 건 ‘뾰족한 서평은 좋은 서평의 필요조건도 아니고 충분조건도 아니다’라는 사실입니다.”
첫 발표에 나선 김두얼 편집장은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 당시부터 강조해 온 ‘뾰족한 서평’의 의미를 돌아보았다. 그는 과거 한 학자의 저서를 비판적으로 리뷰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비평이 언제나 환영받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둘러싼 공론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칭찬만 가득한 ‘주례사 서평’이 많은 이유는 비판이 감당해야 할 대가가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비평이 공론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중의 취향은 다른 콘텐츠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군도로 갈라지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다만, 독서 인구가 비교적 적다 보니 스펙트럼이 다른 콘텐츠만큼 넓지는 않을 듯해요.”
두 번째 발표에서 김겨울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변화한 독서 문화를 설명했다. 그는 과거 독서 정보가 전문가나 평론가 중심으로 전달되던 구조에서, 이제는 소셜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책을 이야기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김겨울은 특히 2010년대 후반 이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과 댓글 문화가 등장하면서 독서 콘텐츠의 양방향성이 강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독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의견을 나누고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책방이 할 일은 계속해서 이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한 존재, 한 존재를 사랑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책을 사랑하기 때문에 인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요조는 독서 생태계에서 책방이 수행하는 역할을 이야기했다. 그는 책방이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독자와 책을 연결하는 현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방이 출판 생태계의 최전선에서 독자를 만나고 있다고 말하며, “책에는 결국 독자밖에 없다. 독자가 될 가능성을 가진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 책방의 일”이라고 말했다. 책방이 때로는 체면을 내려놓고 독자에게 책을 권해야 하는 현실을 이야기하며, 이러한 간절함이 결국 새로운 독자를 만들어 낸다고 덧붙였다.
특집 리뷰: 2026, 이름 붙지 않은 미래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변화는 아직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고 아마도 한동안은 하나의 이름으로 묶이기 어려울 것이다. 이름 붙이기 이전의 상태를 기록하는 일은 변화의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징후들이 공존하는 조건을 드러내는 작업에 가깝다. 이미 사용하지만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들, 이미 지나갔지만 이제야 시작으로 불리는 사건들,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서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변화들을 함께 놓아 보는 일. 이번 호의 작업은 그러한 시간의 중첩을 잠시 드러내는 시도에 가까웠다.”
―전은지, 「편집실에서」 중에서
“오버리는 종래 학계에서 주목했던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그보다 거의 10년 전 유라시아 반대편에서 터진 사건에 주목함으로써 전쟁의 연대기와 지리학 모두를 다시 서술한다.” 역사학자 김일년은 2차 세계대전 연구를 선도해온 역사학자 리처드 오버리의 『피와 폐허: 최후의 제국주의 전쟁, 1931–1945』를 통해 세계대전의 연대기를 다시 읽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1931년 만주 사변으로 확장해 바라본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며, 제국주의 전쟁의 역사적 맥락을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가 기계적 중립이나 중도를 표방하며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일부러 회피하지는 않는다.” 변호사 유정훈(본지 편집위원)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인 『뉴딜과 신자유주의』를 통해 미국 정치의 장기적 변화를 추적한다. 그는 뉴딜 체제의 형성과 해체, 그리고 신자유주의 질서의 등장이라는 역사적 흐름을 따라가며 오늘날 미국 사회의 정치적 갈등을 설명한다. 특히 건국 초기부터 이어져 온 인종 문제와 경제 체제의 변화가 어떻게 현대 미국 정치의 균열을 형성했는지를 분석한다.
“인간은 자원이나 에너지를 두고 AI와 경쟁해야 할 수도 있으며, 아포칼립스물에서 종종 그려지는 것처럼 이 경쟁은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공학자 권석준(본지편집위원)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신작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를 읽었다. 유발 하라리와 빌 게이츠의 추천작이기도 한 이번 책은 인공지능 기술이 불러올 문명적 전환을 탐색한다. 그는 레이 커즈와일이 제시한 ‘특이점’ 개념을 중심으로 기술 발전의 가속이 인간의 판단과 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질문한다. 인공지능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삶과 문명의 방향을 바꾸는 조건이 되는 지금, 기술의 낙관과 우려를 동시에 성찰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거대함’은 이윤을 위한 도시 개발의 논리와 쉽게 결합하며, 복잡한 용도보다는 단일한 기능을 하는 건축 군도를 양산했다.” 건축가 강예린(본지 편집위원)은 인류 최대의 위기로 떠오르고 있는 현재의 기후 문제를 도시 공간과 건축의 공공성 문제로 접근한 남상문의 『새를 초대하는 방법』을 조명한다. 도시 환경과 생태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그는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 건축이 단순한 개발과 성장의 논리를 넘어 어떤 가치와 관계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질문한다. 특히 새를 위한 작은 공간인 ‘버드 피더’를 사례로 들며, 인간 중심의 도시에서 비인간 존재와 공존하는 새로운 건축적 상상력을 제안한다.
리뷰: 편집위원이 대거 참여한 깊이 있는 서평
리뷰 코너에서는, 본지 편집위원이 대거 참여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다룬 『해석에 반하여』, 만화가 선우훈이 조명한 『슬램덩크』, 시각 디자이너 정재완이 전하는 『디자인의 유령』, 생물학자 정우현이 다룬 『인간은 동물이다』 리뷰를 비롯해 문학평론가 윤경희가 주목한 『흩어짐』과 문화학자 김윤지가 현장감 있게 다룬 『넷플릭스 딜레마』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시의성 있고, 심도 있는 서평들이 이어진다.
“2026년의 우리는 1966년의 손택을 감당할 수 있는가? 비평은 고전이 되기보다는 무기가 되는 편이 낫다.” 문학평론가 신형철(본지 편집위원)은 수전 손택의 비평집 『해석에 반하여』를 다시 읽으며, 한 시대를 대표했던 비평이 오늘날 어떤 의미인지 묻는다. 1960년대 문화적·지적 격변에서 쓰인 이 글들이 단순히 “해석에 반대하는 선언”이 아니라 당대의 도덕주의와 해석 관행에 맞서 예술의 감수성과 쾌락을 옹호하려는 시도였음을 짚는다. 오늘날의 독자 역시 손택의 글을 단순한 고전이 아니라 동시대를 겨냥한 사유의 도구로 다시 읽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한다.
“전투 대신 스포츠를, 초능력 대신 육체 능력을, 세계의 구원 대신 코트 위의 승패를 선택했지만, 그럼에도 『슬램덩크』는 소년 만화가 가질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서를 가장 밀도 높게 응축해 낸 텍스트다.” 만화가이자 만화평론가인 선우훈(본지 편집위원)은 만화 『슬램덩크』를 다시 읽으며 이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이유를 분석한다. 그는 단순한 스포츠 만화의 서사를 넘어, 남성 중심 스포츠 서사에 존재하는 감정의 층위와 관계의 긴장을 읽어 낸다. 특히 『슬램덩크』가 형성해 온 여성 팬덤과 BL 팬덤의 독해 방식을 통해, 작품 속 남성 인물들의 관계와 정동이 어떻게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는지 살핀다.
“넷플릭스가 과거의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직접 방대한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한다는 점이다.” 문화학자 김윤지는 지금 한국의 방송 영상 산업 생태계를 분석한 『넷플릭스 딜레마』를 통해 글로벌 플랫폼 시대의 콘텐츠 산업 구조를 분석한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 한국 콘텐츠 산업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리고 플랫폼 기업과 국내 제작 생태계 사이에서 형성되는 권력 관계를 짚는다. 특히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성공 뒤에 놓인 산업 구조와 플랫폼 의존 문제를 비판적으로 살피며, K-콘텐츠가 앞으로 어떤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디자이너가 생각하지 못한다고?’라는 반감은 이내 ‘디자이너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은 세상 어디나 마찬가지구나’라는 자조 섞인 수긍으로 변했다.” 시각 디자이너 정재완(본지 편집위원)은 『디자인의 유령들』을 통해 디자인 담론에 남은 보이지 않는 전통과 영향력을 탐색한다. 그는 디자인이라는 실천이 단순한 시각적 결과물을 넘어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기억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을 따라가며 현대 디자인이 과거의 미학과 사유를 어떻게 계승하고 변형해 왔는지를 살피고, 디자인을 둘러싼 비평적 사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윤리에 대하여 배우고자 할 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이 선(옳음)인지’ 알아내는 것보다 ‘어떻게 그 선을 실천할 것인지’이다.” 생물학자 정우현(본지 편집위원)은 시대를 선도하는 세계적인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인간은 동물이다』를 읽으며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을 검토한다. 인간을 하나의 동물로 보는 관점과 인간의 도덕적·정신적 특수성을 강조하는 관점 사이의 긴장을 살피며, 인간이 자연 속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연과 어긋나는 존재라는 문제를 탐구한다.
“리의 에세이는 주로 인간에 의한 식물 이주의 역사를 다루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식물 행동학 분야에서 인간을 이주 매개체로 이용하는 식물에 관한 연구를 찾아 읽고 싶어진다.” 문학평론가 윤경희는 식물과 인간의 얽힘을 시적으로 탐구한 『흩어짐』을 통해 식물의 이동과 인간의 이주 경험을 교차해 읽는다. 그는 식물의 이동 경로와 개인의 기억, 가족사의 이야기가 서로 얽히는 방식을 따라가며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다시 생각한다. 침입종과 토착종이라는 구분이 실제 자연에서는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 보여 주며, 이동과 정착, 관계의 의미를 섬세하게 탐색한다.
이마고문디: 미래의 미디어는 조력자와 함께
“조안 조나스의 이번 전시는 작품으로 쓴 일종의 여행기다. 여행기를 읽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곳에 한 번 방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는 하는데, 조안 조나스의 전시를 보고 난 후 어딘가로 ‘다니는 힘’에 대하여 다시 생각했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적지는 꼭 실재하는 지리가 아니어도 된다.”
이마고문디 코너에서는 큐레이터 겸 미디어아트 교수 현시원(본지 편집위원)이 《조안 조나스: 인간 너머의 세계》 전시에 대하여 리뷰한다. 그는 1960년대 퍼포먼스와 필름 작업에서 시작해 자연, 동물, 협업자들과의 관계로 확장된 조안 조나스의 작업 세계를 따라간다. 미디어가 단순한 기록 장치가 아니라 인간·비인간 존재와 세계의 관계를 새롭게 조직하는 매개임을 강조한다. 예술 창작이 더는 개인의 단독 행위가 아니라 인간과 동물, 자연과 기술이 함께 만드는 공생적 과정임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서평은 오늘날의 미디어 경험이 인간 중심의 시선을 넘어 세계와 관계 맺는 새로운 감각을 요구한다.
고전의 강
“라투르에게 존재 양식 논의의 출발점은 철학적 존재론이 아니라 기호학적 발화 체계였다. 그러나 발화 체제를 에티엔 수리오에게서 가져온 ‘존재 양식’ 개념으로 대체하면서, 그의 논의는 자연스럽게 존재론이나 형이상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는다.”
고전의 강에 실린 과학기술학자 홍성욱(본지 자문위원)의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2)」은 20호에 실린 브뤼노 라투르의 『존재양식의 탐구』에 관한 두 번째 서평이다. 과학, 정치, 법, 종교, 기술, 조직, 도덕 등 다양한 영역은 서로 다른 존재 양식으로 작동하며, 우리가 ‘사회’나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현상 역시 이러한 양식들이 얽혀 만들어 내는 관계적 효과에 가깝다는 것이다. 서평은 이처럼 인간과 비인간, 제도와 기술이 뒤섞인 네트워크에서 세계를 다시 사유하려는 라투르의 시도가 근대의 자연/사회 이분법을 넘어서는 철학적 실험임을 강조한다.
문학: 풍성한 읽을거리
문학에는 다양한 장편·단편소설로 독자에게 친숙한 백민석과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무수한 세계를 연결하는 문화인류학자 조문영(본지 편집위원)의 에세이가 실렸다.
백민석은 「기원‘적’ 매체의 생애 주기」에서 특정 매체가 탄생하고 유통되며 사라지는 과정을 되짚으며, 우리가 ‘새로운 매체’라고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반복되는 기술적·문화적 조건에서 서로 다른 생애 주기를 살아간다는 점을 사유한다.
조문영은 「교재가 되지 못한 책들」에서 대학 강의와 제도적 지식의 틀에서 어떤 책은 ‘교재’로 살아남고 어떤 책은 주변으로 밀려나는 과정을 돌아보며, 읽기의 목록이 학문 제도와 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만들어지고 배제되는지를 성찰한다.
“한국에도 서평 전문지가 필요하다.”
‘어떤’ 책을 ‘왜’, 어떻게 읽을 것인가? 2020년 12월 0호로 출발하여 2025년 봄, 창간 4주년에 이른 《서울리뷰오브북스》는 그 답을 서평에서 찾는다. 18인의 편집진은 오랜 토론을 거쳐서 주제와 책을 선정하고 서평을 쓴 뒤에, 이를 내부에서 돌려 읽으면서 비판을 듣고, 이를 반영해서 글을 고친다. 타인의 책을 비평하고 비판하듯이, 자신들의 글도 같은 비판의 과정을 거친다.
서평 전문 계간지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좋은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해 ‘한국에도 역사와 전통이 살아 있는 서평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탄생했다. 사회학, 인류학, 경제학, 자연과학, 역사, 문학, 과학기술사, 철학, 건축학, 언어학, 정치학, 미디어, 물리학, 생물학, 법조, 북디자인, 미술 등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18인의 편집위원이 뜻을 모았다. 중요한 책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을 제대로 짚고,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지 못한 책은 발굴해 소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목차
편집실에서 ∥ 전은지
특집 리뷰: 2026, 이름 붙지 않은 미래
제국주의의 귀환, 혹은 3차 세계대전의 서막·『피와 폐허』 ∥ 김일년
트럼프 시대에 관한 역사학자의 인식·『뉴딜과 신자유주의』 ∥ 유정훈
특이점 그 이후: 비가역적 변화의 총체적 의미 ·『마침내 특이점이 시작된다』 ∥ 권석준
가볍지만 단호한 초대장·『새를 초대하는 방법』 ∥ 강예린
이마고문디
미래의 미디어는 조력자와 함께∥ 현시원
5주년 기념 좌담
뾰족한 서평과 다정한 수다 사이에서 ∥ 김두얼 × 김겨울 × 요조
리뷰
비평은 고전이 될 수 있는가? 아니, 그래야 하는가? ·『해석에 반하여』 ∥ 신형철
『슬램덩크』 다시 읽기: 패배를 통해 승리하는 법 ·『슬램덩크』 ∥ 선우훈
달콤했던 넷플릭스의 초대, 체제 너머를 꿈꾸는 K-콘텐츠·『넷플릭스 딜레마』 ∥ 김윤지
유령을 직시하기 · 『디자인의 유령들』 ∥ 정재완
분류되지 않는 인간과 도덕적 사실이라는 신화·『인간은 동물이다』 ∥ 정우현
매개와 사랑·『흩어짐』 ∥ 윤경희
고전의 강
아슬아슬한 존재들이 함께 만드는 세상(2)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 홍성욱
문학·에세이
기원‘적’ 매체의 생애 주기 ∥ 백민석
교재가 되지 못한 책들 ∥ 조문영
지금 읽고 있습니다
신간 책꽂이
《서울리뷰오브북스》 총 목차(0-20호)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는 이미 변화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그것을 설명할 언어가 충분하지 않다. 사용하는 시간과 이해하는 시간이 어긋나 있다는 감각은 현재를 읽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이번 호의 특집 〈2026, 이름 붙지 않은 미래〉를 준비하며 ‘미래’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다루고자 했던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이미 시작되었으나 이름 붙지 않은 현재에 가까웠다.
―전은지 「편집실에서」
1931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그해 일본이 만주 사변을 일으켜 중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탈을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다시 말해, 오버리는 종래 학계에서 주목했던 1939년 나치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아니라 그보다 거의 10년 전 유라시아 반대편에서 터진 사건에 주목함으로써 전쟁의 연대기와 지리학 모두를 다시 서술한다.
―김일년, 「제국주의의 귀환, 혹은 3차 세계대전의 서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