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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6462536
· 쪽수 : 359쪽
· 출판일 : 2006-07-10
책 소개
목차
간행사
최성각
부용산
구효서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시계가 걸렸던 자리
이순원
얼굴
말을 찾아서
심상대
묵호를 아는가
윤대녕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상춘곡
빛의 걸음걸이
이메일 해설 - 김성중, 정혜경
낱말풀이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때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고, 동네에서 아이들과 싸우다가도 '노새집 양재새끼'라는 말을 들으면 그 말을 이 세상에서 가장 심한 욕으로 느끼던 열세 살의 소년이었다. 그 말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까지 집에 있었다. 내가 저를 핍박하고 서러움 줄 때 그는 이미 늙어 있었다. 그가 죽던 마지막 모습도 그랬다. 말굽을 박았는데도 공사장에서 벽돌을 내릴 때 땅에서 바로 선 대못을 밟아 오른쪽 앞다리부터 못 쓰게 되더니 한 해 겨울을 한 쪽 다리를 늘 구부린 채 서서 앓다가 어느 날 배를 땅에 대고 만 것이었다.
알리진 않았는데도 어떻게 알고 시내의 마부들이 마차를 끌고 와 죽은 그를 싣고 갔다. 아부제는 따라가지 않았다. 마부들이 그럼 저녁때 고기라도 보낼까, 하고 묻자 아부제는 그러지 말라고 했다. 작은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그날 처음으로 나는 남몰래 감추는 아부제의 눈물을 보았다. 한지붕 아래에서 사는 동안 그는 내게 참으로 많은 설움과 눈총과 미움을 받았다. 내가 누리는 것 모든 것이 그의 등에서 나왔는데도 그랬다. 아마 그가 죽어 정말 하늘의 은별이 되었다 해도 나는 앞으로도 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 이순원, '말을 찾아서' 중에서
그러나 굳이 하고 싶은 일이 우리에겐 남아 있지 않았다. 영화관에 가는 것도, 연극을 보러 가는 것도 이십 대에 무던히 해본 일이어서 이젠 궁상맞고 식상한 일쯤으로 생각되는 것이다. 서른 살이 훌쩍 넘다 보면 모든 일에 지치고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겉으론 좀 무디고 태연해지는 대신 안으론 불안이 가중되고 으레 사는 일과 관계된 뼈다귀 같은 일들만 남게 된다. 그러다 보면 투생처럼 몸이 배배 틀어지며 머리가 벗겨지고 얼굴은 흙빛으로 변하는 것이다. - 윤대녕, 'January 9, 1993 미아리통신' 중에서



















